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 보고서 “지역화폐 발행이 시장 기능을 왜곡... 직접지원이 나아”
이재명, 조세연에 “엄충한 문책 있어야... 청산해야 할 적폐” 맹비난
주진형 “조세연 보고서, 억지 아냐… 그만한 이야기도 못하나”

이재명 지사가 조세연 보고서를 비판하며 지역 화폐 실효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사진은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브리핑하는 이 지사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 이재명 지사가 조세연 보고서를 비판하며 지역 화폐 실효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사진은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브리핑하는 이 지사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폴리뉴스 원단희 기자]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보고서 격하게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민주당 주진형 의원이 “그릇이 작다”며 이 지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 화폐는 현금 지원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자 지역 화폐를 처음 도입한 이 지사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조세연이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은 지역화폐를 통한 소상공인 간접 지원은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바로 현금을 주는 직접 지원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역화폐는 같은 금액인 현금에 비해 활용성이 낮아 10%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 되거나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시장에 공급되는데, 정부가 차액을 보조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순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재명 지사는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근거 없이 정부 정책 때리는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라며 “정부정책 훼손하는 국책연구기관에 대해 엄중한 문책이 있어야 마땅하다”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이재명의 정책이라는 이유로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 과연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온당한 태도인지 묻고 싶다”라며 발끈했다.

이후 이 지사의 페이스북 글 게시는 6차례나 더 이어졌다. 이 지사는 “경제는 순환이다. 총량이 아무리 많아도 고여있으면 경제는 죽은 것이고, 총량이 적어도 순환이 빠르면 경제가 살아난다”라며 지역 화폐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심화된 경기침체는 공급과 수요 양측 면 중 총수요 부족에 의한 것”이라며 “수출, 투자, 소비 중 가능한 수요 창출 방안은 소비 진작”이라며 지역 화폐가 경기에 기여하는 바를 설명했다. 수출, 투자, 소비는 경제학에서 국가 경제의 총수요를 구성하는 요인이다. 시장의 안정은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룰 때 이뤄진다. 이 지사의 말은 총수요가 부족으로 인한 경기 침체는 수요 진작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돈을 공급측면에 아무리 풀어도 소비수요가 늘지 않는 한 경기침체는 벗어날 길이 없다. 돈을 써야할 사람은 돈이 없고, 돈이 있는 사람은 쓸 곳이 없다”라며 “소비자, 즉 국민은 소득감소 때문에 소비할 돈이 없고, 수요부족에 따라 생산이나 투자가 늘 수 없고 수출은 어려우니 돈을 공급측면에 아무리 쏟아부어도 돈이 돌지 않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요가 부족한 상태에서 공급측면에 140조가 아니라 1400조를 퍼부어도 돈이 돌지 않는 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전자화폐로 지급되어 불법할인(깡) 가능성도 없고, 재충전이 가능하여 발행비용도 반복적으로 들지 않는 지역화폐를 두고 ‘깡’의 위험이나 과도한 발행비용을 문제 삼는 것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혈세로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이면 국책연구기관답게 국리민복을 위해 타당한 자료에 의한 객관적 연구결과를 제시하면 그만이고 또 그리 해야 한다”라며 “국책연구기관이 특정집단의 이익을 옹호하고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라면 이는 보호해야할 학자도 연구도 아니며 청산해야 할 적폐일 뿐”이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명에 실어주는 민주, “지역 화폐는 지역경제 효자”… ”그릇 작다” 당내 비판 목소리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민주당은 대체로 이 지사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17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민주당과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서 지역사랑 상품권의 발행 규모를 15조원대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지역 화폐가 코로나 상황에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이동주 의원도 논평을 통해 “지역경제가 급격히 무너졌던 ‘고용위기지역’에서 지역화폐가 신속하게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 의원은 조세연 보고서에 대해서도 “편파적이고 실증적이지 못한 분석”이라며 “국정방향에 위배되는 보고서가 발간된 경위에 대하여 해명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민주당계지만 이 지사의 발언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열린민주당 주진형 최고위원은 18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지사에 대해 “그릇이 작다”고 일갈했다.

주 최고위원은 “(보고서는) 누가 읽어봐도 대단하게 억지스러운 주장은 아니다. 현금으로 줬을 때 대비 효과가 있었을까에 대한 내용이다”라며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정도까지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서는) 지역화폐를 쓰라고 100만 원을 주는 경우 10% 디스카운트를 하는 대신에 중앙 정부가 그것을 보전해주는데, 중앙정부가 보조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그 정도 이야기”라며 “그만한 이야기도 못하면 이거 완전히 사람들 입을 막고서 살겠다는 이야기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야권 “왕조시대 폭군・공포정치・현대판 분서갱유 맹비난

한편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성으로 이어졌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책연구기관의 리포트가 마음에 안 들 수 있다.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사와 문책‘이라니. 어떤 경우에라도 ’답정너‘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사의 발언에 상당한 모멸감을 느낀다. 왕조시대 폭군이나 생각할 법한 논리구조”라고 비판한 데 이어 “추진력과 공포정치는 같은 단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 생각과 다르면 다 문책 당해야 하느냐”며 이 지사의 발언을 ‘현대판 분서갱유’에 빗댔다.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생각이 다르다고 적폐로 몰아가는 것은 연구원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면서 "도지사 무게에 맞는 언행을 당부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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