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반에 위기감 고조되자 곳곳서 사면 필요성 제기
총수 부재로 미국 시장 ‘공격적 투자’ 늦어질 우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홍석희 기자] ‘이재용 사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이후 반도체 분야의 패권 전쟁이 막을 올린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지휘할 총수의 부재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에 ‘공격적 투자’를 요구한 점도 사면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아 구속됐다. 사면이나 가석방 등 절차가 없다면 내년 7월 말까지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손경식 경총 회장, 홍 부총리에 공식 사면 건의

재계는 이 부회장의 공백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이 촉발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행보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노골적인 투자 압박을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린 반도체 산업을 지켜내기 위해 삼성전자 오너로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이 부회장 사면을 연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금은 한국 경제를 위해 이 부회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며 "(이 부회장이) 최대한 빨리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 회장은 지난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홍남기 부총리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간담회를 마치고 "사면 건의에 대해 다른 경제단체장도 긍정적으로 말했다"며 "(부총리는) 건의 내용을 다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을 석방해 반도체 전쟁에 백의종군하게 하면 안 되는가. 세계가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데 우리만 혹시 장수의 발을 묶는 것이 아닌가"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을 언급했다. 그는 또 이재용 부회장이 청년 일자리 확보와 백신 확보 등 국가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강조하며 정치권에서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대기업의 투자가 절실한 지자체장도 이 부회장 사면 건의에 나섰다.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2월에 이어서 두 번째다. 오 군수는 이날 '존경하는 문재인 대통령님께 드리는 호소문'이란 제목의 서한을 통해 "이재용 회장이 있어야 할 곳은 구치소가 아니라 경영 일선이어야 한다"라며 "대기업들이 무너진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도화선이 될 수 있도록 삼성과 이 부회장에게 환부작신(換腐作新, 낡은 것을 바꾸어 새 것으로 만듦)할 기회를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美의 '공격적 투자' 압박 대처 위해서 ‘총수 리더십’ 필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삼성전자에 투자 압박을 가한 것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대책 화상회의에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을 초청했으며,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강조했다.

이에 미 대표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6개월 내 차량 반도체를 생산해 공급하겠다”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사실상 미국 내 투자를 요구받은 상황에서 총수 부재로 글로벌 생산기지 운영 등 반도체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총수 부재는 결국 기업의 투자나 전략 결정이 늦어지는 요인이 돼 해당 기업은 물론 나라 살림살이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2018년 2월까지 구속돼 경영시계가 멈춘 바 있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9조3400억원 규모에 인수한 것 말고는 별다른 경영 성과가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공백은 기업의 신사업 진출, 주요 전략 결정 등을 중단케 하는 요인”이라며 “공백이 길어질수록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상법 노동조합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경제계에 부담을 주는 법이 만들어져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인사회에서 “새해는 ‘통합’의 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는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일부 정·재계 인사들은 사면을 두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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