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연설회에 네티즌, "제주도지사 선거 연설회인가"

2차례 토론회를 치른 대통합민주신당 5명 예비후보자들의 첫 합동연설회가 9일 제주에서 열렸다.

'비전창조릴레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린 이날 연설회는 지난 2차례 토론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지난 7일 밤 첫 토론회를 시작하면서 국민적 관심도가 반짝 상승했었으나, 연설회에서는 다시금 관심도가 뚝 떨어진 모습을 보인 것.

첫 합동연설회인 탓에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고자 목청을 높였지만, 사전 준비가 미흡했었던 듯 이렇다할만한 공약은 나오지 않았다. 후보들의 공약은 대부분 유사했다.

또 후보들이 제주도에서 합동연설회가 열린 탓에 제주도민들의 표심만을 자극하는 공약이나 유세를 펼쳐, 인터넷으로 합동연설회 생중계를 시청한 누리꾼들은 "식상하다", "제주도지사 선거 연설회를 듣는 듯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특히, 대부분 후보들은 그동안 토론회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던 내용들을 그대로 재활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첫 합동연설회부터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게 돼, 남은 토론회와 합동연설회에 국민적 흥행에 빨간불이 켜지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유시민 후보만은 톡톡 튀는 말솜씨로, 좌중과 네티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신당의 토론회 흥행을 위해 유 후보의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유시민, "공약은 하나만 하겠다. 모든 권한 제주도에 넘기겠다"

추첨을 통해 가장 먼저 연설자로 나선 유시민 후보는 "제주도의 발전과 관련한 중앙의 모든 권한을 제주도로 넘기겠다"며, 단 하나의 공약을 내세워 좌중으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얻었다.

유 후보는 "지난 시대 중앙정부가 나서서 제주도를 발전시키겠다고 약속을 많이 했지만,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적이 그리 많지 않다"며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야말로, 말뿐인 공약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유 후보는 "많은 분들이 관광복합단지, 해중 리조트, 영어전용마을, 면세지역 확대 등 제주도를 위해 많은 공약을 한다"며 "그러나 저는 이것을 약속하지 않겠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도 해드릴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제주공항 면세점과 관련해서는 "연간 이익이 450억이라고 하는데, 면세구역을 어디에 정할지 논란이 많다"며 "카지노를 짓는 것과 삼다수를 개발하면 연간 2천억 이상 수익이 된다지만, 누가 무슨 권한으로 어디에 카지노를 짓고 개발하느냐"며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점을 들어 공약으로 내세우기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유 후보는 "제주도민이 결정해야 한다"며 "저는 권한을 이양하겠다는 딱 하나의 공약을 하겠다. 제주도민이 원하는 모든 권한을 드릴 것이고, 이 모든 문제에 대해 그 권한으로 제주도민 스스로 마음대로 결정하라"고 제주도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면서 유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제주특별자치도에 권한이 제대로 이양되고 있는지, 도민의 뜻에 따라 발전하는지 챙기겠다"며 "대통령직속기구로 제주발전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전담비서관을 청와대에 두겠다"고 약속했다.

유 후보는 단순하지만 모든 내용이 담겨 있는 공약을 제시한 이유에서 더 이상의 공약은 내세우지 않고, 정치적인 이야기로 화두를 옮겼다. 이에 대해, 유 후보는 '고자질', '아부', '변절' 3가지를 꼽아 나머지 후보들을 견제했다.

유 후보는 '고자질'과 관련, "뒤에서 남 흉보고 다니는 것 싫어한다"며 "할말 있으면 앞에서 당당히 해야지, 뒤에서 흉잡고 모함하는 것 싫어한다. 저는 그런 것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아부'와 관련해서는 "마음에도 없는 아부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며 "저는 소신대로 말했고, 앞으로도 진실한 마음이 담기지 않으면 어떤 아부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변절'에 대해서는 "배신하는 것 가장 싫어한다"며 "저는 노무현 대통령 인기가 없지만, 대통령 원망하지 않았다. 대통령 인기가 없어서 부당한 공격 받을 때에도 그것을 이유로 대통령 탓한 적 없다"고, 정동영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겨냥했다.

특히, 유 후보는 "필요하면 같은 편이고 불리하면 비난하는, 그런 배신의 정치하지 않겠다"며 "표가 되면 추진하고 표가 안 되면 망설이는 그런 국민에 대한 정치적 배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7일 TV토론회에서 정동영 후보에 대해 "의리가 없다"고 비난했던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본경선 규칙과 관련해 제 후보들이 삐걱거리고 있는 점과 관련해서는 "여론조사를 하면 유리할까 불리할까, 모바일 투표를 하면 유리할까 불리할까를 따져서는 국민께 봉사할 수 없다"며 "유리할지도 불리할지도 모를 경선 규칙을 갖고 내 말을 안 들으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 나가버리겠다는 태도로 임해서 어떻게 우리가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겠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유 후보는 "이 시간 이후로 경선규칙 논의를 일체 중단하고 그 결정을 오충일 대표와 당 지도부, 경선위원회에 위임하자"고 제안했다.

손학규, 말도 더듬더듬...연설 핵심 주제 못 잡아

이어서 연단에 오른 손학규 후보는 말을 더듬는가하면, 줄곧 경기도지사 시절의 경력만을 내세워 달변인 유시민 후보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손 후보는 2차례에 걸친 후보자간 토론회에서도 5명 후보 중 가장 언변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바 있어, 토론회와 연설회가 계속되는 동안 이 점은 상당한 약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손 후보는 연설을 통해 주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부각시키지도 못했다. 오충일 대표에 대해서는 "오충일 목사님"이라고 말해 급히 수정하는가 하면, 자신의 형수님이 제주도 출신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손 후보는 자신이 경기도지사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해 제주도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방자치단체장을 해보았기 때문에, 제주도의 어려움도 누구보다 잘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 후보는 연설을 통해 줄곧 경기도지사 시절 업적을 강조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일자리를 74만개 창출했던 점, 제주도의 영어전용타운 건설 모델이 경기도였다는 점, R&D에 3,500억 규모를 투자했었다는 점, 교육에 6,500억 규모를 투자했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 후보는 "이 나라 미래의 좋은 일자리 만들고, 우리나라 선진국 만들기 위한 대통령에 누가 될 수 있겠냐"며 "이명박이 아닌, 손학규"라고 강하게 외쳤다.

손 후보는 "분열과 대결의 시대를 청산하고 대통합의 길로 나가야 한다"며 "진보와 보수를 끌어안고 영호남을 끌어안고 남북을 함께 끌어안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저 손학규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명숙, 제주도민과 공감대 강화...계속된 '명품' 발언에 거부감도

한명숙 후보는 이날 제주도민들이 추석을 앞두고 모둠 벌초에 나서는 날인데 합동유세가 열려, 당이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고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인사를 하는 것부터 연설을 시작했다.

또, 한 후보는 총리시절 자신이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킨 공로로 명예도민증을 받게 되었다는 점을 내세워 제주도민들과의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했다.

한 후보는 여성 후보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내세워 "이 땅의 여성들에게 맏언니로서, 이 땅의 소외받은 이들에게 어머니로서의 신뢰와 믿음을 간직하고 살아왔다"며 "이제 대한민국의 어머니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줄 새 정치를 열기 위해 출마했다"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저 한명숙이 한국 정치의 새 시대를 열어 보이겠다"고 화합과 통합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한 후보는 "제가 승리한다면 여자는 안 된다는 편견, 대세를 쫓는 요행심리, 조직선거에 기댄 구태정치를 깨뜨리고 이기는 것"이라며 "편안한 정치, 통합의 정치 한명숙의 새 정치가 승리한다면 이것이 국민경선의 승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제주도에 농산물유통공사를 만들어야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제주의 청정 농산물을 전국으로 유통시켜 제주의 발전과 함께 국민 건강까지 챙기겠다는 것이다.

또 제주 감귤의 세계적 명품 브랜드화, 비행기 항공료 인하, 제2공항 신설, 명품 영어전용타운 건설 추진 등을 제주도에 대한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한 후보는 이 같은 공약들을 내세우면서 줄곧 '명품'을 강조했던 탓에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강한 반감을 얻기도 했다.

한편, 한 후보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정책노선을 지지하고 계승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시대를 연장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친노 이미지에 묶여 있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한 번도 철새 정치인, 기회주의자에게 승리를 안겨준 적이 없다"며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오락가락하는 후보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손학규 후보를 겨냥했다. 또, 정동영 후보를 겨냥해서는 "난파의 위기에 처한 함선에서 먼저 뛰어 내리는 함장을 믿고 기세등등한 이명박 후보와 싸울 수 없다"며 견제했다.

이해찬, 연설 중 줄곧 표 동냥..."나는 실리주의자다"

이해찬 후보는 스스로 실리주의자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줄곧 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연단에 올라서자마자, 자신의 지지자들이 한명숙 후보의 연설 때 연호했던 점을 거론하며 "이번에는 표를 한 표만 찍는 것"이라며 "지난번처럼 두 표를 찍으시는 줄 알고 연호는 같이 하셔도 좋은데 표는 한 표 찍으니까 호랑이한테 물려 가도 정신을 차려야 된다고 정신 바짝 차리라"고 말해 장내 웃음을 유발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와의 인연이 다른 후보들보다 깊고, 먼저 이어져 왔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가 기획단장을 해서 제주도민과 함께, 제주도와 함께 공무원들을 다 차출하고 정부의 공무원들 다 차출해서 직접 특별법을 만들어 시행시킨 장본인"이라며 "명예도민증은 벌써 나왔다. 한 총리는 저보다 늦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후보는 제주 공항의 면세점을 자신이 만들었다는 점과 제주특별자치도법 또한 자신이 완성한 법이라는 점을 내세워 제주도민의 표심을 자극했다.

이 후보는 연설 중간중간 지속적으로 표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제주도민증은 두 개 있어봐야 한 번밖에 못 받으니까, 표를 달라"며 "표! 이번에는 표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후보는 "9월 12일 제주혁신도시가 처음으로 첫삽을 뜨게 된다"며 "굵직한 차관급기관 9개가 내려온다. 1444명의 직원들이 내려오는데, 가족까지 합치면 5천명 쯤 된다"고 자신의 치적을 부각시켰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서도 "투표는 15일에 한다. 5천명을 제가 보내드렸으니까 5천표는 주셔야 한다"고 거듭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제주도에 대한 공약 사항으로 이 후보는 FTA에 따른 감귤농가, 축산농가의 보호와 85% 소득 보전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른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제2공항 신설 및 인재양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인재양성을 위한 방안과 관련해서는 로스쿨의 제주도 유치를 제시했다.

또, "질 좋은 종합병원을 만들어 연간 3천만 명이 찾아올 수 있는 아시아 최고의 고급 휴양도시를 만들겠다"는 공약과 "10만톤 이상의 대형 크루즈 선이 운항할 수 있는 항구를 확대해 제주도가 크루즈항의 모항이 될 수 있도록 반드시 해내겠다"고 자신했다.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동북아시아 평화체제 군비통제 사무국을 제주도에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경쟁력에 대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말이 있다"며 "이명박한테는 이가인 저밖에 없다. 이에다가 손, 정, 유 붙여서는 승리 못한다"고 자신이 유일한 이명박 후보의 대항마임을 강조했다.

정동영, 연설 내내 개성동영 이미지 부각...서민, 민생 대통령 이미지 보강에도 신경

이해찬 후보에 이어, 마지막 연설자로 나선 정동영 후보는 연단에 오르자마자 "이해찬 총리께서 이명박 후보에 맞설 사람은 이에는 이밖에 없다고 했는데, 이에 정을 박으면 이가 뽑힌다"면서, 말에서는 이 후보보다 한 수 위임을 과시했다.

정 후보는 연설 시간의 대부분을 남북관계, 대북문제 등에 초점을 맞춰 할애했다. 특히,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버시바우 미국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친북좌파 대 보수우파의 대결이라는 표현을 썼던 데 대해서는 "사대주의자뿐 아니라, 말귀도 못 알아듣는 이명박 후보가 어떻게 하늘이 내린 대통령이냐"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정 후보는 친노후보들이 자신에 대해 '의리가 없다'. '난파선을 먼저 탈출했다'는 등 공세를 취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대통합 위기에 빠졌을 때 구조선을 만들었다"며 "구조선 만든 것으로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도 아니었으면 아직 열린우리당은 계속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대통합을 위한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는 "개성공단을 정동영이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것은 사실"이라며, 지속적으로 남북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고생을 겪었던 젊은 시절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와 관련, 정 후보는 "가끔 정동영은 고생 안 하고 자란 사람 같다는 말을 듣는다"면서 "젊은 시절, 시골에서 홀어머니와 어린 동생들과 함께 상경해 평화시장에서 옷장사 하면서 먹고 살았다"고 밝혔다.

서민과 민생경제에 대한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서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뚫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면 정동영이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비정규직, 농민, 중소기업 등 옷 팔러 다녔던 그 심정으로 여러분의 어려움을 풀어드리겠다"고, 서민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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