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능구  대선정국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내년 4월에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그 직후에 양당의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그리고 현재 민주당의 당헌 기준으로 보면 180일 이전에 대선 후보를 확정하게끔 되어 있다. 그렇게 계산하면 9월10일이다. 내년 하반기면 양당의 대선 체제가 가동될 것이고, 내후년 3월 9일에는 대선, 6월 1일에는 지방선거가 있는데, 양 선거의 동시 실시 여부 확정도 그때쯤 될 것 같다. 이렇게 내년은 코로나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을 위한 노력과 함께 일련의 정치 일정들이 준비돼 있는데, 핵심은 결국 내후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이기 때문에 제가 전체적으로 ‘내년은 대선 정국이다’라는 표현을 했다. 대선 정국을 앞두고 보궐선거를 승리해야 하고 전당대회에서 당의 체제를 새롭게 가져가는 등 여러 정치 이슈들이 있다. 대선 주자와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다.

홍형식  다음 대선에서 여권은 당의 존재감이 분명해서 후보와 함께 당이 플레이어가 되겠지만, 야권은 조직이나 당보다는 대권 주자들이 플레이어가 되어서 어떤 형태로든 판을 짜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에 비해서 대권주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 새로 출마 의사를 밝히는 분들이 계시지만 그 후보들이 지금 선점하고 있는 후보의 지지율까지 따라가기는 쉽지 않고, 결국은 여권과 야권 각각 2~3명 정도의 범주 내에서 대권구도의 판이 짜여질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면서 야권의 유력주자 1명이 빠지게 된다. 만약 당선이 된다면 내가 볼 때는 야권에서 단일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더 커진다. 야권의 후보가 여러 명 있으면 어렵지만, 숫자가 적으면 단일 후보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큰 틀로 보면 다음 대선은 제 3의 후보라는 중간지대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의당 후보가 나온다 해도 실제 지지율이나 득표율에는 큰 의미가 없는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고, 결국은 민주당 후보 하나, 그리고 반 민주당 후보 진영 하나가 완전히 정면 충돌하는 대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황장수  저는 보궐선거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여야의 개헌론이 등장하지 않겠나 보고, 그래서 아예 개헌을 하고 개헌된 내용대로 대선을 치르자, 지방선거를 같이 치르자는 이야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어차피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은 기정사실화 되었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기 어려울 것인데, 여야의 독보적인 대선 후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야당에 유력한 후보가 있다면 야당이 동조 안 할 가능성이 많지만, 지금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대다수는 아마 여권에서 이원집정부제 개헌하자고 제안하면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권 청와대 핵심에서 이낙연이냐, 이재명이냐, 또는 제3후보를 발굴하느냐를 고민하기 보다, 차라리 개헌을 해서 나중에 정치 보복이 없는, 여야가 무의미한 상황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냐고 판단을 하고 제안한다면, 보궐선거 이후에는 급속하게 개헌정국으로 휩쓸려갈 수 있다. 물론 국민들 입장에서 이런 야합식 개헌은 매우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차재원  저는 권력구조를 개편한다면 개헌을 찬성할 마음이 있다. 사실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 내에서도 소위 말하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고질적인 폐해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극한적인 대립과 갈등을 야기하는 권력구조는 어떤 식으로든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내년에 그것이 가능할 것인가. 저는 가능성이 그렇게 높아보이진 않는다. 지금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차기 대선에 시선이 쏠려있고, 국민들 입장에서도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동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라든지 정치 외적인 변수들이 워낙 급박하게 삶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에, 개헌까지 갈 수 있는 정치적인 동력이 생길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거다.

기존의 정치 일정을 그대로 가져간다고 하면 크게 두 가지 변수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누가 뭐래도 윤석열 변수다. 윤석열 총장이 내년 7월 임기가 끝나고 난 뒤 어떻게 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직 2개월과 관련한 법원의 결정과는 무관하게 임기 끝까지 윤석열의 일거수 일투족은 계속적으로 이야기될 것이고, 그러면서 윤석열의 정치적인 몸집은 점점 커져나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내년 7월 퇴임 이후에 본격적으로 정치적 행보를 할 거냐, 말 거냐에 관심이 쏠릴 것인데, 만약 본인이 정치적 행보를 한다면 이전의 반기문이나 고건하고는 다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과연 야권 전체에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거다. 만에 하나 본인이 정치를 할 것처럼 하다가 막판에 고꾸라질 경우에는 반기문의 좌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후폭풍이 올 것 같다. 그렇듯 윤석열이 야권의 입장에선 제일 중요한 변수다.

또 다른 변수는 친문의 선택이다. 어차피 여당의 후보는 당내 목소리와 장악력이 큰 친문의 선택에 달려있는데, 사실 이제까지 친문은 이낙연 쪽으로 기울어지는 걸로 보였지만, 이낙연 대표가 대표가 되고 난 뒤 보여준 정치력에 대해 실망감이 많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재명 지사인데, 아직까지는 친문과의 간극을 좁히긴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그러면 제 3의 후보는 누가 될 것인가. 정세균 총리인가, 이광재 의원이 될 것이냐 등등. 결국 윤석열과 친문, 이 두 가지 변수가 내년 보선 이후 정치판을 흔들 가장 큰 변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김능구  오늘 정진석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윤 총장을 잘 아는 사람한테 들었는데 이 사람이 7전8기로 사법고시가 돼서 의지의 한국인이라고 했는데, 그 공부하는 동안에 법전만 본 것이 아니고, 존 스튜어드 밀의 자유론을 몇 차례나 독파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문학적 욕구를 주체할 수 없었다는 표현을 쓰는데, 아마 법조인의 경험과 시각만 가지고는 국정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데 대해서 다른 부분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다.

저는 박근혜 정부 말기에 당시 여당, 새누리당이 반기문 총장을 대했던 흐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당시 당내에서는 김무성 대표 등이 대선 후보로 꼽혔지만 지지세가 상당히 약했고, 그래서 대안의 인물을 찾고 있었다. 김무성 대표 또한 반기문 총장을 다음 대통령 후보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어떤 면에서는 새누리당 사람들이 탄핵에 대거 동참하고 탈당도 하는 동기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2017년 1월에 반기문 총장이 귀국해서 보름정도 지나서 출마의사를 접게 되는데, 몇 년씩이나 그걸 생각해 온 사람들은 모두 당혹감과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탈당파였던 주호영 대표 같은 경우에 윤석열 총장에 대해서 ‘아예 그런 기대를 갖게 하지 마라’, ‘정치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라’고 했는데, 속으로는 ‘하려면 분명히 해라’는 게 담겨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래서 국민의힘 사람들은 상당히 다양하고 다각적으로 윤 총장 변수에 대해서 긍정과 부정요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윤 총장은 어떻게 보면 보스형의 리더로 활동 해왔고, 국감장에서는 안 해도 될 말을 했었다. 갈등이 첨예화된 순간에 ‘퇴임 후에 어떻게 봉사할지는 생각해봐야 된다’는 표현을 했는데, 제가 생각할 때 본인도 완전히 의지가 없는 건 아니라고 보인다. 하지만 퇴임 이후 시간이 길기 때문에 정직과는 무관하게 내년에 임기가 끝나고 한 6개월 정도면 승부가 나지 않겠나 싶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나름대로 마음을 가다듬고 근력을 길러야 한다. 국정운영이라는 게 만만한 게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경선판을 거치는 것도 보통 내공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스타트 자체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다.

두 번째로 친문의 선택인데, 본인들이 ‘민주주의 4.0’이라 부르는 모임이 있다. 어느 특정 후보가 아니라, 정권 재창출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준비하고, 여러 가지 제도적인 검토도 하기 위해 모였다고 하는데, 지금 민주당에 친문 아닌 사람이 없겠지만, 순식간에 핵심 친문들은 다 모인 것 같다.

이해찬 전 대표가 그만 두기 전에 대선의 룰을 확정했다고 한다. 노무현이 승리했던 2002년도 경선처럼 100% 국민경선제로 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권리당원 같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선거인단이 되겠지만, 지역별로 토론회하고 각 후보들이 모집한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그리고 결선 투표가 진행되는 구조하고 한다. 그래서 아직 언론에는 안 나왔지만, 대선을 생각하는 각 후보들은 전국적인 선거인단 모집에 가장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경선 룰이 친문의 선택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2002년 경선을 보자면, 당시 광주에서 노무현의 반란, 노무현이 뒤엎었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김대중 동교동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당 조직 ‘연청’(민주연합청년동지회)이 노무현 대통령 지지를 결정했고, 그것이 선거인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핵심적인 사람한테 직접 들었는데,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과 의지가 어필한 측면이 있겠지만, 국민경선 선거인단 선거의 실상이 그러했다는 거다. 결국 이번에 세운 대선 룰처럼 진행된다 했을 때, 그 선거인단에서 친문이 미치는 영향 또한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 부분을 극복하기 위한 후보들이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결국 그 중심은 친문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4.0이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고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집단이나 세력으로서가 아니라 정말 정책과 인물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결단이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고, 그 부분을 친문이 주도해 나가는 것이 본인들의 정권 재창출에 있어서 가장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황장수  1년쯤 지나면 친문이 있을까. 노무현 정권이 문 정권보다 훨씬 나았는데도, 그 많던 노사모가 나중에 보니까 전부 나는 노사모 아니라고 사라졌다. 저는 1년 뒤에도 친문이 있다는 건 아니라고 본다.

김능구  친노와 친문을 비교하셨는데, 제가 볼 때는 친노보다 100배 결속력 강한 게 친문이다. 친문은 SNS를 통해서 매일 소통하며 모든 현안 이슈를 나누고 있다.

홍형식  왜 그러냐면, 노무현 때는 소위 386 후배세대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연배가 아니었다. 그 386들이 지금 50대, 40대가 되어 옛날 학생운동을 할 때부터의 소통망을 그대로 유지하니까 강할 수밖에 없다. 친문이 과거 친노보다 더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경선을 하더라도 더구나 선거인단을 모아서 하는 거라면 친문의 영향력은 그대로 남을 것이고, 결국 다음 대선은 친문이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친문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이들은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지 않고 내부 조직을 보고 정치를 했고 그것이 지금 세력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제 오바마처럼 대통령도 할 수 있는 나이에 있는 친문이 스스로 주체가 될 것인지, 서포터 역할을 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주체적으로 독자적인 대권주자로 나서는 사람이 나올지, 아니면 이번에도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 내부에서 결정하면 내가 볼 때 그 사람이 대권주자가 될 것이다.

김능구  마지막으로 바이든 체제 등장에 따른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서 한 말씀씩만 하고 가도록 하겠다.

황장수  정부는 코로나가 완화되면 대북지원도 풀고 바이든 측에다 종전선언을 받으라고 밀고가고 있다고 한다. 문 정권의 그런 뜻대로는 잘 안 되고, 북한 문제는 굉장히 경직된 상황에서 바이든 4년이 흘러가게 될 거라고 보고 있다.

홍형식  바이든은 트럼프식 협상은 하지 않을 거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설사 바이든이 북한에 대해서 우호적인 태도를 가져간다 치더라도, 북한은 시간적으로 버티지 못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바이든은 그걸 알기 때문에 굳이 대북 정책에서 서두를 일도 없고, 별다르게 추진할 일도 없을 것이다. 제가 볼 때 현재와 같은 남북의 교착상태에서 북한이 굉장히 어려운 처지로 갈 거라고 본다.

차재원  저는 두 분하고 전망이 조금 다르다. 미국의 민주당 행정부가 오바마 때는 전략적 인내를 했지만, 앞서 클린턴 행정부는 적극적 포용 정책을 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 능력을 키워주는 꼴이 되었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자성의 목소리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지난번 대선 과정에서도 바이든은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는데 북한이 핵 능력을 축소하면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것이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선 비핵화 후 대화’를 하겠다는 뜻은 아니고, 어느 정도 융통성있는 입장을 내보인 거라고 분석할 수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이 틈새를 잘 헤집어 들어간다면 양측 간의 대화 테이블 자리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북한이 다급하다는 부분을 인정한다고 해도, 말씀하셨듯이 서로 완전히 안 보면서 상황이 악화되는 쪽으로 갈 거라고는 단정하기 이르다고 본다.

김능구  바이든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능숙한 외교 전문가다. 상원 외교위원장을 20년이나 해서 북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대외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미국 의회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다 경험했던, 충분한 경륜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분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서 상당히 높이 평가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도 한편으로 상당한 기대를 가질 수 있는데, 현재 햇볕정책에 대해서 바이든 정부의 외교를 담당할 분들은 실패한 거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바이든 시대의 미국과 북한 관계는 트럼프처럼 ‘All or Nothing’ 게임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외교팀이 북미관계에서 정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하면, 치밀한 준비와 함께 스텝바이스텝으로 나갈 수 있는 아주 세세한 협상전략을 수립하고 밀고나가야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면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협상에 나서야 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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