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 "鄭, 의리가 없다"-鄭, "柳, 딱하고 한심스럽다"...난타전

대통합민주신당 내 앙숙관계 정동영 후보와 유시민 후보간 갈등이 폭발 직전까지 다다랐다. 지난 몇 차례에 걸친 후보자 토론회와 연설회를 통해 이들은 점차 해묵은 갈등까지 꺼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시민 후보는 토론회를 통해 정 후보의 열린우리당 선도탈당 문제를 지적하며 "의리가 없다", "배신이다"라는 등 갈수록 공세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정 후보가 개성공단 유치를 모두 자신의 치적으로 돌리는 데 대해서도 강하게 공격하고 나섰다.

계속된 유 후보의 이 같은 공격에 정 후보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 후보가 개성공단 문제를 거론한 이후로는 캠프 차원에서 정 후보도 적극 반격하고 나선 것.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실용-개혁 이념 논쟁으로 골이 깊었던 두 후보간 갈등이 토론회를 통해 또 다시 전면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시민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합류하면서 개혁성향이 많이 약해진 탓에 또 다시 실용-개혁 논쟁이 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해묵은 감정을 바탕으로 토론회에서는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동영-유시민, 열린우리당 초기부터 뿌리 깊은 갈등

정동영 후보와 유시민 후보의 갈등은 지난 2004년 4월, 17대 총선 당선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열린우리당 2박3일간의 워크숍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당의장이었던 정동영 후보는 워크숍에서 당의 정체성을 중도실용 노선으로 정하면서 개혁파들의 강한 반발을 샀던 것. 개혁당 출신이었던 유시민 후보는 이들 개혁그룹의 반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된 당내 정동영(실용)-유시민(개혁) 갈등은 워크숍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한나라당 박창달 전 의원 사건으로 최고 정점에 이르게 된다.

선거법 위반으로 박창달 전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 동의안을 냈지만,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원내 과반수를 넘고 있음에도 체포 동의안은 부결됐던 것.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30~40명가량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던 것이다.

이로 인해, 정치개혁을 목표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당원들을 바탕으로는 줄 탈당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개혁을 포기하고 실용을 선택했던 정동영 전 의장에게 개혁그룹의 활시위는 자연스럽게 댕겨질 수밖에 없었던 것.

이 같은 개혁과 실용 갈등은 그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당을 뒤흔들어놓을 만큼 지속돼 왔다. 특히, 2005년 당의장과 상임중앙위원을 뽑는 4.2 전당대회에서는 실용과 개혁간 갈등이 폭발하기도 했었다.

당시 정동영 의장 지지자들과 유시민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는 흠집내기식 상호 비방도 난무했었다. 두 사람은 적과의 동침이나 다름없는 오랜 시간을 열린우리당에서 함께 보내왔던 것이다. 최근 대통합민주신당 토론회와 연설회가 진행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갈등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유시민, 멈추지 않는 정동영 때리기..."배신의 정치", "의리가 없다"

유시민 후보의 정동영 후보에 대한 공세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1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제2차 정책토론회에서 유 후보는 정 후보에 대해 "개성동영을 표방하고 계신데, 혼자 다 하신 것처럼 말씀하신다"며 "지나치게 과장광고 아니냐"고 정 후보가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에도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MBC 100분토론에 나와서는 "가끔 정동영 후보를 보면 참여정부는 곶감 항아리로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필요할 때만 와서 하나씩 하나씩 빼먹고 간다. 의리를 안 지킨다는 뜻이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또, 같은 토론회에서 유 후보는 "정치인은 의리가 있어야 한다"면서 "대통합민주신당이 완전한 통합을 이룬 것도 아닌데, 그럼 출마를 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정 후보에 대해 날 세워 비난하기도 했다.

9일, 제주에서 열린 후보자합동연설회에서는 "제주도 분들은 배신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며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없지만, 대통령을 원망하지 않았다. 대통령 인기가 없어서 부당한 공역을 받을 때도 그것을 이유로 대통령 탓을 한 적이 없다"고 정동영 후보를 간접 겨냥, '의리' 문제를 또 다시 꺼내들기도 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유 후보는 "필요하면 같은 편이고 불리하면 비난하는, 그런 배신의 정치는 하지 않겠다"면서 "표가 되면 추진하고 표가 안 되면 망설이는 그런 국민에 대한 정치적 배신을 하지 않겠다"며 정 후보를 '의리 없는 배신의 정치인'으로 규정해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정 후보는 이처럼 번번히 유 후보에게 당하면서도 반격다운 반격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12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유 후보에 대한 전면 선포를 하고 나선 것.

정동영의 반격, "권력에 대한 의리만 추종하면 되는 것인지 딱하고 한심스럽다"

정동영 후보측 대변인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플러스 정치, 플러스 경선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유시민 후보를 겨냥해 비난의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정 후보측이 이 처럼 전면적 반격에 나선 것은 계속된 토론회와 연설회를 통해 유시민 후보의 공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노 대변인은 유 후보가 개성공단과 관련, 정 후보를 공격하고 나선데 대해 "개성공단이 정동영 후보의 브랜드로 부각되면서 이를 시기하고 질투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며 "배가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우리 옛말이 생각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노 대변인은 "다른 후보들은 정동영 후보의 브랜드화한 개성공단 추진력을 흠집 내고 깎아내리려 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유시민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해 "특히, 한 후보는 정동영 후보가 개성공단을 위해 한 일을 과장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투로 따졌는데 이것은 기본예의도 없는 흠집잡기"라고 성토했다.

노 대변인은 특히, "유 후보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합은 옳지 않다. 이것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는데, 유 후보가 우리 후보인지, 딴나라당 후보인지 묻고 싶다"며, 과거 유 후보가 대통합에 반대했었던 점을 문제 삼았다.

이어, "대통합에 대해 다 나가고 10명만 남아도 열린당에 남겠다고 한 것이 유 후보인데, 그러면 열린우리당을 사수했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면서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면 이제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유 후보가 원칙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또, 토론회에 나서 정 후보에 대해 '의리' 문제를 집중 공격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토론마다 의리의리하는데, 권력에 대한 의리만 추종하면 되는 것인지 딱하고 한심스럽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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