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정당 없다” “모르겠다” 38.5%
문대통령·조국 부정적 여론에도 정당 지지율에는 큰 영향 안 미쳐
‘민주당 한국당’ 무당층 잡기 사활, 소수정당들도 ‘무당층’ 흡수 기대
유승민 안철수 중심의 새로운 ‘제3지대 태동’ 가능성도 거론
‘조국 정국’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정치권은 ‘조국 정국’이 민심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이 7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민심 흐름에 애를 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조국 정국’ 과열로 인해 진영 대결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을 선택하지 않은 무당층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야는 총선 승패를 가를 무당층 민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칸타코리아가 SBS의 의뢰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26명을 상대로 실시해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현재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하거나 “모르겠다”고 한 무당층이 전체 응답자의 38.5%였다.
칸타코리아‧SBS의 지난 5월(7~8일) 조사에서 무당층이 38.2%였던 것에 비해 0.3%포인트 오른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관의 8월(12~13일) 조사에서는 무당층이 44.6%로 집계된 것에 비해서는 하락한 것이다.
이는 8‧9개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명하면서 ‘조국 정국’이 정국을 뒤흔들면서 각 정당의 지지층이 결집하고 무당층은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칸타코리아‧SBS의 5월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2.2%였다가 8월 조사에서는 30.8%로 하락했지만 9월 조사에서는 31.3%로 다시 0.5%포인트로 올랐다.
한국당 지지율은 5월 조사에서 16.8%였으나 8월 ‘조국 정국’이 막 시작됐을 무렵에는 15.8%로 1%포인트 하락했다. 이후 한국당은 ‘조국 정국’이 한차례 휩쓸고 간 이후에도 크게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9월 조사에서 18.8%로 3%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이와 함께 제3의 정당인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크게 변화가 없었다. 지난 5월에는 4.3%, 8월에는 2.5%, 9월에는 4.1%였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를 선택하지 않은 무당층이 바른미래당으로도 이동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음에도 ‘인물’ 지지도가 정당 지지율로는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각 진영 결집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의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칸타코리아‧SBS의 9월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5.1%로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 51.6%보다 6.5%포인트 낮게 나왔다
같은 조사에서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3.0%로 ‘임명에 찬성한다’ 43.1%에 비해 9.9%포인트 높았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민주당과 한국당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은 무당층이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년 총선에서 무당층의 향배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 민주당, ‘민생’ 강조하며 ‘조국 정국’ 국면 전환 시도
투쟁 강도 높이는 한국당도 “무당층 한국당이 흡수할 것”
이같은 여론 흐름으로 인해 민주당은 ‘조국 블랙홀’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생’을 내세우며 국면 전환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가족 일가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임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삭발 투쟁까지 벌이며 ‘반문반조(反文反曺)’ 투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석 민심에 드러난 국민의 요구는 시작도 끝도 모두 민생이었다”며 “국회 또한 오직 민생으로 화답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에 부응해 이번 정기국회를 민생으로 일관하겠다. 민생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해 매진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한국당은 국민을 도외시한 정치투쟁, 정쟁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당층의 한국당 흡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저는 무당층이 늘어난 것이 매우 고무적이고 여기서 저희 한국당이 더 개혁과 혁신의 모습을 보인다면 그 지지를 모두 흡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우리 의원들이 더 사활을 건 정기국회에서 투쟁을 통해서 무당층을 한국당이 흡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반드시 흡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무당층의 존재는 정계개편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심리적 분당 상태로 여겨지는 바른미래당의 경우도 여론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경우는 한국당 출신인 바른정당계가 보수대통합 국면에서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에 바치려고 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손 대표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국민들이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는 양대 정당에 염증을 느끼면서 ‘제3지대’ 정당의 태동을 바랄 것이라며 ‘제3지대 빅텐트론’을 주창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의 공동 창업주라고 할 수 있는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의원이 민심의 흐름을 지켜본 후 한국당과 손을 잡지 않고 제3지대 새로운 신당 출범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평화당에서 탈당해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도 내심 무당층을 흡수할 경우 승산이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손학규 대표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서 “단순히 조국 때문에 (야권이) 연대한다고 중간층이 우리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대안 세력으로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 ‘무당층’ 향배 가를 변수로 ‘한국당 대여투쟁’ ‘새로운 제3지대 신당 태동’ 등 거론
정치전문가들은 ‘무당층’의 향배를 가를 주요 변수로 한국당의 ‘대여 투쟁’ 성공과 새로운 ‘제3신당’ 출연 가능성을 꼽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17일 ‘폴리뉴스’ 통화에서 “무당층에는 친야 성향이 숨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 움직일 것인데 한국당으로 갈 것이냐 제3당으로 움직일 것이냐가 핵심적 문제다”라며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4월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창당됐는데 그때 무당층이 국민의당으로 많이 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무당층이 10월에서 11월 정도까지 정치 지형 변화를 관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무당층이 갑자기 급격하게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당이 대여투쟁에 서서 보수통합의 기수가 돼서 무당층을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냐를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당이 아닌 새로운 중도보수 제3지대 정치결사체가 출범할 경우 그쪽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분명한 것은 중도층의 표심이 한국당으로 가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라며 “‘문재인 정부 너무한다’ ‘딱히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중도층들의 마음을 한국당이 잡지는 못할 것 같다. 제3당의 부상 가능성 등이 오히려 관심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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