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국내외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서도 우려를 갖고 있다고 본다. 가계의 살림살이도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가운데 이달 초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의 일본 경제보복은 정치적 문제에서 나온 것이라지만, 정치적이든, 군사적이든 그 이유와 원인을 논하기 전에 이웃국가가 이 시점에도 우리의 위협과 불안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군사적인 문제 때문에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뼈아픈 경험을 해오고 있다. 이를 단순하게 사드만의 문제로만 국한해서 봤다면 교훈을 얻었다고 볼 수 없다.이런 점에서 보면, 어떤 교훈을 얻었고 교훈에서 무슨 대안을 준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군사적 측면만이 아니라, 종합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어떤 준비를 해오고 있는지 의심이 없진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최근 일본이라는 선진국이 반시장적이고 반국제적인 규제로 우리를 위협하면서 정치∙경제적으로 압박해오고 있다. 일본은 국내산업의 약점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위협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하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경제적 위협은 언젠가 있으리라 막연히 예상해 왔다. 하지만, 그 동안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 틀림없는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연한 예상과 막연한 기대로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는 것은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3개품목의 보복에도 이렇게 급소를 맞은 듯 놀라고 있다는 것은 이를 충분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일본은 우리의 경제적 약점을 언제든지 위협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건만, 이런 상황에 당하는 순간까지 우리는 거의 무방비였다. 아무런 준비 없이 당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는 일본에게 큰 무역적자를 당하고 있으면서도 막연한 예상과 막연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오늘과 같은 사태를 맞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를 우리 스스로 깊이 묻지 않으면 안된다. 준비를 안 했다는 것은 알겠지만, 이제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우리는 태생적으로 외부의 위협에 너무 안일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모두가 치열한 내부투쟁에만 열중한 나머지 외부의 위협과 대비에는 너무 소홀해 왔다고 보는 것이 무리가 없을 듯 하다. 우리 사회 전반에 개별기업 차원, 특히 재벌이나 대기업차원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자 부분적으로 노력을 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 차원의 정치∙경제∙군사 등의 시각에서 체계적으로 국가위협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검토, 구체적 플랜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세계 10대 교역국에 들어갈 정도로 경제가 발전하고 규모를 갖고 있지만, 전략적 차원에서 미래를 고민하고 얼마나 준비했는지를 생각해 볼 문제다. 최상위 경쟁국들과 경쟁하면서 전략적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처지를 맞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산업분야의 기초가 얼마나 튼튼한 가에 대해서도 늘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해 왔다. 다만 심각하게 대안을 모색하지 않았고, 단기적 이익에만 집중한 것이 이번 일본의 산업보복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그대로 노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산업분야만 그럴까? 정치, 경제, 금융 등 전 부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금융분야의 한 전문가는 외국세미나에 가보면 국내 전문가의 토론을 보기 어렵다고 한다. 국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외부의 자리에만 관심이 높다면서 이를 한탄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외부 경쟁력은 키우지 않고 편협한 내부 경쟁력만 키워왔던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의 실상이고 현실이다.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연구보다 관료나, 권력, 정치에 기웃거리며 편히 살기만 하려는 부류가 주류의 모습이라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실은 금융만이 아닐 것이다. 정치는 어떤가? 국가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오로지 집권싸움만 하다 보니, 번번이 외부의 국가와 기관으로부터 오늘처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고통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오늘도 ‘네 탓 공방’으로 날을 새우고 있다. 지금의 잘못이 이재용, 최태원 회장의 잘못이라는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 두 사람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위기는 바로 정치권에 더 책임이 있기 때문에 훨씬 더 크게 곡 소리 내며 반성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는 의미다.

경제보복의 위기는 현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 위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지도층은 먼저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국민의 통합과 단결로 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십을 보여주려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과 같은 행동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 국회, 고위관료 등 지도층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통합에 나서는 행동을 경쟁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한심한 이분법 계산방식으로 서로를 몰아세우는 대립으로는 더 큰 보복을 당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은 보다 냉정하고도 지혜롭게 지도층에 대해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아야 할 상황이다.

조남희(금융소비자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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