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심한 모욕감 느껴…탄핵 제대로 추진해야겠다”
김연학 부장판사 “이수진,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이름 오른 적 없어”
법조계 “우리와 같은 판사였다는 것이 부끄럽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송희 기자] 이수진(초선·서울 동작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다음 주부터 (법관 탄핵 관련) 자료들을 요청할 것”이라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에 대한 탄핵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 “오만한 발상”이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당내 다수 의견 또한 당장 추진할 일이 아니며, 자신이 직접 관련된 일을 가지고 탄핵을 말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께서 민주당에 180석 (현재는 177석)을 이뤄준 이유가 ‘제발 사법부 좀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해 달라’는 뜻이란 걸 이제 제가 알게 됐다”면서 “국회에 와서 이제는 (사법부를) 제대로 견제해야겠는데 그 방법이 탄핵밖에 없다. 그래서 탄핵은 제대로 추진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날(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김연학 부장판사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어처구니가 없다. 심한 모욕감까지 느낀다. (김 부장판사)는 양승태 사법 농단 사태의 잠재적 피고인이자 법관 탄핵 검토 대상 1순위자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앞서 3일 김연학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의원이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적 없다”며 “이수진 부장의 2016년 판사 평정표에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이 다른 직원보다 떨어진다’는 내용이, 2017년 정기인사 정책결정 문건에는 ‘주 1회 정도만 야근한다’는 등 부정적 내용이 많이 기재된 걸 기억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2015년 2월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임명됐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년 만인 2017년 2월 지방법원으로 전출됐는데, 이를 두고 이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의 ‘법관 블랙리스트’에 올라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이 의원을 인재영입하면서 사법농단의 피해자로 소개하면서 이 의원은 이번 4·15 총선 서울 동작구을에서 4선의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민주당 “개인적 감정 개입 부적절”

진중권 “애먼 사람 부역자로 몰아 잡겠다는 것”

법조계 “이수진 블랙리스트 나올 판”

서울 법원 종합청사 본관 <사진=연합뉴스>
▲ 서울 법원 종합청사 본관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입법 등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과 탄핵을 제기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대체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언론을 통해 “자신이 직접 관련된 일로 탄핵을 추진한다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도 “법관 탄핵은 아직 당 차원에서 논의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관탄핵 코미디’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정체를 까발렸다고 애먼 사람을 부역자로 몰아 잡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양홍석 변호사의 표현을 인용해 “‘아무도 몰래 이불 뒤집어쓰고 집에서 혼자 독립만세 불렀으니 독립유공자(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인정해 달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홍세욱 법무법인 에이치스 대표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자기에게 모욕감을 들게 했다는 이유로 거대여당 소속 의원이 법관 탄핵을 이야기할 수 있느냐”며 “법관 탄핵은 중대한 헌법적 위반 사유가 있을 때 하라고 헌법에 명시해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판사들 사이에선 “이 의원이 우리와 같은 판사였다는 게 부끄럽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그러니 탄핵’이라는 식이 치졸하다”라는 반응까지 흘러나왔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앞으로 이 의원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판사들은 탄핵 리스트에 올리는 것 아니냐”며 “‘이수진 블랙리스트’가 나올 판”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검사 출신 박민식 전 통합당 의원도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적으로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첫째, 법정에서 개인의 양심과 기억에 따라 이뤄진 증언에 대해 탄핵을 공언한 행위는 협박죄에 해당. 둘째, 실명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면서 김 부장판사를 ‘탄핵검토대상 1호’, ‘잠재적 피고인’이라고 칭한 행위, 김 판사가 위증했다는 취지의 주장은 명예훼손죄 해당. 셋째, 담당 재판부가 김 판사의 증언을 믿지 못하도록 재판에 간섭하는 사법방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한 변호사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원은 법관이든 대통령이든 탄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발의할 수 있고 그것이 의무”라며 “민변을 포함한 양승태 사법농단 관여법관 처벌에 연대했던 시민사회 단체는 사법농단 사태를 겪어오면서 법원 내 탄핵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의원이 어떤 취지로 김 부장을 탄핵 대상으로 지목한 것인지 그것의 당부당을 말할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헌법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국회에서 탄핵을 주장하는 것이 부당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민변은 지난해부터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를 주최하면서 사법농단 관여법관 66명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할 것을 주장했다. 

한편 현직 법관 탄핵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능한데, 177석 민주당이 판사 탄핵을 추진할 경우 단독으로 처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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