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소 유발 책임 산자부와 과기정통부에 국한
월성원전 반경 50km 내 지열발전소 파악 못해
지진 재난안전 총괄부처로서 종합대책 소홀
울산 돌고래가스전 CO2저장시설도 위험 우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추진된 지열발전소 사업이 유발해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포항지진의 피해 현장. <연합뉴스 사진>
▲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추진된 지열발전소 사업이 유발해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규모 5.4 포항지진의 피해 현장. <연합뉴스 사진>

지열발전소가 유발한 것으로 판명된 2017년 11.15 포항지진의 후속대책으로 특별법이 제정되고 피해구제를 위해 이달부터 시행령이 발효된 가운데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 외에도 행정안전부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재난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행안부가 경주의 월성원전 인근 지역인 포항에 지열발전소와 CO2(이산화탄소) 저장시설 설치가 추진되고 있는데도 종합적 대책 수립에 소홀한데 대해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원전 전문가들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의 '원자로시설의 위치에 관한 기준 1항'의 '원자로시설 부지의 지질 및 지진에 관한 조사 평가 지침'에 따라 '별첨(Appendix) A를 준용하라'로 규정돼 있다.

영문으로 된 이 기준은 '지열발전소의 유체 주입과 배출, 석유 가스 유전의 물 주입과 배출, 그리고 대규모 댐의 담수에 의한 유발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 반드시 평가하라'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원안위의 한글판 기준과 규정에는 이 같은 내용이 누락돼 있다. 물론 영문판 규정도 한글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 만큼 '평가 의무'는 유효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지진 전문가가 공개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험시설 설치 관련 규정. <폴리뉴스 사진>
▲ 국내 지진 전문가가 공개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험시설 설치 관련 규정. <폴리뉴스 사진>

이에 따라 산업자원부는 원자력발전소 관할 부서로서 경주 월성원전과 방사성폐기물처리장에서 반경 50km 이내에 위치한 잠재지진원인 지열발전소 사업에 대해 규제기관인 원안위와 당사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 및 원자력환경공단에 통보하고 지진위해도 평가를 의뢰했어야 했다.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나자 지난 2018년 4월 포항시와 시민단체 및 전문가, 한동대와 포항공대 등이 공식 구성한 '11.15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은 국무총리실에 제출한 진상조사요청서에 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만일 (원안위에)이러한 통보와 의뢰가 없었다면 국가전략시설에 대한 안정성 확보를 무시한 처사이므로 철저한 조사와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포항 피해주민들을 대표한 연구단의 이 같은 요구는 총리실에 의해 수용돼 조만간 공식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한 정부의 책임 소재가 각각 지열발전사업과 원전 안전의 주무부처인 산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만 국한돼 있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가 재난 안전과 피해 구제 업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에 안전정책실을 두고 최근 들어 서는 중대 재난을 부정부패로 규정하는 등 강력한 척결 의지와는 앞뒤가 안 맞다는 것이다.

행안부의 대응 실태는 실무부서 관계자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지진방재과의 한 관계자는 18일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더라도 행안부는 지진 업무를 총괄하지만 지열발전소의 지진 촉발 책임은 산자부와 업체에 있다"며 "행안부 소관이 아니다"고 책임을 돌렸다.

국회 차원에서 총리실이나 청와대에 여러 부처를 총괄할 수 있는 별도의 재난 대책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23일 "포항지진은 원전 안전과도 직결된 만큼 올해 국정감사를 비롯해 구체적인 대응을 검토 중"이라며 "지난 수년간 태풍과 코로나19 등 각종 재난이 상시화되고 있으므로 당 차원에서 범부처 총괄 기구를 구성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포항지열발전소 현장. <폴리뉴스 사진>
▲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포항지열발전소 현장. <폴리뉴스 사진>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2월 기준 포항지진으로 이재민 1797명과 551억원 규모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복구비는 1445억원으로 산정됐다. 지난해 3월 정부합동조사단은 포항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포항지진특별법이 지난해 12월 31일 제정됐으며 8월 ‘포항지진의 진상조사 및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이 의결됐고, 9월 1일부터 시행령이 시행됐다. 주요 내용은 지원대상과 피해범위 산정기준, 지원금 결정기준, 피해자 인정 및 지원금 지급절차, 경제활성화 및 공동체회복 특별지원방안 시행절차 등이 담겨 있다.

한편 산자부가 추진하는 동해 돌고래 가스전 CO2 지중저장시설이 유발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016년 규모5의 울산지진이 이 해역에서 발생한 사실을 예로 들며 가스 유출과 관련된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며 월성원전과 고리원전에 지진동과 지진 해일 피해가 우려되므로 '지진안전성 검토'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앞서 네덜란드는 그로닝겐(Groningen) 가스전 주변 해역에서 유발지진이 계속 발생하자 관련 사업의 중단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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