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제2의 고건. 정운찬’ 되나

대통합민주신당이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을 외면하고 있다. 문 전 사장은 내달 말 ‘독자신당’ 창당을 공언한 상태지만, 신당추진과정에 발 벗고 나서는 의원들이 없다.

지금까지 공개지지를 선언한 의원은 원혜영, 이계안 의원 등 2명뿐이다. ‘민생모임’ 출신의 제종길 의원도 문 캠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도 모두 통합신당 소속으로, 지난달 5일 획득한 당적을 버리면서까지 ‘문국현 신당’으로 참여하거나 지지하기는 곤란한 상황이다.

때문에 정가일각에선 문 전 사장의 신당 창당 추동력이 현역의원들의 불참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높다. 나아가 ‘고건, 정운찬’에 이어 3번째로 낙마하는 ‘제3후보’로 기록될 것이란 관측도 정가 곳곳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특히 그간 ‘개혁정책연대’를 매개로 관계해온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등 ‘민생모임’과의 관계도 끊어진 상태다. ‘개혁정책 연대는 천 후보가 컷오프에서 떨어지기 전까지 유효했다’(정성호 의원)는 것.

또한 신당내 우호파로 분류되며, 본경선 시작 전 ‘컷오프 면제’까지 제시했던 창조연대 출신들도 문 전 사장의 독자행보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처럼 문 후보는 신당에서 그간 ‘우호-지지그룹’으로 분류되던 세력들에게도 ‘왕따’를 당하고 있다. 문 후보가 주장하는 ‘후보단일화.정치연합’이 신당내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간 문 후보가 신당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문 후보가 신당의 선택을 기다려야할 처지에 놓일 가능성도 높다.

文 지지 선언했던 이계안.원혜영, “‘문국현신당’에 합류하기는 어렵다”

지난 24일 문 전 사장이 출마선언한지 하루 만에 공개지지를 표명했던 원혜영 통합신당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국현 후보에 대한 지지는 어디까지나 그가 신당 경선에 합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문 후보가 끝까지 신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당적을 유지한 채 돕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문 후보를 돕기 위해 ‘문국현 신당’으로 가기 위해선 지난달 5일 획득한 통합신당의 당적을 버려야만 한다.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소리다.

문 캠프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이계안 의원도 18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8월초 신당에 참여했는데, 바로 탈당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누를 단일대오 형성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으로서 4월 총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피력했다.

이어 “신당 소속 의원 20여명 가량이 문 후보와 만났지만, 이들 모두 문 후보의 지지율이 얼마나 오를지 여부를 보고 정치적 선택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들은 당적을 유지하면서 우리당 후보와 문 후보가 단일화를 하는 과정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지금으로선 ‘문국현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낮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나도 추석민심 이후의 문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고려하면서, 전략적 선택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정배, “컷오프 이후 ‘문국현과 개혁정책연대’ 추진 불가능”

이처럼 공개지지를 선언했던 의원들도 당적을 문제 삼아 문 후보 캠프로의 합류를 망설이고 있다. 그만큼 내달 말 창당을 목표로 잡은 문 후보 측의 신당의 추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3%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도 신당의원들의 발목을 잡는 이유다.

그간 ‘개혁정책연대’를 구축하면서, 공고한 관계를 유지한 천정배 전 장관 측에서도 컷오프 탈락 이후, 문 후보의 지지율 추이를 관망할 태세다. 사실상 '개혁정책연대'의 고리가 끊어진 셈이다.

천 전 장관의 지지조직인 민생모임의 대변인이었던 정성호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 사장이 나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고, 내가 먼저 나서 도와줄 생각도 없다”며 “컷오프 전에는 천 장관과 ‘정책적 연대’를 구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후엔 모르겠다”면서 문 후보 캠프 합류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어 “신당소속으로서 외부의 후보를 지지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못박았다.

천 전 장관 측도 이날 통화에서 “우리가 후보자격이 있어야 ‘개혁연대’를 추진할 힘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당 밖의 사람을 돕는 것이나 당내에서 타 후보를 도와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문 후보와 ‘적극적 연대’를 추진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미래창조연대’ 출범 때부터 ‘문국현파’로 분류되던 신당내 시민사회계열도 문 후보의 독자신당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최열 중앙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신당내 ‘창조연대’ 출신들이 더 이상 문 후보와 관련해 할 일이 없다”며 “문 후보가 신당에 참여해 경선을 치렀다면, ‘시민후보’로서 신당의 최종주자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문 후보가 이를 거부했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내비쳤다.

이어 “문 후보에 대한 개인적인 섭섭함도 있다”며 “신당에 참여해, 경선에 ‘창조연대’ 주자로 나서줬다면, 시민사회진영의 개혁적 목소리를 본경선에 더욱 반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런 맥락에서 추석을 지나 내달 15일 신당의 본경선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신당의 최종 후보와 맞서는 지지율이 나오지 않는다면, 문 전 사장은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신당 측 반응에 대해 문 캠프 관계자는 “당초 독자신당을 추진할 때부터 정치권인사들에게 문호를 폐쇄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다 참여하리라고 보지도 않았다”며 “문 후보는 계획대로 내달 말을 목표로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며 “기성정치그룹이 아닌 기업인.전문가 집단 등 새로운 세력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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