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제질서 평화는 힘에서 나온다”
박진 “핵무장론, 당내 정식 거론 없어”
박원순 “사태 해결할 수 없는 비상식적 대응”
박범계 “대중 압박용이라면 하나 마나한 소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서울 동북부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서울 동북부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세훈이 쏘아올린 핵무장론’에 여야 정치권이 시끌시끌하다. 북한의 일방적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관계가 크게 경색된 가운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일종의 협상용 레버리지 개념이라며 독자적 핵무장론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여야 모두 난색을 표명하며 비판적인 시각이 다수다.

오 전 시장은 17일 자체적 핵무장을 설파했고, 19일 재반박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한사람의 오랜 세월 연구결과로 형성된 정책제안에 대하여 ‘뉴스에 한줄 나려고 무리한다’ 수준의 말씀은 삼가 달라”며 “당장 핵개발을 하자는게 분명 아닌데, 제 제안을 그것에 한정해놓고 비판하는 자세도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전 시장은 “외교협상에서는 우위를 점하기 위한 지렛대가 있으면 성공확률이 높다. 이 지렛대를 스스로 포기한 정부여당이 안쓰러워, 생각의 지평을 넓혀드린 것이 잘못된 야당 역할인가”라며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이 진심으로 북핵폐기에 나서도록 유도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방안이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오 전 시장은 2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핵무장론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평화헌법 개정 추진과,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의 한국 배제 움직임 등도 염두에 둔 것이 맞다”며 “(핵무장을 통한 대중국 지렛대 이론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그의 저서인 ‘중국이야기’(On China)에서 동아시아의 핵 도미노를 우려해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바란다고 적은 것도 참고했다. 내 저서인 책 ‘미래-미래를 보는 창’에도 적시돼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통합당에서도 비판 나온 ‘핵무장론’, 당론 채택 가능성 낮아

이에 통합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윤상현 통합당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독자 핵무장론’이 거론되고 있다. 익숙해서 편안하지만, 현실적인 카드는 아니다.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며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는 주장보다는 현실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실질적인 우리나라의 핵개발 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독자 핵무장을 외치는 것은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원전은 많지만 핵무기 원료가 되는 핵물질이 없고, 핵물질 생산을 위한 재처리 시설도 없어 당장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합당이 '핵무장'을 당론으로 채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통합당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인 박진 의원은 19일 “핵무장론은 당에서 정식으로 거론된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북한이 계속 핵을 개발하고 있어서 미국이 갖고 있는 전술핵무기를 한국이 공유하면서 같이 운용하면 좋지 않느냐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다”면서도 “나토(NATO)에도 실제 몇몇 국가들이 그렇게 하고 있지만 현재 미국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민주·정의 ‘하나 마나한 소리’, ‘시기 부적절’, “굳이 개발할 필요 없다”며 비판

여권에서는 강도높은 비난이 쏟아졌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신인에게 졌으면 자중할 만도 한데 잊히는 것이 싫었던 것 같다”며 “핵 개발에 관한 국제 협약과 미국의 이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핵무기 경쟁으로 따라잡자는 것은 이치로도 어렵지만 평화라는 건 이분께 기억 저 너머에 있는 유물인가”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2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핵 카드나 핵을 지렛대로 쓰겠다는 것이나 비슷한 것”이라며 “실제 개발을 둔 게 아니라 단순 대중 압박용이라면 하나 마나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 또한 19일 ‘무모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오 시장을 비난했다. 그는 “얄팍한 노이즈 마케팅을 중단하라. 기사 한 줄 나려고 이런 주장을 하다니 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북한 핵으로도 골치 아픈 미국이 한국의 핵 무장화를 허용하겠는가. 핵확산금지조약(NPT)도 탈퇴해야 한다. 국제적 고립과 경제제재·보복을 감당하겠다는 것인가? 일시적 감정으로 핵 운운하지 말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그는 19일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미래통합당이 핵무장론을 주장하는데 대해 “전혀 사태를 해결할 수 없는 비상식적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히려 핵무장이 아니라 비핵화를 강조해야 하고, 통일부 축소보다는 오히려 힘을 실어주어 제 역할을 다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또한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핵무장 주장은 남북간의 군사대결을 더욱 극단적으로 끌고 가자는 것”이라며 “보수진영은 북한의 무력을 우리가 제압해야 평화가 온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제압을 하려면 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의 핵 우산 내에 있다. 굳이 개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 역시 “뜬금없고, 개념없고, 감각 없는 주장”이라며 오 시장의 구상을 비판했다. 그는 ‘폴리뉴스’와의 이날 통화에서 “시기도 부적절하고, 발언도 부적절한 발언이다”라며 “핵 없는 세상을 꿈꾸며 원전마저도 지양하는 판에 무슨 핵 개발인가. 핵 항모를 차라리 들여오는 것이 빠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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