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흥행 참패의 근본 원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부겸(왼쪽부터), 박주민, 이낙연 후보 <사진=연합뉴스제공>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부겸(왼쪽부터), 박주민, 이낙연 후보 <사진=연합뉴스제공>

 

열흘밖에 남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전례 없는 흥행 참패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집권 여당의 지도부가 교체되는 전당대회이고,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추락하는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이 등장하느냐는 사실 중요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역대급으로 저조한 이유는 물론 수해, 코로나 19 재 확산 같은 외부 환경적 요인들도 있지만, 진작부터 드러난 내부적 문제에 근본 원인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세 후보 사이의 의미 있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흔히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이낙연 대세론’ 때문에 싱거운 전당대회가 되었다는 진단이 많지만, 그럴수록 당권 경쟁 후보들 간의 노선 논쟁이 뜨거운 것이 정상이다. 2위, 3위권 후보들 입장에서는 판세 역전을 위해서라도 공격적인 캠페인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후보들 간의 한 목소리만 나올 뿐, 당의 노선이나 앞길에 대한 논쟁 같은 것은 접하기 어렵다. 모두가 ‘친문’ 표를 얻기 위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검찰개혁에 관한 한 목소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을 내걸고 검찰 장악을 하는데 대한 국민 여론이 따갑다는 사실은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나타났다. 그런데도 후보들마다 ‘윤석열 때리기’에만 나설 뿐, 민심을 악화시킨 문재인 정부의 검찰 장악에 대해 우려의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다.

“잊을 만 하면 직분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런 일 좀 없었으면 좋겠다.”(이낙연)

"고위공직자에 걸맞은 발언과 행동 등 자세를 보여주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김부겸)

“국민의 요구인 검찰개혁을 검찰 수장이 나서서 독재, 전체주의로 폄훼하려 한다면 이는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박주민)

평소 합리적이고 균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이낙연, 김부겸 의원 같은 경우도 검찰개혁에 관한한 당내 ‘친문’ 정서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모습들은 최고위원 경선 후보들에게서도 마찬가지다. 이전까지 당내에서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이원욱, 노웅래 후보가 유난히도 강경한 목소리로 윤석열 때리기에 나섰다.

"임명받은 권력이 선출 권력을 이기려고 한다.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다. 권력을 탐하는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이원욱)

"자기 측근이라고 수사도, 기소도 안 하고 봐주겠다는 검찰을 확실히 개혁하겠다."(노웅래)

모두가 ‘친문’표를 얻을 수 있는 강경한 한 목소리를 내는 데만 열중할 뿐, 어째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게서 민심이 떠나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쇄신의 다짐을 찾아보기 어렵다. 지지율의 급속한 하락이 계속되자 뒤늦게서야 의례적인 말들이 나올 뿐이다.

어떻게 하다가 민주당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청와대와 당이 위기를 맞고 있다면 당 대표 경선에서는 당연히 청와대와 여당의 쇄신에 대한 진단과 대안들이 제시되고 토론되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어느덧 하나의 목소리만 존재하는 활력을 잃은 정당이 되고 말았다. 당 지도부가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그런 말을 꺼내지 않으니까 참다못한 조응천 의원이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비정상적인 3무(논쟁·비전·관심) 전당대회"라며 "논쟁이 없고, 논쟁이 없으니 차별성이 없고, 차별성이 없으니 비전 경쟁을 할 이유가 없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무 전당대회의 극복은 진정으로 국민을 두려워하고 위기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용기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고언을 남겼다.

아니나 다를까. ‘친문’ 진영에서는 그를 향해 “미래통합당으로 가라”는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당의 주류와는 다른 얘기 한마디 꺼내기 어렵게 된 것이 오늘 민주당의 모습이다. 그래도  국민들은 알고 있다. 박용진 의원이 말했듯이, 욕먹을 각오를 하고라도 위기를 위기라고 말하는 조응천이 ‘충신’임을. 위기가 닥쳤어도 ‘모든 것이 잘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간신’임도 국민들은 알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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