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분리법인, 다음달 3일 분할 등기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12일 오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면담을 위해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12일 오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면담을 위해 국회 본청 원내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한국지엠의 연구법인과 생산법인 분리를 놓고 노사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에서 꺼내진 한국시장 철수론이 법인분리 문제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7월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지엠에 대한 5000만 달러 규모의 신규투자 계획과 함께 연구법인 분리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제품 개발 업무를 집중 전담, 국내 연구개발 센터의 위상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한국시장 철수 의혹에 대해 “한국지엠은 64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생산능력을 증대했다”며 “수출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글로벌 신제품 두 개 차종을 배정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GM 테크니컬센터코리아’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연구법인 분리가 완료되면 임직원 1만3000명 중 연구직 등 3000명은 새 법인으로 이동한다. 사측은 오는 30일 법인을 분할하고 다음달 3일 분할 등기를 마칠 계획이다.

당시 주주총회에 2대 주주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참석하지 못했다. 법인분리를 반대하는 노조가 주주총회를 무산시키려 부평 본사 사장실 입구 등을 봉쇄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노조와 한국지엠에 대해 각각 업무방해 혐의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다.

<사진=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 <사진=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노조는 강하게 반대하며 연구법인 분리가 지엠의 한국 철수를 위한 포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한국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노조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노조는 법인 분리 반대 총파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결정으로 쟁의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한국지엠 부평 본사가 있는 인천시 부평구를 지역구로 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강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국감에서 “한국지엠이 법인을 분리하더라도 한국에서 10년 내 철수할 수 없을 것”이라 밝히며 한국지엠 경영정상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8일 산업은행은 산업은행·한국지엠·노조의 미래발전 협의체를 구성하는 3자 대화를 제안했지만 노조와 사측의 입장차로 무산됐다.

한국지엠은 3자 동시 대화는 건설적인 대화 진전을 방해할 수 있으니 노조를 배제한 양자 간 대화를 역제안했고, 노조는 경영정상화 합의 내용을 공개하고 한국지엠에 대한 산업은행의 지원금 지급을 잠정 중단하는 등 구속력이 담보되는 협의체를 약속해달라고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3자 협의체 구성이 무산된 것은 유감”이라며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 간 대화를 통한 신뢰 회복이 어떤 방식으로든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의 부진한 경영 실적이 철수설에 불을 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지엠의 최근 5년간 누적적자는 2조5000억 원으로 올해도 1조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올해 1월에서 10월까지 내수 판매량은 7만459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176대보다 3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출 역시 12.5% 하락한 38만1826대를 기록했다.

산업은행이 한국지엠에 남은 지원금 4050억 원을 미지급 할 경우 한국 철수가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GM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호주 정부로부터 약 20억 호주달러(1조7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지만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자 홀덴 공장을 바로 폐쇄했다.

지난 8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4050억 원이 미지급되면 한국지엠이 향후 10년간 한국에서 생산·투자한다는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된다. 당장 내일 철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5월 GM과의 계약으로 지원하기로 한 8100억 원 가운데 4050억 원을 집행했으며, 다음달 31일까지 나머지 절반을 지급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전문가로 통하는 메리 바라 GM 회장의 행보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메리 바라 회장은 한국지엠 노조의 면담 신청에 서신을 통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는 인도네시아·인도 철수, 오펠 매각 등을 과감하게 결정했기에 노조 측의 의견을 수용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의 법인분리가 한국에서의 철수로 이어질 지 단정지을 수 없지만, 경영 악화가 이어진다면 철수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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