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충전가격 하향 일방 요구… 시내버스 절반 운행중단
충전사업자 “신사업 육성한다”…  사업 추진 사실상 포기 

제주도 서귀포 중문차고지에 서 있는 전기버스의 모습이다.  <사진=커넥토 제공>
▲ 제주도 서귀포 중문차고지에 서 있는 전기버스의 모습이다.  <사진=커넥토 제공>

제주 서귀포시 시내버스가 오는 29일부터 파행 운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 시내버스 중 절반이 넘는 전기버스 59대에 대한 충전 서비스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들 전기버스는 서귀포 시내와 중문관광단지 등 주요 간선 노선에서 운행돼 파행으로 인해 시민과 관광객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서귀포에서 버스 전기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인 ‘커넥토’가 이달 9일 제주도에 전기버스 충전서비스를 더는 제공하기 어렵다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서귀포에서는 민간사업자인 ‘동서교통’ 버스 70대와 공영버스 37대가 운행되고 있다. 동서교통은 중문관광단지 등 주로 서귀포 주요 지역을 지나는 간선 노선의 운행을 맡고 있다.  동서교통이 보유한 전체 버스 70대 중 59대는 전기버스다. 커넥토는 그동안 동서교통이 보유한 전기버스에 충전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번 사태는 제주도 측이 커넥토에 충전단가를 낮춘 새 계약조건을 일방적으로 요구해 촉발됐다. 제주도는 지난해 동서교통의 운행노선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서귀포 남원읍에 도가 보유한 토지에 새 버스 차고지를 마련하도록 지정했다. 이에 동서교통도 새 차고지에 버스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커넥토에 요청했다. 커넥토는 새 차고지에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관할 지자체인 제주도에 토지 이용 허가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커넥토는 동서교통과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전기버스 배터리 교체비 및 전기버스 관리비 등을 포함해 1kWh(킬로와트)당 400원대로 충전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제주도 측은 한국전력이 전기차 충전요금으로 제시한 1kWh당 173.8원보다 너무 비싸다며 계약을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커넥토는 버스 운전 자격증을 갖춘 인력을 포함한 전문 인력을 야간 충전에 제공하고 있고 한 팩에 수천만 원인 배터리가 수명이 다했을 때 교체 비용도 단가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측은 설명이 불충분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으로알려졌다.

결국 커넥토는 올해 초 단가를 대폭 낮춰 1kWh당 210원을 도에 다시 제시했다. 하지만 제주도 측은 충전소 부지에 대한 이용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제주도 측은 오히려 전기요금이 올라도 충전 단가를 그대로 유지하라는 조항을 새로 내걸었다.

또 제주도는 버스 운영비를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를 근거로 내세워 지난 2018년 커넥토가 서비스를 제공한 댓가로 받은 비용에 대해서도 단가가 잘못됐다며 돈을 다시 뱉거나 회계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커넥토 관계자는 “단가 산정에 필요한 자료를 다 제출했는데도 인건비를 줄여라, 연구개발비를 줄여라며 무조건 단가를 낮추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겠다고 (제주도가)압박하고 있다”며 “결국 단가를 낮췄는데도 정량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세부사항을 증명하라는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전은 최근 11년만에 최악의 적자를 겪는 등 수익성이 악화돼 중소업체가 주도하던 충전 서비스 분야까지 진출했다. 제주도가 단가를 낮춘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사실상 이미 시장에 진출해있던 중소 사업자를 내모는 상황이 된 꼴이다.

커넥토 관계자는 “제주도가 한전을 우선 시하고 도내 중소기업에 대해 편견을 갖고 폐업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정상적인 계약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회사 운영이 불가능한 계약 조건을 강요받아 말문이 막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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