[홍준철 칼럼] ‘총선열전’된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공천’

‘커터칼’, ‘촛불시위’, ‘재심청구’ 봇물 이유 있다

홍준철 일요서울신문 정치부장 2018.05.04 10:30:09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공천이 점입가경이다. 무엇보다 여당 우세 분위기속에 치러지다보니 야당보다는 여당이 공천 잡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드라진 지역은 단연 더불어민주당후보가 공천되면 당선률이 높은 호남과 수도권이다. 호남의 경우 현직 단체장이 곳곳에서 ‘탈락’하고 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호남이야 여당 경선에서 ‘공천=당선’인 지역 특성상 현역 단체장의 물갈이는 어느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여당 공천과정을 보면 단순히 경선과정에서 ‘문재인 마케팅’으로 공천된다고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 그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한다. 바로 전현직 당협위원장과 한 단체장 지역구에 동거하고 있는 갑, 을, 병 국회의원들의 ‘자리 다툼’이 주범이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도 고양시장 선거다. 최성 현 고양시장은 경선도 참여하지 못하고 ‘컷오프’됐다. 중앙당에 재심청구를 했지만 기각됐다. 최 시장은 지난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서 마이너 후보지만 끝까지 완주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단연 타 경쟁자들보다 앞섰다. 하지만 지역구 민심이 좋지 않아 교체지수가 높다는 점이 컷오프 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는 게 당내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고양시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고양시 병 유은혜, 고양시 을 정재호, 고양시 정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똬리를 틀고 있다.

최종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자는 김영환, 김유임, 박윤희, 이재준 네 명이다. 남성 여성 각각 둘이다. 지역정가에 따르면 유 의원은 김유임, 김 장관은 김영환, 정 의원은 최성 의원으로 나뉘어 대리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될지는 미지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정 의원이 밀던 최 시장이 컷오프 됐다는 점이다.

고양시 민주당 의원들이 고양시장을 자기사람으로 심으려는 의도는 뻔하다. 바로 2020년 치러질 21대 총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정 의원은 최 시장이 탈락할 경우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할 것을 염려해 최 시장을 민 것으로 알려졌다. 최 시장이 여성이 지역구인 곳에 도전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반면 유 의원과 김 장관은 자신이 민 후보가 시장이 될 경우 공천받기도 당선되기도 용이하다는 판단이 ‘자리싸움’에 나선 배경이 됐다.

금천구도 마찬가지다. 금천구는 민주당 이훈 국회의원과 전 의원인 이목희 일자리부위원장간 금천구청장 후보를 놓고 일합을 겨루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규엽 예비후보를 이 부위원장은 오봉수 예비후보를 ‘불출마’를 선언한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유성훈 후보를 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마디로 21대 총선을 앞두고 현 국회의원과 전 국회의원 그리고 국회의원직에 나설 3인방이 자기사람 심기 경쟁이 치열한 공천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경쟁 속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줄을 덴 김현성 후보는 컷오프 됐다.

성남도 마찬가지다. 당초 성남시장 민주당 후보로는 조신 문재인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전 기획단장이 유력했다.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조 전 단장이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결과는 은수미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이 단수로 공천됐다. 당초 안성욱 변호사를 비롯해 이헌욱, 지관근 4파전이 벌어졌지만 결과는 은 전 비서관이 경선 없이 공천을 받았다. 이 공천 배경에도 3선의 김태년 성남 수정구 국회의원과 분당을 김병욱 의원의 합작품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조신 전 단장이나 안 변호사는 자신의 지역에 미래의 경쟁자들로 사전에 ‘싹’을 자른 셈이다. 기초단체장 ‘자기사람 심기’ 현상은 민주당 의원이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선에서 떨어진 예비후보가 커터 칼을 쥐고 자해하는 험악한 일도 발생했다. 성백진 전 중랑구청장 예비후보가 당 대표실을 나서는 추미애 대표를 향해 달려들면서 자해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컷오프 되거나 경선탈락자들이 재심청구를 하고 촛불시위까지 벌이는 게 이해할 만하다. 몇 년간 돈과 정열을 쏟아서 준비했는데 정작 공천이 몇 몇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손에서 놀아난다면 분노를 넘어 자해도 할 수 있는 게 선거판이다.

결국 기초단체장 공천을 시도당 공심위로 넘겼다는 당의 말은 거짓일 공산이 높다. 민주당 기초단체장 경선에 뛰어들었다가 ‘컷오프’ 당한 어느 비주류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이 높은 지지율에 기대 지역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공천 갑질’을 계속 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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