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단일후보 안철수 대항마, 민주당 제3후보 김동연 카드?

 

 

영하 15도를 넘는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치는 삼복을 앞둔 여름처럼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2월 20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면서 야권의 제 3후보로 등장한 이후, 이제 정치권은 용광로가 되어 버린 상태다.

2011년 무상급식 논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시작되었는데, 당시 50%의 지지를 받고 있던 안철수 대표가 5% 지지에 머물던 고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었다. 이번에 안 대표는 그 대목이 안타까웠던지 ‘맺은 자가 풀어준다’는 결자해지의 원칙을 언급하며 출마를 선언했다. 거기에 더해서 야권의 대선승리를 위해 자신은 대선을 포기한다 하고,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요구했다. 안대표가 보여준 가장 뛰어난 정치적 결단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아무튼 정치판을 뒤흔드는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안철수 대표의 승부수에 대해 여론도 긍정적이다. 출마선언 이후 연말연시 여론조사는 범보수층 후보 중 1위뿐 아니라, 여야 양자대결 구도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하여 12월27일부터 29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후보적합도는 안철수 24.2%, 박영선 17.5%, 나경원 14.5%, 박주민 5.8%, 우상호 4.8% 순이다. 야권단일화 없이 여야 후보와 안철수 대표의 3자 대결에서는 박영선 31.3%, 안철수 29.4%, 나경원 19.2%로, 박영선 후보의 우세지만 민주당이 절대 안심할 수 없는 결과다. 특히 3자 대결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안철수 대표 43.4%, 나경원 전 의원 44.2%로 절반 가까이 안대표를 찍겠다고 나섰고, 안철수를 야권 단일후보로 할 경우에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81%가 지지하여 결과적으로 안철수 대 박영선 양자대결은 44.6% 대 38.4%로 나타났다. 다른 기관의 조사도 안철수 대표가 1위로 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힘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안 대표는 지지율을 의식한 듯 국민의힘에서 제시하는 입당이나 합당을 거부했고, 이에 따라 국민의힘 내부 경선은 그냥 예선전이 돼버렸다. 제 1야당이 의원 세 명 뿐인 안철수 국민의당에게 끌려 다니는 모양새라, 안 대표에 대한 거부감은 차치하고 정국 주도권을 뺏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그래서 서둘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불러내면서 어떻게든 당 내부 경선의 흥행을 도모하려 하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서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만약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서 떨어지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이름 값이 통하기 어려운 상황, 정치생명이 끝난다고 봐야 할 거다. 출마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 새해 3일 오세훈·나경원 단일화 회동이 별 소득 없이, 이슈조차 안 되고 기자들에게 악수 사진 한 장 선물하고 끝나버린 것이 그 반증이다. 국민의 힘은 4일 당초 계획보다 다소 연기된 자체 경선 일정을 발표했다. 다만 내부 경선 규칙의 확정을 미룬 것은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 보인다.

정리하자면 국민의힘은 현재 제1야당으로서 체면도 지키고, 주도권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승리할 고차방정식을 풀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다.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년 대통령 선거의 승부를 좌지우지하게 될, 양 정치세력으로서는 전면적인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선거다. 그 어떤 것도 선거 승리보다 앞설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보수 야당은 후보 단일화가 선거 승리의 보증수표라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 원샷 경선을 하던, 경선을 통해 선출된 국민의힘 후보가 안철수 대표와 일대일 최종 경선을 하던, 후보 단일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한다는 것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나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도 인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안철수 대표의 출마선언으로 아주 복잡한 양상이다. 일단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 중 선두인 박영선 장관이 ‘월말까지는 출마여부를 밝히겠다’면서 유보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시원시원한 여장부 스타일의 박 장관이 말을 아끼고 있는데, 박 장관 입장에서는 박빙의 승부에 뛰어들 명분과 실리를 고심하고 있을 거다. 여당은 이 어려운 시국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원인제공자라는 원죄가 있고, 여기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73년 생으로 당대표 출마까지 했던 박주민 후보도, 추미애 장관도 아직까지 출마하겠다는 말을 안 하고 있다. 오직 우상호 의원만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한 상태인데, 다자 대결 구도에서 지지도는 5%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무튼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도 안철수 대표 때문에 크게 휘둘린 모습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서울선거기획단장이 나서서 여론의 관심에 대응하고 있는데, 방역, 민생, 경제 이른바 ‘방민경’의 성과를 통해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과 함께 관심을 모은 제 3후보 영입은 ‘당 차원에서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력투구하면 승산 있다’는 김민석 기획단장의 말처럼, 여당의 입장에서는 전반적인 분위기 반전이 절실하다. 사실 부정적 여론 형성에 영향을 준 부동산이나 백신 등의 이슈는 야권의 입장에서도 비판 이상의 대안을 내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점에서, 개별 정책에 대한 아젠다보다는 전체적인 대통령 지지율 추이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선거 전까지 3차 대유행에 대응한 코로나19 방역성과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40%대에서 균형을 유지해 간다고 가정하면, 최종적인 승패의 결정요인은 인물의 적합도가 될 수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과 현재 여론 추이를 감안하면, 여권의 ‘제 3후보 대안’ 논의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당 안팎에서 간간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그 중심에 설 수 있는 인물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첫 손에 꼽힌다. 경제를 잘 아는 통합형의 리더, 신선한 이미지로 주목되는 인물이다. 오늘의 정국진단은 김동연 부총리에 대해 알아보는 것으로 마무리 하겠다.

김동연 부총리는 57년생으로 충북 음성에서 태어났고,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하고 오랜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정치인의 자질이란 관점에서 김 부총리의 장점을 네 가지 정도로 말씀드리면, 첫 번째가 자수성가, 두 번째 전문성과 소신, 세 번째 정치적 전투력, 네 번째는 충청 출신이라는 점이다.

먼저 자수성가를 말씀드리면,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 생활을 겪으며 덕수상고와 야간 대학을 졸업했다. 육칠십년대 심한 가난 속에 성장한 공부 잘하는 수재들이 상고를 가고 일찍 은행에 취직했다. 김 부총리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신탁은행에 취직했고, 국제대학교 야간 법학과 다니면서 1982년에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동시에 합격했다. 입지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전문성과 뚜렷한 소신이다. 2006년 참여정부 기획예산처 전략기획관 재직 시 ‘국가비전2030’ 작성의 실무를 총괄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중장기전략보고서라고 하는데, 그만큼 경제를 보는 안목이 넓고 크다. 이명박 정부 기획재정부 2차관으로 있을 때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무상·보편 복지 공약이 난무하자, 추가 증세와 국채 발행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고, 장관하고 싶어서 말조심하는 게 사람 심리인데 차관으로 이런 말 할 수 있는 소신이 주목받았다. 이번 정부 경제부총리 재직시에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병행론’을 주장하며 장하성 정책실장과 갈등 관계를 보였다. 경제 수장과 청와대와의 갈등 역시 쉽지 않은 일인데, 굽히지 않는 소신을 보여준 바 있다.

세 번째는 관료답지 않은 정치 전투력이다. 문재인 정권 초기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 업무추진비 부당사용을 폭로했을 때, 당시 김동연 부총리는 심재철 의원을 해킹했다고 검찰에 고소해버렸다. 대정부 질문에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5선인 심재철 의원을 압도해서 여론의 주목을 받은 이력이 있다. 또한 퇴임 이후에 유쾌한 반란이라는 사단 법인을 만들고 전국을 돌면서 국민들과 함께하는 것만 보더라도 정치적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네 번째는 충청 출신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선거 지형은 영남출신과 호남출신들이 기본적인 지지세를 형성하고 충청 출신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구도다. 서울이나 전국단위 선거에서 호남이나 영남의 지지를 받는 충청 출신 후보는 기본적인 승리 조건을 갖추는 것이라는 점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가 깊은 인상을 받은 경험은, 저희들이 꾸리는 상생과통일포럼에서 보여준 그 분의 의지와 신념이다. 2018년 10월 국정감사 직후에 포럼의 주제발표자로 나섰는데, 포럼에 참석한 많은 여야 국회의원들을 앞에 두고, ‘경제는 정치다’, ‘경제에 좌와 우가 어디 있는가’ 하고 강하게 주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렇듯 제가 본 김동연 전 부총리는 정치인으로서도 아주 괜찮은 자질을 갖추고 있다. 이 분이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제 3후보가 될지, 아니면 지금처럼 국민들 속에 숨어 있을지, 또는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대통령의 길을 준비해 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제 3후보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김동연 전 부총리 본인의 권력의지와 결단이라고 본다.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여야 모두 중도 확장성이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 인물을 찾아 서울시민 앞에 세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여든 야든 누가 중도 확장성을 가진 제 3 후보를 만들어내느냐에 승부가 달려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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