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은 부활하고 매카시즘은 죽지 않는다"
조국 대한민국에서 코카시즘(한국판 매카시즘)을 불러내는 사탄의 주문

Joseph Raymond McCarthy
▲ Joseph Raymond McCarthy

"'논증'을 동원할 경우 우리의 투쟁 전체가 오히려 원수의 확고한 기반이 되어 버린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논증이라는 행위는 잠자고 있는 환자의 이성을 흔들어 깨우는 거나 다름없는 짓이야. 일단 이성이 깨어난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느냐? 그때그때 드는 생각들이야 어떻게든 그 흐름을 비틀어서 우리에 게 유리하게 끌어올 수 있지만, 네 환자는 그런 사고의 과정을 통해 찰나적인 감각적 경험의 흐름에서 눈을 돌려 보편적인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치명적인 버릇을 들이게 될 게다. 그러니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시선을 감각적 경험의 흐름에 붙들어 두어야 해. 그것이야말로 '실제의 삶'이라고 믿도록 가르치되, '실제'가 무슨 뜻인지는 절대 묻지 못하게 하거라"

 C.S.Lewis 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중에서 삼촌악마가 조카악마 스크루테이프에게 환자(인간)을 사로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장면이다. 

'마녀사냥'이란 것도 악마의 인간 지배원리와 이어져 있다. 500여 년 전 유럽 사회에서 그리스도교 이외의 어떤 사상과 움직임도 용납할 수 없었던 시대. 백성들의 원망과 저항을 '마녀'라는 이름으로 대량의 '희생양'을 생산하던 때. 희생양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학살'에 가까운 광란과 광기의 시절. 한쪽으로는 '배제'하면서 한편으로는 '통합'하겠다는…

오래되지 않은 옛날 일이라 '요셉 매카시Joseph Raymond McCarthy라는 한 어메리칸을 기억할 지 모르겠다. 20세기 지구는 열전과 냉전을 가파르게 통과하고 있었고 이념과 분단체제 아래 인류는 피의 투쟁으로 지옥의 행렬을 잇던 때였다. 1950년 한국전쟁,  중국공산당과 국민당, 동유럽이 적화(?)된 것이 모두 어메리카 '내부의 적' 때문이라고 우기는 자가 매카시였다.

매카시는 선동하기 시작했다. "내게 미국 내부의 적들의 명단이 있다." 이 메시지는 당대 미 국민들의 불같은 관심을 끌었다.  민주당도 금방 매카시의 대열에 동참했다. 자신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매카시가 던진 '내부의 적'이라는 불씨 하나가 공산당, 공산주의, 반공산주의, 빨갱이라는 화염으로 공화당 민주당 보스턴에서 샌디에고까지, 앵커리지에서 마이애미... 미 전역으로 미친듯이 휘몰아쳤던 것이다.
 
청문회에 유명한 거물(?)들이 '빨갱이 혐의'로 불려 나왔다. 우리의 귀에 익숙한 '마셜 플랜' 정책입안자 조지 마셜 전 국무장관, 원자폭탄 개발의 주역  오펜하이머도, 미 국무부도, 연방정부도, 기업과 사회단체도, 매카시의 '소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타자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똘똘 뭉쳐진 매카시의 선동은 드디어 미국 사회와 이웃을 불신과 의심의 늪을 넘어 빨갱이 히스테리와 집단광기로 빠뜨려버렸다.
"혹시? 빨갱이 아냐?".
이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잠재우는, 어처구니 없는 시절이었다.

전 세계적인 반공산주의 광풍을 일으킨 매카시의 선동 원리는 매우 단순하다.  '살짝 비틀기' 즉 왜곡, 그리고 '무한증폭시키기'라는 과장. 사실 요셉 매카시가 발표한 '스파이 명단'이란 것도 FBI가 이미 조사해놓은 자료였는데, 그 원본에 '사회주의자'라고 기록된 것을 '공산당원'으로, '러시아계'를 '러시아인'으로, '가능성이 있다'를 '확실하다'는 식으로 살짝 비틀어 놓았을 뿐이다. 그리고 목소리 높여 외치고 또 외친다. 무한 반복 재생하는 것이다.

기독교 바이블에는 '정곡을 비껴가는 것-하마르티아', '의도적왜곡', '진리를 살짝 비껴가기'를 <죄>라 하고,. 이 죄를 추동하는 자를 <악마>라 규정한다.

"선동의 가장 큰 적은 '지식인 주의'이다."

나찌 전범, 히틀러의 2인자, 파울 요세프 괴벨스가 한 말이다.

그리하여 마녀사냥은 부활하고 매카시즘은 죽지 않는다. 이들은 언제든지 '반지성주의 토양'의 낌새가 보이기만 하면 빠르고 미친듯이 덤벼들어 모두 먹어치우거나 깊은 상처를 남긴 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라진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엉이바위가, 2014년 통진당에 대한 기억들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왜일까?

지금 대한민국이 그 잔인한 '야수의 아가리' 속인 듯하다. 짐승의 혓바닥 위에서 이리저리 놀림을 당하는 형국이다. 전쟁과 분단을 경험한 우리는, 아직 진행형인 분단체체 속의 대한민국은 "이적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사회주의를 따르는 자체가 범죄다"라는 매카시즘 씨앗이 너무도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이다. 

사상의 자유, 양심,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인권 등등을 오랫동안 누려보지 못한 대한민국은 '남파간첩' '강남좌파' '사노맹' '좌빨'과 같은 언어가 '사탄의 도구'로 여전히 유효하고 언제든지 얼마든지 마녀사냥과 매카시즘은 부활할 수 있다. 어쩌면 매카시즘은 우리가 소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항을 한 조국은 안되고, 가만히 있거나 동조한 당신은 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시민을, 우리의 역사를, 미래에 대한 열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당신 자신부터 되돌아 보시라"

은수미 성남시장이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 연루를 거론한 '야당 정치인'을 향해 한 말이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당시 고문 후유증으로 감옥에서 소장과 대장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결핵이 후두로 번져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세계인권감시기구인 국제앰네스티(국제사면위원회)는 1994년 7월 '94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불공정한 재판을 받았거나 가혹행위를 받은 정치범 및 양심수'로 사노맹 관련자들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역시 사노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던 당시 국제앰네스티에서 정하는 '올해의 양심수'로 선정된 바 있다.

왜 이토록 반대하는가?
왜 이토록 많은 기사를 쏟아내는가?
왜 이토록 엄청난 '검사질'을 해대는가?

정말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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