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성적표’ 통보...‘계량화 공천’에 의원·당협위장 ‘옥죄’

한나라당이 18대 총선 ‘공천시스템 개혁’ 작업이 본격화 되면서 추석을 앞두고 당 소속 의원들을 옥죄고 있다.

당 여의도연구소가 최근 전국 234개 당원협의회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 각 지역 선거구별로 이명박 대선후보와 당 지지율에 대한 조사 결과가 담긴 ‘성적표’ 때문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이 각 지역별 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내년 총선 공천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만큼 ‘성적표’로 당 소속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는 긴장감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

이러한 성적표는 한나라당이 지난 8일 계량화 되고 객관화된 자료를 근거로 이를 점수로 환산해 18대 총선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이른바 ‘계량화 공천’ 방침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론 이번 대선을 중앙당 차원이 아닌 시·도당을 중심으로 바닥 민심을 집중 공략한다는 대원칙을 세운만큼 각 지역별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렇더라도 당의 공천개혁 방침 이후 받는 성적표이니 만큼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은 뒤숭숭해 하는 모습이다.

이번 성적표에는 해당 의원이 속한 시도별 의원 사이에서의 순위를 비롯, 자기 지역구 유권자들의 이 후보 지지율을 성별·연령별·직업별·소득별·종교별로 분석한 내 등이 들어 있다. 영남 지역과 호남 지역 조사 결과는 이미 각 지역 의원 및 당협위원장들에게 통보됐고, 충청·강원 수도권 지역은 추석 이후에 실시될 예정이다.

게다가 당 지도부가 소속 국회위원들에게 추석연휴기간 이 후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민생탐방’ 엄명을 내렸고, 당 지도부도 ‘국민 속으로’라는 민생탐방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민생 현장에서 뛰기로 했다. 이로인해 일부 소속 의원들은 갑작스레 예정에 없는 행사를 마련하는 등 자신의 지역내 지지율 성적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여론조사 공천 반영에 “그럼 인기 높은 연예인이 국회의원 해야지”

이번 여연의 조사 결과가 알려지면서 의원들과 당협 위원장들에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초 예정에도 없는 행사 일정을 마련하는 등 지민들에 대한 스킨쉽 강화를 주려하는 한편, 목표관리제를 통해 자신의 조직책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성적표가 차기 공천 심사에 큰 영향일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만약 이러한 여론조사가 대선승리를 위한 전략적인 참고 사항일 뿐 차기 공천 심사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당내 분란이 야기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내심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눈치다.

영남지역 한 의원은 21일 <폴리뉴스>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떤 활동에 대한 노력의 평가의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여기에 의존해 공천에 결정적인 요소로 사용된다면 승복을 못한다든지 이런 부작용이 생긴다”며 “어떻게 (여론조사)이것을 가지고 공천심사로 활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이번 성적표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독려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어 “경우에 따라서는 지지율이 3개월 높아졌다가 낮아질 수도 있고, 낮은 지지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라며 “만약 지지율 1위지역과 2위지역이 미세한 차이는 없는데 (여론조사를 실시할)그 무렵 상황에 따라 어느 한 지역이 (지지율이)떨어질 수 있다”고 계량화 공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수치에 의존해서 어떤 결정하게 되면 분명 (공천 심사 과정에서)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낸 뒤, “(여론조사)평가를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평가를 받는 것은 괴로운 일”이라고 이번 성적표를 통보받은 데 대한 심경을 나타냈다.

영남 지역 한 당협위원장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여론조사가 공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만약 그렇다면 이는 지역에서 인기가 없느냐, 있느냐는 문제로 결국 인기가 없으면 못준다는 것으로, 너 아니라도 할 사람 많다는 얘기”라며 "공천 기준이 여론조사만으로 하면 연예인이 국회의원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 잣대로 (공천 심사를)한다면 할 수 없이 따라야 하겠지만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각 지역별 여론조사는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 지역에서 잘하고 열심히해라 라는 그런 의미로 본다”고 말했고, 영남 지역 한 당협위원장도 “대선에서의 하나의 참고자료이자 의원들을 독려하게 위한 것이지 공천에 결정적으로 쓰일 수는 없다”며 이날 통화한 영남 의원과 동일한 입장을 나타냈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경기도 친이계 한 당협위원장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과거 대선때 보면 지구당 위원장들이 부지런히 (활동을)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지역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독료차원에서 (여론조사)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보고 참고로 하겠다는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강한 불만도 나타난다. 한 당협위원장은 “수치로 사람을 판단하겠다는 것부터 잘못된 발상”이라며 “정치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