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장관의 폭주, 문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인가

추미애 장관, 이성윤 검사, 한동훈 검사
▲ 추미애 장관, 이성윤 검사, 한동훈 검사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난처해진 사람들이 여럿 있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검찰 내부에서도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는 무리한 수사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수사팀의 정진웅 부장검사는 “다수의 중요 증거 확보했고 실체적 진실에 상당부분 접근했다’며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고집했다. 하지만 수사심의위원회 자리에서 수사팀이 내놓은 증거는 아무 것도 없었다. 고작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 녹취록이 전부였을 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 속에서 특임검사 수준의 수사 독립성 보장을 요구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지휘한 수사의 결과가 고작 이것이라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로 윤 총장을 배제한채 수사를 지휘해왔던 이성윤 지검장의 모양도 우습게 되었다.

누구보다 곤혹스럽게 된 것은 추미애 장관일 것이다. 추 장관은 진작부터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문제는 검언유착이다. 검언이 처음에 합세해 유시민 개인을 저격했다",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어떤 장애물도 성역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까지 했다. 아직 수사가 진행중인 마당에 장관이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가이드 라인의 제시라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일임에도, 추 장관은 개의치 않고 그런 행위를 반복했다. 역시 수사가 진행 중이라 사건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 장관은 한 검사장을 좌천시키고 법무부의 감찰 방침을 밝혔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서에서 "'검사와 기자가 공모해 재소자에게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별건으로 형사처벌 될 수 있다고 협박해 특정 인사의 비위에 관한 진술을 강요'한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들이 제시된 상황”이라고 했던 주장은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법무부 장관이 15년 만에 행사한 수사지휘권이 근거조차 인정받지 못한 내용의 것이었다는 점은 수치스러운 일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추 장관이 도대체 누구로부터 ‘여러 증거들’이 제시되었다는 허황된 보고를 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설마하니 일국의 법무부 장관이 MBC라는 방송만 보고서 그런 판단을 했을 리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중앙지검 이성윤 지검장으로부터 어떤 보고를 받았길래 그런 판단을 했던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중앙지검 수사팀은 증거를 찾지 못한 사건에 대해 어째서 ‘다수의 중요 증거’가 있다는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여론전을 펼쳤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할 책임이 있다. 이번 사건 수사에서 ‘원팀’을 이루었던 추미애 장관- 이성윤 중앙지검장, 중앙지검 수사팀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일이다.

그런데 검찰 인사를 앞두고 오히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정현 1차장-정진웅 형사1부장' 수사 지휘라인의 승진설이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문책 당해야할 검사들을, 역시 문책 당해야 할 장관이 승진시켜주는 기막힌 장면이 예고되는 분위기다. 두말할 것 없이 정권 관련 수사를 하지 않을, 그리고 윤석열 총장을 고립시킬 친정권 검사들을 중용하려는 인사이다. 누가 권력의 주문대로 처신하는 ‘정치검사’이고, 누가 탄압을 무릅쓰고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찐검사’였는지 국민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신라젠 의혹'과 '라임 사태' 등의 수사를 지휘했던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도 이미 사퇴했다. 여권 인사들의 연루설이 나왔던 수사들을 진두지휘했던 그는 법무부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호 지역위원장 구속까지는 놔뒀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는 얘기로 읽혀진다. 윤석열 총장과 동기인 지검장들도 사퇴압박을 받아 잇따라 사의를 표했다. 조만간 단행될 검찰인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정권 관련 수사는 하지말라. 윤석열은 이제 식물 총장이다. 앞으로 정권 관련 인사들의 비리가 있은들, 누가 감히 그 수사를 할 수 있을까.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검찰개혁’이라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검찰장악’이라는 개고기를 파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임면권을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추미애 장관이 벌이는 이런 일들은 문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하면 되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추 장관의 폭주를 멈추게 할 생각은 없는지. ‘일개 장관’이 연일 검찰을 향해 거칠은 언사를 반복하여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고, 부동산 정책까지 제시하는 개인 정치를 하며 소모적인 논란거리를 끊임없이 낳는데도, 대통령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모습.  집권 세력 내부의 누구 하나 법무부 장관의 폭주를 막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 이것이 레임덕의 시작이 아닌가 생각이 들 지경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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