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동정치의 민낯... 현대 민주주의 조종弔鐘..."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가운데, 한 지지자가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6일(현지시각)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가운데, 한 지지자가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지지 폭도들이 미국 연방의회 난입, 폭력 점거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세계인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지난 6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린 워싱턴DC 의사당으로 난입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 지지자들과 경찰 간 전쟁을 방불케하는 총격으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에 상·하원 합동회의는 주별 선거인단의 대선 개표 결과를 승인하고,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으나 오후 2시쯤 트럼프 지지자들이 상·하원 합동회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의사당에 난입하면서 발생한 사태다.

앞서 이날 오전 11시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열린 '미국 구국 집회(Save America Rally)'에서 트럼프는 "(대선 결과에) 절대 승복하지 않을 것", "우리는 도둑질을 멈추게 할 것"이라며 '대선불복'을 선동했다.
아울러 트럼프 지지집회에 모인 군중들을 향해 조 바이든 당선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를 상원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재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펜스가 옳은 일을 하면 우리는 대선을 이긴다"면서 "펜스가 해야 하는 일은 각 주에 (선거인단 투표결과를) 재인증하라고 돌려보내는 것뿐"이라고 강력히 호소했다.

이에 고무된 트럼프 '지지자들'이 '시위군중'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결국 정신나간 '폭력배'로 돌변해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의사당으로 돌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눈이 뒤집힌 트럼프 지지 폭력배들은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고 연방의회 건물 담을 넘어 창문을 깨고 의사당 내부로 난입했다.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연방의원들이 급하게 피신을 해야 했으며, 졸지에 아수라장이 된 의사당 내부는 최루탄 가스와 총격이 가해지고, 한 여성이 가슴에 총을 맞고 중태에 빠지는 등 시위대 4명, 경찰관 1명이 목숨을 잃고 나서야 진정되는 듯했다.

정신나간 '폭력배'들이 정신을 차린 이후인 오후 8시 상·하원 합동회의가 재개됐고, 다음 날인 7일 새벽 3시30분에야 조 바이든 당선인의 당선이 최종 인증됐다. 이날부터 대통령 취임식 날까지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조 바이든 당선인은 오는 20일 워싱턴DC에서 미국 46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다.

이번 폭도들에 의한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 점거사태는, 이후 '미국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이라는 위기의식과 이번 초유의 사건을 둘러싼 갈등의 여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트럼프 처벌 여부가 주목된다. 트럼프가 지지자들을 향해 "승리를 빼앗긴 애국자"라고 두둔했다가 트위터 계정을 12시간 정지당했다. 페이스북도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정지를 무기한 연장할 것"이라 밝혔고, 유튜브도 '대선 결과 사기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12시간 정지 후,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에는 "트위터는 트위터 운영원칙을 위반한 계정을 정지시킨다"고 기록됐다. AP통신은 트럼프의 트위터의 영구 정지 결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정책 변경을 알리고, 적을 모욕하고, 동맹과 자신을 칭찬하고,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고, 폭력을 선동해왔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시위대의 의사당 난입이 있던 당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를 '반란'으로 규정했다. 이는 폭도들의 "부정선거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겼다", "도둑질을 멈춰라" 등의 대선 결과 불복 구호를 트럼프의 선동에 따른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어서 향후 '처벌 수위'도 주목된다.

하지만 당장 주목할 점은 미국 민주주의 뿌리를 흔든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이다. 그저 일회성 사고로 치부하고 넘어갈 경우 미국 민주주의 근간이랄 수 있는 법과 제도가 흔들리게 된다. 현 민주적 선거제도를 부정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국가권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에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검찰 검사장 대행이 7일(현지시간) 원격으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수사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폭동에서의 역할에 대해 조사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여기서 모든 행위자, 역할을 한 그 누구라도 들여다보고 있다"며 "채증된 내용이 범죄 구성요건에 부합한다면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민주당도 이날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통한 도널드 트럼프 축출에 즉각 나서지 않으면 트럼프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전날의 의사당 난입 사태에 "어제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무장 반란을 선동했다"며 "트럼프가 부추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검찰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을 밝혀내 기소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며 미국 민주당 또한 트럼프 임기 10여일을 남겨둔 상황에서 수정헌법 25조를 통한 트럼프 탄핵을 실제 해낼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탄핵에 필요한 상·하원 의결 정족수 2/3 확보도 돼 있지 못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세계인의 시선이다. 1월6일 미 연방의회 폭도들의 점거라는 폭력사태는 세계가 미합중국의 국제적 리더십에 큰 타격을 가했다는 점이다. 폭도들에 체포된 듯한 의사당과 폭도들의 손에 흐느끼듯 펄럭이는 성조기... 이러한 장면은 탱크 위에서 외치던 소비에트 시절의 보리스 옐친 모습과 아랍의 봄,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거리시위 모습을 연상케 했다.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민주주의 현주소는 폭력과 파괴에 찌들고 권력 쟁취 과정에 야만과 무지로 유혈 낭자한, 그야말로 형편없는 민주주의의 몰골, 바로 그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난입해 폭력 점거했다.<사진=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지지 시위대가 6일(현지 시각)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난입해 폭력 점거했다.<사진=연합뉴스>

 

미합중국 스스로 민주주의를 지켜낼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외국의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도 없다는 국제사회의 전망이다.

이란의 핵협정, 환태평양 중심의 TPP, 파리기후 협약 등이 미합중국의 수십 년간 양당체제의 극심한 대립으로 망가졌고, 지난 트럼프의 4년간 경험으로 다른 국가들은 미국과 약속이 종잇장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갖게 됐으며, 미국의 외교정책이 시소의 게임처럼 간주됐다.

미국내 인종차별과 심각한 사회 불평등구조와 양극화로 시시때때로 유혈 폭동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미래에 트럼프와 같은 인물이 또다시 등장할 때 과연 이를 이겨낼 수 있을지, 민주적 역량이 갖춰졌는지, 미국의 도덕적 권위와 국제적 지도력에 대한 의문제기였다.

하여 미국내의 유혈 사태도 막지 못하는 주제에, 국제정치적으로 추진하려던 민주주의동맹 alliance of democracies의 명분을 갖추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된 것이다. 자국 내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데, 다른 국가들에게 모범이라 주장하면서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전파할 수 있을까?

특히 이번 사태의 근원인 경제적 양극화와 이와 결부된 정치·이념·인종 대립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어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은 지금 표면적으로 드러난 민주주의 혼란 상황 수습보다 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트럼프주의'를 낳은 미국 사회 내부의 모순이다. 미국이 대외적으로 신자유주의 선봉에서 국제사회를 이끌었지만 미국 내부부터 먼저 붕괴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6년 '트럼프 시대'의 도래는 미국 제조업의 몰락에서 시작됐다. 트럼프는 미국의 쇠락한 제조업 중심지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지지로 탄생했다. 이번 대선에서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등 다수의 러스트 벨트들이 바이든 지지로 돌아섰으나 '바이든 시대'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트럼프 시대'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신자유주의 시대 도래와 제조업의 붕괴는 경제 양극화를 초래했다. 제조 기반의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부의 편중은 가속화고 미국 국민 1%가 부를 독점하는 사회가 됐다. 지역적으로 미국 동부 뉴욕과 서부 엘에이(LA) 중심의 글로벌 거점은 번영의 수혜를 누리지만 내륙의 쇠락한 산업도시와 농촌은 피폐해지면서 지역 간 갈등도 커졌다. 트럼프 시위대들이 남부연합기를 흔들며 연방정부를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행태를 벌이는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여기에 인종 간 갈등이란 화약고도 작동하고 있다. 백인의 70%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현상은 제조업 쇠락, 지역 갈등 증폭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유사 파시즘' 흐름을 낳고 있다. 중산층에서 밀려난 다수 백인들의 박탈감이 반세계주의, 이민자 반대, 인종 차별의 '트럼프주의'에 경도돼 있다.

또한 국민들의 투표 결과를 놓고 법원과 의회 등으로 분쟁도 확산되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최고 의사결정인 주권자의 투표 등 민주주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미 고메즈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사태에 대해 "민주주의가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말한다"며 통탄했다.

미국이 이번 의사당 난입이란 초유의 사태를 극복한다는 것은 '트럼프'를 낳은 미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바이든 시대'의 당면 과제이자 최고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 제도 작동에 대한 새로운 각성으로 이어질지, 분열과 분쟁이 악화될지는 아직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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