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이재갑② “코로나 1,2년 안에 끝날 상황 아냐…국산 백신 꼭 개발해야”

2020.09.26 13:05:06

‘with 코로나’, 삶의 모습과 가치지향성 바꿔야…이런 상황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희망이 보일 수 있다
코로나는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인간의 욕심과 욕망 다 엮여 있어
공무원-학계 자유롭게 넘나들고 낙하산 아닌 행정경험 있는 전문가가 장관돼야
의사파업? 코로나로 고생하고 가을철 2차 유행 막으려는데 가장 민감한 정원문제 들고 나와 당황
숫자만 늘려서는 공공의료 절대 해결 안 돼…인프라 확충하고 일할 만한 공간 만들어야
적정 의료 수가…양심 진료해도 충분히 보상되면 과잉진료 없어질 것

 

“감염병이나 공공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해 일할 만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숫자만 늘려놓으면 그쪽으로 가는 사람이 많아지겠지 하는 식의 발상으로는 절대로 해결 안 된다. 지금 공공의료에 계신 분들은 정말 헌신하고 계신 거다.” 

지난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호평한 K방역으로 감염병 사태가 진정되는 듯 했으나, 8.15 광화문집회를 전후해 재확산 되며 현재 2차 유행 중이다. <폴리뉴스>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된 직후인 9월 15일,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외래진료실에서 코로나 커뮤니케이터로 알려진 이재갑 감염내과 교수를 만났다.  

이재갑 교수는 코로나 백신 개발에 대해 “꼭 국산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1,2년 만에 끝날 상황이면 수입하든지 기술 조합해서 끝낼 수 있지만, 2,3년 이상 또는 겨울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로 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늦더라도 끝까지 국산 백신 개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혈장치료제와 여기서 한 단계 진보한 항체치료제 기술도 우리나라 회사들이 가지고 있다며 “장점을 살려 잘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 초대 청장에 임명된 정은경 전 질병관리본부장에 대해 ‘브리핑 한 것밖에 없다’는 인터넷상 혹평에 대해서는 ‘2002년 월드컵 때 벤치에서 떠들기만 한 히딩크는 아무 역할 안 한거냐’는 네티즌의 댓글로 자신의 생각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전문가 인력풀이 낮아 정 본부장이 직접 브리핑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오히려 안타까워했다.

그는 “전문인력 자체가 너무 극소수라는 게 질병관리청이 확대되고 나서도 한동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도 공무원들이 커리어를 쌓기 위해 대학에 갈 수 있고, 학계에서도 공무원 단위에 들어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대학교수가 유명해지면 행정경험 없이 낙하산으로 장관이 되는 현실에 대해 강력히 개선을 주장했다.

코로나 와중에 의사 파업이 일어났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1차 유행 때 고생 다했고, 앞으로 가을철 유행 막으려고 노력하려는데 가장 민감한 의사정원 문제를 들고 나오니까 의사 입장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며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하지만 “의료체계, 의료자원 부족 문제가 나오니까 여론을 타고 밀어붙이지 않으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정부의 입장도 이해했다.

의료수가 문제에 대해서는 “적정하게 수가가 매겨지고 관리가 잘 되어야 과잉진료 안 나오고 비급여 진료나 이런 부분이 천천히 없어진다.”며 “양심에 따라 진료 했을 때 충분히 보상되면 일부러 비급여를 권유한다든지, 비급여 항목이 많은 과가 인기 과가 될 일은 없어진다. 균형을 얼마나 잘 맞추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커뮤니케이터로서 언론을 통해 활발하게 코로나의 실상을 알리고 있는 그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맞아 “코로나가 적어도 1,2년, 조금만 느슨해지면 3차, 4차 유행도 생길 수 있을 거라는 걸 2차 유행을 통해서 깨달았다”며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면 오히려 마음을 바꿔야 한다. 이제부터는 내 삶의 모습도 바꿔야 되고, 가치지향성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음모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자연적인 변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더 많다”고 답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코로나가 무서운 게 무증상 감염, 후유증, 재감염에 대한 공포다. 이제 위드 코로나,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실인가. 

저도 코로나 초기부터 앞으로 코로나 이후의 상황이 달라질 거다, 코로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 거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때는 이런 이야기를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었다. 제가 이번에 ‘우리는 바이러스와 살아간다’는 책을 냈다. 이제는 일반인들도 이해를 많이 하시겠지만 코로나가 적어도 1,2년은 계속 갈 것 같고 조금만 느슨해지면 3차, 4차 유행도 생길 수 있을 거라는 걸 이번 2차 유행을 통해서 깨달았다. 

사람 심리가 그렇다. 내가 한두 달 고생하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면 힘들고 답답해도 버틴다. 일상생활도 포기하고 견디면서 시간 지나다 보면 언젠간 좋아지겠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걸 바라보고 그냥 견딘다. 하지만 이게 길어져서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참지, 이렇게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면 오히려 마음을 바꿔야 된다. 앞으로 짧게는 1년, 길면 2,3년이 갈 거라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내 삶의 모습도 바꿔야 되고 내 가치지향성도 바꿔야 한다. 아예 이런 상황에서 내가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하고 나면 오히려 희망이 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내가 옛날의 일상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고 그것만 바래서 이도저도 안 되면서 참고 버티는 상황 보다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상황이 앞으로 계속될 거니까 이 안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 건지 궁리하는 게 오히려 심리적으로도 편하고 그렇게 되어야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감염병 위기를 내 일상에서 이겨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 뉴스 보면 백신이라든지 치료제에 대해서 세계적으로 이런저런 뉴스들이 나오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취임사에서 올 연말까지는 혈장치료제를 중심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과 내년 말까지 국산 백신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국내 신약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혈장치료제는 확진자들이 헌혈을 해주면 그중에 코로나에 잘 듣는 항체만을 농축시킨 치료제인데 헌혈만 많이 해주시면 언제든 만들어 낼 수 있는 거다. 그 사람한테 투여하는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연구가 빨리 끝나면 올해 말 정도에 마무리가 된다. 

두 번째는 항체치료제라고 해서 혈장치료제가 한 단계 진보한 거다. 혈장치료제 연구를 하다 보니까 이 항체가 잘 듣는다고 하면 그 항체를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서 대량생산하는 방법인데, 이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다. 혈장치료제는 헌혈을 많이 안 해 주면 못 만드는 한계가 있지만 항체치료제는 이미 임상이 진행돼서 내년 5월 이후면 출시도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치료제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니까 잘 만들려고 노력을 해야 된다. 

백신은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는 1,2년 정도 뒤처져있는 건 맞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같은 경우 올해 말까지 3단계 연구 끝내고 내년 초에 상용화시키겠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내년 말, 늦으면 2022년 봄이 되어야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늦더라도 끝까지 개발을 해야 한다. 1,2년 만에 끝날 상황이면 빨리 만든 회사 것 수입하든지, 기술 조합해서 끝낼 수 있지만 2,3년 이상 또는 3,4년 지난 다음에는 겨울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로 토착화될 가능성도 높은데 우리 기술로 백신을 만들지 않으면 매번 외국에 손을 내밀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니까 늦더라도 꼭 끝까지 국산 백신 개발을 하도록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천재 생물학자가 바이러스를 통해 전세계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려 한다는 내용의 영화가 있었다. 코로나가 처음 우한에서 발생하면서 트럼프를 비롯해 중국 음모론이 꾸준히 제기된다. 전문가 입장에서 이런 음모론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다고 보시나? 

홍콩의 과학자 한 분이 또 이번에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된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걸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 중국이 아니면 이런 걸 만들 수는 없다고 하는 게 대부분의 바이러스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맞다. 바이러스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로는 유전자의 배합이나 이런 것들이 인위적인 형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자연적인 돌연변이 상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수준 정도의 유전적 변이지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형태의 유전적 변이를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한에서 유출했다고 하기는 조금 아닌 것 같고, 동물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종의 자연스러운 유전적 변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아직은 더 많다. 

-기후재앙으로 종말론까지 예고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코로나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부분이 다 엮여 있다. 거기에 인간의 욕심과 욕망까지. 에볼라도 코로나도 다 박쥐에서 넘어왔다. 사실은 박쥐와 사람이 대면해서 접촉할 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 다른 중간 포유류를 통해서 넘어오기도 하는데 이 동물들도 보통은 자주 접촉하는 동물이 아니었다. 이번에 천산갑도 희귀한 동물이라 자연 속에 있으면 사람하고 만날 일이 전혀 없다. 이런 야생 동물들을 살아있는 채로 잡아와서 약재나 식용으로 시장에 갖다 팔면서 접촉면들이 늘어나다보니 사람한테 전파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최근에 감염병 특징 자체가 자연파괴라든지 아니면 거꾸로 자연에서 사람이랑 만날 일 없는 동물들이 사람세계로 끌려 나와서 생기는 인수 공통 감염병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이 부분은 당연히 인간의 책임들, 인간이 만든 여러 가지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 그리고 자연파괴 이런 것들과 연관되어 있는 거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이번에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되고 청장으로 임용 받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 대해서 상당히 지지를 하고 계시는 것 같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정 청장에 대해 ‘염색 안 한 것과 브리핑 한 것밖에 없다’는 혹평도 있었다. 
  
그걸 누가 페이스북에 띄웠는데 그 밑에 달린 댓글이 기억난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는 그냥 벤치에서 떠들기만 했는데 그럼 히딩크는 아무 역할 안 한 거냐.’ 그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비판할 수 없다. 리더가 앞에서 이야기하는 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고. 브리핑은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거꾸로 질병관리본부에서 그 브리핑을 정은경 본부장밖에 할 수 없었다는 게 저는 더 씁쓸했다. 

지금 정은경 청장과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 원장님 두 분이 번갈아서 브리핑을 하시는데, 권준욱 원장님은 워낙에 보건복지부 대변인 했던 분이니까 언론 대응을 많이 하셨던 분이고, 정은경 청장님의 경우는 메르스 때나 신종 플루 때 계속해서 언론 대응을 하셨던 분이다. 문제는 정은경 청장님만큼 코로나 상황에 대해 전반적인 큰 그림도 볼 수 있고 디테일까지 잘 알아서 어떤 질문이 나오더라도 제대로 능수능란하게 대답을 하실 만한 분이 질병관리청에 몇 분 없다. 그게 오히려 안타깝다. 그만큼 인력풀이 낮고 감염병 전문가가 부족하다. 이런 감염병 전문가들 숫자도 많지 않은 상황이 안타깝다. 정은경 청장님이 브리핑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저희 전문가들은 오히려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번에 청이 되면서 상당히 증원이 되지 않나. 
  
증원이 됐는데 문제는 증원이 되더라도 이제 그 사람들이 역량을 갖는 데 몇 년이 걸린다. 감염병 전문가들이 대거 들어가서 만들어진 증원이 아니고 기존에 있던 국장, 과장급 사람들이 승진해서 가는 거고, 새롭게 뽑아서 간 사람들이 업무에 적응하고 감염병에 대한 역량을 올리려면 시간이 걸린다. 적어도 제대로 된 질병관리청 역할은 2,3년 이상 걸린다. 그 상황에 있어서 시니어 그룹에 해당되는 청장님부터 국장급들 중에 감염병 전문가는 정말 손에 꼽는다. 그분들이 얼마나 자기 역량을 후배들을 키우는데 잘해 주냐에 따라서 질병관리청의 역량이 늘어나는 인원만큼 늘어날 건지, 키우다 키우다 지쳐서 이도저도 안 되어버리면 질병관리청의 역량도 크게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문 인력 숫자 자체가 너무 극소수라는 게 질병관리청이 확대되고 나서도 한동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교수님도 질병관리청 근무를 잠시 고민했던 걸로 안다. 의사들이 행정부나 정부기관 등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외국과 달리 우리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하셨는데, 우리나라도 전문인력 특채가 있지 않나? 
  
개방형공무원제도라고 많이 생겼는데 이번에 질병관리청은 자리가 몇 개 안 났다. 또 제가 원했던 부분의 자리가 아니어서 저는 일단 마음을 접었다. 많은 공무원이 힘들어도 끝까지 남아있는 주된 이유는 안정성, 내가 열심히 하면 승진이 되는 승진체계가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만약 개방형직제가 너무 많아져서 외부에서 들어오면 승진을 앞둔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외국의 개방형직보다 훨씬 범위가 작다. 부서마다 개방형직이 나올 수 있는 숫자가 아예 정해져 있다. 이번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한 자리밖에 안 났다. 

외국은 임명직도 상당히 많다. 미국 같은 경우 대통령 권한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정권이 바뀌면 대학교수가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으로 갔다가 제약회사도 갔다가 이직을 열심히 잘 한다. 그런 문화가 공무원직에도 어느 정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런 상황이 안 된다. 장단점이 있다. 

다만 미국이 부러운 것 중 하나는 어떤 사람이 장관이 됐을 때 그 사람의 커리어 중에서 적어도 행정부에서 낮은 직책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것이다. 바로 장관을 시키는 경우가 없고 행정부에서 국장이든 뭐든 근무를 한 사람이 자리에 합당하다고 판단되면 장관으로 가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대학교수가 조금 유명해지고 영향력이 세지면 아무런 행정부 경험없이 낙하산처럼 장관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됐을 때 가장 큰 문제가 행정부 돌아가는 걸 모르니까 오히려 장관이 장관 역할하기 힘들 때도 있고, 공무원 조직하고 상당히 갈등을 빚기도 해서 겉돌다가 나가는 장관도 꽤 있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이런 부분들이 성숙해지려면 자기의 적성을 통해서 커리어를 높이기 위해 공무원들도 대학이나 이런 데 갈 수 있고, 대학에서 일하다가 정부로도 갈 수 있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 또 대학에 있거나 학계, 연구소에 있는 분들도 공무원 단위에 들어갔다가 거기에서 경험 쌓고 다른 직책으로 가고, 이런 것들 통해서 행정부의 경험이 쌓인 사람들이 높은 직책에 발령 날 수 있는 시스템, 교수들이 조금 유명하다고 낙하산처럼 내려오는 부분은 우리나라도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코로나 와중에 의사 파업이 일어났다. 의사들을 위한 변명을 한마디 하신다면. 

양쪽이 너무 안 좋은 상황이었다. 7월 중순 정도에 법안 발의하겠다고 공공의대부터 시작해서 의사정원 확대 정책을 냈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2차 유행이 생길 거라고 예상 못한 때 법안 발의를 했다. 조금 아쉬운 건 코로나 상황이 언제든 악화될 수 있었다. 더 중요한 건 그 시점이 가을철에 한 번 더 큰 유행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의사협회와 정부가 협의하고 준비를 해야 되는 시기였다. 협의체 만들고 가을 준비 열심히 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공공의대 정책이 나오니까 다 올 스톱되어 버렸다. 

의사 입장에서는 우리도 지금까지 1차 유행 때 고생 다 했고 앞으로 가을철에 유행 생기는 거 막으려고 노력을 하려는데 우리에게 가장 민감한 의사정원 문제를 들고 나오니까 의사 입장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 입장도 이해는 되는 게 지금 이런 이야기 꺼내지 않으면 여론을 힘입을 수 없다. 공공의료가 중요하고 의사들 부족해서 힘들었다, 의료체계, 의료자원 부족 문제가 나오니까 이 여론을 타고 밀어붙이지 않으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러니까 양쪽의 생각이 상극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마찰이 시작되는 시점에 2차 유행이 시작됐다. 

당연히 공공의료 확충도 필요하고 일부 공공의료 중에서 취약하고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안 되는 부분에 대한 인력들이 훈련되고 만들어지는 것 중요하기는 한데, 이렇게 4000명을 늘려놓는다고 한들 그 4000명이 의무복무 시간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 영역에서 일을 할 건가에 대한 부분은 담보를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4000명 뽑아봐야 그중에 감염내과는 100, 200명 할까? 안 할 거라는 생각이다. 

지금 감염내과만 부족한 것도 아니고 중환자의학, 예방의학 쪽도 부족하다. 효과적인 방법들을 좀 더 신중하게 논의를 해서 어떻게 하면 이런 쪽을 전공하는 사람을 늘릴 건가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도저히 숫자를 늘리지 않고는 안 된다고 하면 그때 정원 이야기를 꺼냈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숫자만 늘려놓으면 그중에서 그런 쪽 가는 사람이 많아지겠지 하는 식의 발상으로는 절대로 해결 안 된다. 감염병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또는 공공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그에 맞춰서 맞춤형 전략을 세우지 않는 이상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유럽에서는 공공의료 부분이 90% 이상이라는데 우리는 대부분 민간 의료다. 공공의료 숫자를 10년간 400명 해서 4000명이 되면 공공의료로 갈 수 있는 건가. 
  
10년 의무복무 한다고 하는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 사람들이 10년 의무기간 후에도 공공의료에 계속 남아 있어줘야 씨앗이 되는데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다. 오히려 공공의료의 인프라 확충을 해 주고 거기서 일할 만한 공간을 만들어서 숫자가 늘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에 숫자만 늘린다고 해서 공공의료에 해당되는 쪽에 과연 많은 사람들이 갈까. 

지금 공공의료에 계신 분들은 ‘정말 나는 여기에 있어야 된다’ 생각해서 헌신하고 계신 거다. 감염내과 의사하는 분이나 예방의학 하는 분들도 직업병 같은 분들이다. 나는 이런 데가 재밌고 이게 좋으니까 있는 사람들이다. 강제로 밀어 넣는다고 가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 자리에 헌신할 생각으로 가더라도 내가 일할 만한 조건이 되면 어떤 의사들이라도 간다. 숫자를 늘리든, 뭘 하든 간에 이런 여건이 동반되지 않고는 쉽지 않다. 

특히 의사들하고 상의를 안 할 수 없는 게, 의사들이 왜 거기를 안 가는지 알아야지 강제로 배정해서 일을 시키겠다고 평생 가 있는 건 아니다. 일할 만한 메리트가 생겨야 되고 충분한 여건이 되어야 선택을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시작을 해야지, 그냥 위에서 생각할 때 이렇게 만들어서 확 늘려주고 쏟아 부으면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겠지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수가 문제가 의료계에서는 숙원사업이다. 수가 문제 해결 없이는 한걸음도 못 나간다는 말들이 있는데 어떤가. 

올바른 진료라는 측면에서 적정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적정하게 수가가 매겨지고 관리가 잘 되어야 과잉진료도 안 나오고 비급여 진료나 이런 부분들도 천천히 없어진다.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의사의 양심에 맞춰서 적정하게 진료를 했을 때 충분히 보상된다고 하면 환자들한테 일부러 비급여를 권유한다든지, 성형외과나 비급여 항목이 많은 과가 인기 과가 될 일은 없어진다. 그 부분의 균형을 얼마나 잘 맞추는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지금은 수가가 떨어지다 보니까 수가 외의 여러 가지 동력을 가지고 자기의 수익을 보전하려는 방법에 병원들이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가를 적정히 올려줘서 정부에서 주는 수가만으로도 병원 운영이 잘 되고 인건비 제대로 줄 수 있으면 오히려 의료 자체가 안정이 될 것이다. 거기에 수반되는 인력들이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것들이 해결되어야 전반적인 부분이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 이재갑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전임의를 거쳐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분과장, 감염관리 실장을 맡았으며, 감염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 국제협력의사로 3년간 카자흐스탄 파견, 2015년 에볼라 확산 당시 바이러스병 대응 긴급구호대 팀장으로 서아프리카 파견, 메르스 국내 유행 때는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TFT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의료현장에서 진료는 물론, 방역당국의 정책자문과 언론을 통한 코로나19 실상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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