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수단의 ‘사실무근’ 결론을 접하고

김어준<사진=연합뉴스> 
▲ 김어준<사진=연합뉴스> 

 

김어준이 퍼뜨린 음모론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세월호 고의 침몰설이다. 김어준은 세월호 참사 이후 <김어준의 파파이스> 등을 통해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반복해서 제기했다. 김지영 감독과 함께 제작한 <그날, 바다>라는 영화에서 김어준은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며 정부가 참사 초기에 발표했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항적 자료가 조작됐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어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김어준의 주장을 믿은 세월호 유가족들은2019년 11월 출범한 검찰 특별수사단에 이 의혹에 대해 수사의뢰했고, 검찰은 1년 2개월여만에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놓는다. 특수단은 김어준이 주장한 AIS 조작 의혹에 대한 검증을 위해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을 했고, 국내 23개 AIS 기지국과 해외 AIS 수집업체, 민간 선박의 AIS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모두 2014년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AIS 항적 데이터와 일치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김어준씨 말이 맞으려면 정부가 전 세계 수천 개 AIS 기지국 데이터와 민간 선박에 남은 AIS 데이터까지 모조리 조작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근거가 없고,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더는 소모적 논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특수단의 설명이었다.

사실 세월호 고의 침몰설은 상식의 차원에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의 것이었다. 아무리 정치적 음모가 있었다 한들, 아무리 박근혜 정부가 악의 세력이라고 믿는다 한들, 수백명의 아이들을 바다 속에 수장시켜 버리는 계획을 꾸몄으리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백 번 양보해서 박근혜 정부가 그런 일을 벌일 정도로 악한 세력이라고 치자. 그렇다 해도 대체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켜서 그들이 얻을 정치적 이득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를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어떤 정치적 이득을 얻은 것이 아니라, 참사 책임에 대해 여론의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임기 내내 위기에 몰렸었다. 그런 위기 상황을 스스로 만들었으리라는 상상은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럼에도 세월호 고의 침몰설은 구조 실패의 책임이 있는 박근혜 세력을 가장 사악한 집단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김어준 팬덤층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일이 벌어진다.

문제는 김어준의 세월호 음모론이 돈벌이로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김어준은 자신의 고의 침몰설을 토대로 2018년 4월 <그날, 바다>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개봉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배경으로 이 영화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이 영화는 54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44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어준과 김지영 감독은 이 영화 제작비에 9억원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어준은 2015년 1월부터 이 영화와 18대 대선이 조작됐다는 내용의 영화 '더 플랜'(2017년 4월 개봉) 등을 제작하겠다면서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2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모금한 바 있었다. 적지않은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김어준은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영화로 만들어 얼마의 수익을 얻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언론들이 극장과 배급사에 지불하는 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을 제외하면 제작진에게 10억~20억원 정도가 돌아갔을 것이라는 영화관계자들의 추정을 전할 뿐이다. 사실이 아닌 세월호 음모론을 갖고 영화를 만들어 개인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면 이는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커다란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를 하면 김어준의 팬덤들은 “적폐검찰이 수사해서 내린 결론을 어떻게 믿느냐”고 할지 모른다. 김어준의 음모설을 신뢰하는 입장을 보였던 세월호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도 “특수단이 AIS 의혹에 대해 해수부 등의 기존 논거를 반복했다”며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폐검찰’만이 고의 침몰설을 부정했던 것은 아니다. 진보 성향의 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 또한 김어준이 주장하는 고의 침몰설은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진즉에 내렸다. 뉴스타파는 김어준이 했던 주장과 가설들을 면밀히 검증한 결과, “누군가 1천여척의 선박, 16만개의 AIS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는 보도를 했었다. 나중에 <뉴스타파>의 최승호 PD는 음모설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나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는 김어준의 태도를 공개 비판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어떤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그것에 대해 '취재'하기보다 상상하고 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친다. 때로는 영화를 만든다. 그러다가 마침내 강한 반박이 나오면 거기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는다. 그냥 무시한다. 대중들은 그의 이런 행동방식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그는 사실이 아닌 위험한 주장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 같다”는 것이 김어준을 향한 최 PD의 비판이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에서는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쳐도 결국은 구해주러 나타나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그런데 김어준이 꺼낸 수많은 음모론 가운데 그 뒤 사실무근임이 판명되는 내용이 허다함에도 그를 믿는 사람의 대열은 끊이지 않는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유튜브 구독자 수가 100만명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그에 대한 믿음을 가진 콘크리트 팬덤층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치공작도 무섭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을 그렇게 만드는 광경이 나는 더 무섭다. 김어준이 퍼뜨리는 음모론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이제는 생각할 때가 되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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