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미투운동 사형선고…처벌 법적 근거 마련해야"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정치권 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아울러 재판부가 판결 근거 중 하나로 ‘현행법체계의 한계’를 언급하면서 비동의간음죄 도입에 대한 움직임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정치권 비난 봇물…"미투운동 사형선고"

안 전 지사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14일 정치권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입장이 쏟아져나왔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사실상 미투운동에 사형선고"라며 "이는 사실상 어떠한 미투도 법적인 힘을 가질 수 없다고 사법부가 선언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국민여러분에게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안희정 전 지사는 본인 때문에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받았다는 여성에게는 뻔뻔하게도 사과 한마디 남기지 않았다. 안 전 지사의 무죄판결을 보며 대한민국 곳곳에서 안도하고 있을 수많은 괴물들에게 면죄부를 준 사법부의 판결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도 "이번 사건으로 사법부의 한계는 뚜렷이 나타났다. 관행상, 판례상 법 해석의 테두리를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는 지금과 같은 법체제하에는 동일한 성범죄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나도, 처벌받을 일이 없다는 말이다. 결국 조직 내에서 권력을 가진 이가 위력을 행사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대단히 인색한 접근"이라며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이 '미투 운동'에 좌절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이제 1심 재판이 끝난 상황이므로 향후 진행될 재판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관련 단체를 통해 소송 등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판결로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미투(#MeToo) 운동' 또한 폄훼되지 않고 지속되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비동의간음죄 발의 움직임 확산

안 전 지사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판결 근거로 '위력'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과 현행 법체계의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계에서는 자성이 목소리와 함께 비동의간음죄를 도입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동의간음죄란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로,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으로 간주하는 법이다. 이미 영국, 독일, 스웨덴 등에서는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16일 상무위원회의에서 이번 결과를 두고 "정치권도 반성해야 한다"며 "미투운동 직후 말은 무성했지만 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조차 못했고 결국 사법부의 퇴행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의 성폭력 면죄부 발행을 막기 위해, 폭행과 협박에 의해 강요된 성관계만 강간죄로 처벌하는 현행 형법을 개정하고, 동의하지 않는 성관계를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며 "故 노회찬 원내대표가 ‘비동의 강간죄’와 함께 성폭력범죄에 대한 포괄적 처벌강화를 위한 법안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조속한 법안 발의를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도 같은 날 원내정책회의에서 "여가위 위원으로서 그동안 우리 국회가 무엇을 했는지 반성한다. 미투 법안을 단 한건도 처리하지 못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이번 8월 임시 국회 그리고 정기국회에서 미투 관련 법안 통과와 함께 위력에 의한 간음에서 입법 미비가 무죄 판결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법적 근거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SNS를 통해 "1심 판결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는 만큼, 사회의 일반적 생각이 가야될 방향과 아직 거리가 있다면 서둘러 입법적 영역에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노 민스 노 룰, 예스 민스 예스 룰(No Means No rule, Yes Means Yes rule)의 도입 및 제대로된 활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 또한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재판부는 판결의 책임을 현행법상의 한계로 인한 ‘입법의 몫’으로 미루었으나, 자신들의 협소한 법해석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핑계에 불과하다. 이번 판결은 여성들에게 ‘성범죄 피해는 있지만, 증거가 없으니 가해자는 없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재판부는 적극적 법해석을 통해 수많은 성범죄 피해자의 용기에 정의롭게 응답해야 한다"면서 "향후 법률의 한계는 입법활동을 통해 보완할 것이며, 미투운동이 지속되고 성폭력 문제가 끝가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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