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토론보다 차분한 분위기...‘음소거 장치’ 도입
바이든 “김정은, 핵능력 축소하면 만나겠다”
트럼프, ‘헌터 스캔들’ 공격...바이든은 방어

대선 TV 토론에서 맞붙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사진=연합뉴스>
▲ 대선 TV 토론에서 맞붙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기자]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공화당 후보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마지막 TV 토론에서 격돌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에서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 대응 ▲국가안보 ▲인종 ▲기후변화 ▲리더십 ▲가족 등 6개 주제를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사회는 NBC 방송 백악관 출입기자인 크리스틴 웰커가 맡았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말을 가로막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난장판’이라는 혹평을 받은 1차 토론회를 의식해 토론에는 ‘음소거 장치’가 도입됐다. 트럼프는 ‘막말’ 비판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을 고려한 듯 1차 토론 당시보다 차분한 대응을 이어갔고, 바이든 역시 절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북정책 극명한 차이...“사이좋다” VS “폭력배와 친구”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 자신이 전쟁을 막았다는 기존 주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당신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3차례 만났지만, 북한은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으며 여전히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것을 배신이라고 보느냐’는 취지의 사회자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면서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전쟁은 없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을 만났을 때 그가 “북한과 핵전쟁이 있을 것을 암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에게 “엉망진창을 남겨줬다”면서 “취임 후 첫 세달은 아주 위험한 기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김정은을 만나려했지만, 김정은은 오바마를 싫어했기 때문에 만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는 서울에서 전쟁이 났다면 수백만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서울은 북한으로부터 25마일(40km) 떨어져 있으며 3200만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잘못된 사실을 언급했다. 서울 인구는 지난 9월 발표된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 기준 약 970만명이다. 

반면 바이든은 “트럼프는 북한을 합법화하고 있다. 그는 폭력배(thug)를 그의 좋은 친구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전보다 우리 상황이 더 낫다고 말하고 있지만, 북한은 예전보다 더 쉽게 우리 영토에 닿을 수 있는 미사일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김정은을 두 차례 ‘폭력배’라고 지칭했다.

그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트럼프의 말에 “우리는 사실 유럽을 침공하기 전의 히틀러와도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반박하면서 “김정은이 오바마를 만나지 않은 이유는 오바마가 ‘우리는 비핵화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을 합법화하지 않고 더욱 강한 제재로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아래서 4차례의 핵실험을 했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자신이 부통령이었을 당시 중국에 방문했었을 때의 대화를 소개했다. 그는 ‘왜 당신들의 미사일을 가까이 옮기느냐. 왜 전력을 더 이동시키느냐. 왜 당신들은 남한과 계속해서 군사훈련을 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중국 측에 “우리는 그들(북한)을 통제하기 위해 이것들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통제하고, 그들이 우리를 다치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할 것이다. 무언가 하고 싶으면 나서서 도우라. 아니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은 김정은을 만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그가 핵능력을 줄이겠다는 것에 동의하면 만나겠다”면서 “한반도는 비핵화 지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트럼프가 지향했던 ‘톱다운’ 식 방식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로 읽힌다.

TV 토론회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후보 <사진=연합뉴스>
▲ TV 토론회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후보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책임론 두고 공방...“중국 잘못” VS “트럼프 잘못”

트럼프는 자신이 코로나19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으며, 백신이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코로나19의 책임은 자신이 아니라 중국에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곧 백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준비됐다. 몇 주 안에 발표되고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백신이 몇 주 안에 나온다고 했는데, 보장할 수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다만 백신은 연내에 나올 것이라면서 여러 회사들이 아주 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트럼프는 코로나19 상황과 관련, “우리는 모퉁이를 돌고 있다. 그것은 곧 사라질 것”이라면서 “우리는 코로나19와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에 온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중국의 잘못”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면 바이든은 22만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다면서 “그렇게 많은 사망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으로 남아있으면 안 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우리는 암울한 겨울(dark winter)로 향하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여전히 분명한 계획이 없고, 내년 중순 전까지 미국인 대부분이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살아가고 있다는 주장에는 “사람들은 그것과 죽어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더불어 그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하고, 빠른 코로나19 검사에 투자해 미국인들이 신속한 진단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면서 트럼프와의 차별점을 부각했다.   

 

‘헌터 스캔들’ 놓고 충돌...바이든 “러시아 계획”

이밖에도 러시아·이란·중국 등에 대한 선거개입 문제도 나왔다. 바이든은 이들 세 국가가 미국 선거에 개입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거개입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는 이란과 러시아의 선거개입 시도는 자신의 입자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바이든 후보의 차남 헌터가 러시아로부터 35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 헌터와 바이든이 연루된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다시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헌터가 2014년~2019년 재직한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업체 ‘부리스마’가 회계부정 등 혐의로 검찰 수사대상에 올랐을 때 바이든이 이를 무마시키려고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해임을 압박했다는 의혹이다.  

최근 친트럼프 성향 매치 뉴욕포스트는 헌터의 노트북 하드디스크 복사본을 입수, 헌터가 2015년 부리스마 관계자와 아버지 바이든의 만남을 주선한 정황이 담긴 이메일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노트북에 헌터가 마약을 흡입하면서 신원미상 여성과 성행위를 하는 12분짜리 동영상도 함께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메일을 언급하며 “나는 당신이 의혹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압박하자 바이든은 “비윤리적인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맞받았다. 또 노트북 복사본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루디 줄리아니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것을 강조하면서 해당 의혹이 ‘러시아의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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