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인 홍콩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가 12일에 이어 13일 또 다시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고 시위를 벌이면서 항공대란이 사흘째 이어지며 13일 운영이 재개됐던 홍콩국제공항이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수백편의 항공편을 취소했다.

13일 오후, 검은 옷을 입은 수천 명의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 출발장으로 몰려들어 출국장 게이트를 봉쇄했다.

결국 홍콩국제공항 측은 현지시간으로 어제(13일) 오후 4시 30분 이후 출발하는 모든 항공편의 체크인 업무를 중단하고 출국장을 폐쇄했다.

외신에 따르면, 홍콩 공항은 이날 오전 운영을 재개했으나 오후가 되자 시민 수백명이 다시 공항으로 모여들었다.

이후 시위대 수는 수천명으로 늘어 오후 2시50분쯤 제 1터미널 출국장의 탑승 수속 지역을 봉쇄했다. 오후 4시30분에는 제 2터미널의 출국장도 시위대들이 점거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가 격화하면서 홍콩 국제공항이 일시 폐쇄되는 사태까지 빚어지자 중국 정부가 본토의 무력을 동원해 진압하는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장기화하는 홍콩 시위 사태를 홍콩 경찰력만으로 진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과 더불어 홍콩 사태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위상과 중국 지도부의 입지를 갈수록 좁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이 미국을 배후 세력으로 지목하고 시위 장기화로 인한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향후 본토의 무력 개입을 위한 명분 만들기가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해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홍콩 시위 사태가 갈수록 커지자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가 중국 중대 현안의 해결 방향과 노선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는 본토의 병력 투입을 통한 무력 진압 여부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콩 시민들이 2019년 3월 31일부터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며 전개한 시위로, 6월에는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로 확산됐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이와 같은 대규모 시위에 6월 15일 법안 잠정 중단 방침을 밝혔으나, 법안 완전 철폐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반중국 성향으로 확대되며 계속 이어지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로, 2019년 3월 31일부터 시작돼 송환법 2차 심의를 앞둔 6월부터 참여 인원이 대폭 늘며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특히 6월 9일에는 주최 측 추산 103만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으며, 이와 같은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홍콩 정부는 6월 12일 2차 심의를 미뤘고, 6월 20일로 예정됐던 개정안 표결 처리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범죄인 인도법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은 영국, 미국 등 20개국과 인도 조약을 맺었지만 중국과는 이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해당 법안은 2018년 2월 대만에서 벌어진 홍콩인 살인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20대의 홍콩인 남성이 대만에 같이 갔던 홍콩인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돌아왔는데, 홍콩법은 영국식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타국에서 발생한 살인죄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처벌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2019년 초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대만뿐 아니라 중국·마카오 등에서도 용의자를 소환하도록 했다.

이에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부당한 정치적 판단을 바탕으로 홍콩의 반중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해당 법안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로 해당 법안이 있기 전인 2015년 10~12월, 중국 공산당 내 권력 암투나 지도층 비리를 다룬 금서들을 출판·판매해오던 홍콩 코즈웨이베이 서점의 주주와 직원 5명이 잇따라 실종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당시 실종됐던 5명 중 1명이 2017년 '중국 선전에 갔다가 납치돼 감금·조사를 받으며 허위자백을 강요받았다.'고 폭로하면서 그 전모가 드러난 바 있다.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는 갈수록 노골화되는 중국의 내정간섭으로 홍콩의 자유와 민주체제가 위협받는 것에 대한 불만이 해당 법안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될 때, 중국 정부는 서구식 민주주의 체제가 익숙해진 홍콩의 자치권을 50년 동안 보장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6년간 오히려 홍콩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됐고, 이에 홍콩 시민들의 불만도 높아져 갔다. 예컨대 시진핑 정권은 후진타오 주석 시절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을 뒤집기도 했다.

당시 이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은 그해 9월부터 79일간 도심을 점거한 채 완전한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나(우산혁명), 끝내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에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이후 중국 본토의 막대한 자금이 홍콩에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고, 홍콩으로 몰려든 중국인들이 저임금은 물론 고임금 일자리까지 잠식하면서 홍콩인들의 불만을 가중시켰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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