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국제사회 협력 필요…여건 조성되면 경협 속도 낼 것”

남북 정상이 지난 19일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 간 경제협력  관련 내용도 담겼다. 올해 안에 철도와 도로를 잇는 작업에 착수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등을 조성하자는 것이 골자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남북 정상이 지난 19일 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 간 경제협력  관련 내용도 담겼다. 올해 안에 철도와 도로를 잇는 작업에 착수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등을 조성하자는 것이 골자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에는 경제, 동해에는 관광 특별 구역을 만들고 올해 안에 철도와 도로를 잇는 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남북 간 경제협력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풀어야 현실화할 수 있는 사안이 많지만 남북은 우선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경협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평양 영빈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은 두 정상이 지난 4월 27일 내놓은 ‘4·27 판문점선언’보다 더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남북경협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남북경협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평양공동선언은 다섯 달 전 판문점 선언보다 진일보했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경협에 대해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며 일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적고 있다.

지난 2007년 남북 정상이 발표한 10․4 남북정산선언에는 경협 투자 장려, 기반시설 확충과 자원개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판문점선언은 사실상 이러한 과거 합의를 적극 추진하자고 합의한 정도였다.

19일 발표된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의 남북경협 부분을 좀 더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선언문에서 남북 정상은 올해 안에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조건이 마련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을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을 협의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조건이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리는 상황을 의미한다. 미국이 내건 대북 제재 해제 조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다.

선언문에 따르면 가장 빠르게 추진될 남북경협사업은 철도와 도로 부문이다. 남북 정상이 ‘연내’라고 착공 일정을 언급한 데다가, 북측 구간이 아닌 남측 구간 연결 공사는 예산만 편성되면 대북 제재가 완화되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남북 간 철도·도로 중 남측 구간의 연내 착공이 유력시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회 업무보고에서 동해선 철도 남측 단절 구간과 경의선 고속도로 남측 구간의 연결을 위한 사업 절차를 하반기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해선 남측 구간인 강릉∼제진(104.6㎞) 구간과 경의선 고속도로 남측 구간인 문산∼개성(11.8㎞) 구간이다. 정부가 추산한 총사업비는 동해선 철도 남측 구간 2조3490억 원, 경의선 도로 남측 구간 5179억 원이다.

앞서 지난달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식에서 “철도·도로의 연결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이라며 남한·북한·일본·중국·러시아·몽골 등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하기도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와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건 대북 제재 완화가 선제 조건이다. 당장 사업을 진행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남북 정상이 선언문에 이러한 내용을 직접 명시하면서 남북경협에 대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2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박근혜 정부가 가동중단을 결정한 이후 북한이 폐쇄했다. 금강산관광은 지난 2008년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총에 맞아 숨진 이후 중단됐다.

서해경제공동특구와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계획은 문 대통령의 대북경제정책인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은 동해권·서해권·중부권(비무장지대) 등 한반도를 3개 권역으로 나눠 개발하겠다는 정책이다. 동해권은 에너지·자원 중심, 서해권이 산업·물류·교통 중심, 중부권이 환경·관광 중심이다. 

선언문에 따르면 남북 정상은 서해에는 개성공단 같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특구를, 동해에는 금강산을 비롯한 관광지를 중심으로 하는 관광특구를 조성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과 비교해보면, 관광특구 조성 권역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경제와 관광 등 두 축으로 남북 경협을 추진하겠다는 틀은 같다.

앞서 광복절 경축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통일경제특구’ 구상을 내놓기도 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남북 경협에 대해 “국제사회의 협력도 필요하고 북한 제재에 관한 문제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차분하고 질서 있게 준비할 것”이라면서도 “여건이 조성되면 남북 경제협력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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