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조합원 재개발·건축 부담금 미부과·2년 거주 의무 제외
사업 기간 대폭 단축, 정비 사업 절차 투명화 등 기대
대규모 분양 따른 부작용 우려...집값 오르거나, 주거약자층 소외될 수도

 정부가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 방안을 내놓았다. 공공재개발에 비해 조합원 이익 보장을 위한 내용이 더 추가된 것으로 평가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가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 방안을 내놓았다. 공공재개발에 비해 조합원 이익 보장을 위한 내용이 더 추가된 것으로 평가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민호 기자] 정부가 재개발·건축 사업에서 공공이 주도해 시행하는 대신 조합원의 이익을 확대하는 내용의 정책을 내놓았다. 4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주도 3080'에서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중 하나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을 제시했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서 재개발·재건축을 직접 시행하고 사업과 분양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조합원에게 1단계 종상향 또는 법적상한 용적률의 120% 상향, 재건축 조합원 2년거주 의무 적용 제외,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미부과 등 혜택을 제시했다. 또한 기존 사업에 대비해 조합원에게 10~30% 추가 수익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조합원의 아파트값 부담을 현물선납 후 정산 방식을 적용하고, 재개발 분담금 인상분은 공기업이 부담한다고 밝혔다. 용적률이 늘어난 부분에 대한 기부채납 비율도 재건축은 9%, 재개발은 15% 이내로 민간 재건축·재개발의 20~25%보다 낮다. 공공재개발·재건축은 50%이다.

대신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공공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조합원의 동의 비율이 50%였던 점에 비하면 문턱이 높아진 것이다. 조합이 없는 경우에도 토지 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로 신청하고, 토지소유자의 3분의 2가 동의하면 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 했다.

조합 결성 과정이나 조합 내 갈등으로 사업 시행이 지연되었던 과거 민간재개발·재건축 사례에 비해 빠르게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조건이다. 조합총회 및 관리처분 절차도 생략하고, 통합 심의 적용 등도 이뤄진다. 이를 통해 정부는 기존 13년 이상의 사업기간을 5년 이내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공재개발과 비교하면, 1단계 종상향(용적률 인상)과 조합원 거주 의무 적용, 재건축 부담금 미부과, 기부채납 비율 완화, 조합 총회 및 관리처분 절차를 생략할 수 있게 한 것 등 여러 혜택이 추가됐다.

신속성·갈등조절 장점...공공 주도 혜택은 사업해봐야 확인될 것

이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래 LH와 SH에서 시행하는 사업은 재건축 부담금이 없었다. 혜택을 명시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포함)서울에 32만호 공급은 분당 신도시 3개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수준인데 분양주택 중심으로 공급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밝혔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지원센터장은 “재건축 사업 초기에 주민들이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갈지 민간 주도로 갈지 고민할 것”이라며 “공공이 주도하면서 사업 시기 단축 등 장점이 있어 보인다. 다만 공공에서 조합내 갈등을 조절하는 사업을 해본적이 없다는 점에서 원활하게 사업이 시행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센터장은 “재개발·건축 사업 시행 과정에서 건설업체가 운영비용을 조합에 대여하고 분양 후 청산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런 매몰비용을 공공에서 얼마나 인정할지 같은 세밀한 문제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분양' 위주, 주거약자 고려해야...대량 공급이 가격 상승 요인될 수도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이 주도하는 사업의 이익도 있겠지만, 공공 주도 사업으로 기간을 짧게 하면서, 사업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민간 사업에서 조합원들 간에 일어나는 갈등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공공 ‘분양 위주’의 공급대책(분양주택 70~80%)으로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 집값이나 임대료가 시세에 맞춰 오를 것”이라며 “높은 주거비로 고통받는 서민이 부담할 수 있는 주택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주택 공급 물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물량이 소량이라도 늘어나)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 사람들은 공공이 나서서 도울 필요가 없는 계층”이라고 평가했다. 주거 약자를 위한 정책 설계인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임재만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 주택 공급량이 적지 않다"면서 "앞으로 시장 환경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집값이 오를 때 공급이 늘면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르기도 한다”며 “부동산 공급은 꾸준해야 하는데 이런 2·4 대책은 공급 사이클의 진폭을 크게 만드는 역할을 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공공재개발 방식이 자리 잡으려면 조합원들이 수익성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해 사례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개발 이익에 치중하는 민간 위주 건축재개발 사업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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