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릴 요인은 많지만 아직 검토하고 있지는 않아"

국제 곡물 가격상승이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라면을 비롯한 주요 식료품 업계들이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제 곡물 가격상승이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라면을 비롯한 주요 식료품 업계들이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미현 기자] 연초부터 밥상 물가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직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라면과 햄·가공식품 등 주요 식료품이 당장은 가격 인상을 검토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음식료 업종의 기초 자산인 국제 곡물 가격상승이 연일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가격 인상 품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도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통상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밀가루·설탕·전분당 등의 곡물이 대부분 가공식품·외식 업체들의 원재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또 대두와 옥수수 등 사료로 쓰이는 곡물 가격이 오르면,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도 오를 수 있다.

식량 가격 상승세는 심상치 않다. 3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1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치=100)는 113.3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연속 상승 중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옥수수 5월물은 부셸당 0.98% 상승한 54.1달러(약 5만 9500원)에 거래돼 5년 동안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밀과 대두도 전년 1월 대비 가격이 40% 상승했다.

외국도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식료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밀·설탕·대두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미 대형 식품기업들이 올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대형 냉동·간편조리식품 기업인 콘아그라브랜즈의 션 코놀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회사가 혁신을 통해 매출 성장을 지속하려면 올해 인플레이션에 근거한 가격 인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콘아그라브랜즈의 제품 원가 비중은 60~65%가량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의 라면·과자 업계를 비롯한 주요 식료품 업계는 아직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입장이다.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이 직접 체감되는 품목들이라 가격 인상에 대한 민감도와 저항이 큰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라 불리는 라면 업계는 고심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라면은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심한 품목이라 가격 올리기가 쉽지 않아 눈치를 보고 있다”라며 “가격을 일부 올린다고 해도 마진이 많이 남지도 않을뿐더러, 그것도 (소비자들이) 부담으로 느낀다. 가격을 올릴 요인은 많지만 검토되고 있지는 않다”라고 입을 모았다.

제과업계도 마찬가지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면서도 “지금은 언제 어떻게 올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캔햄 등 돈육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롯데푸드도 “아직 특별한 얘기는 나오고 있지 않다”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곡물 수요의 구조적 강세요인이 올해 말까지 지속되고 현재 곡물 가격의 상승 강도를 고려한다면,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식료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곡물 가격 상승과 식료품 가격 인상은 짧으면 6개월에서 길면 1년 시차가 존재한다”라며 “곡물 가격 상승이 지난해 3분기부터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2~3분기부터 소재·사료 제품의 판가 인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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