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 대표 거취와 3대입법 처리에도 영향력 - 이부영 사퇴가능성도

열린우리당 천정배 대표가 4대입법 처리 실패 책임을 지고 1일 새벽 2시 원내대표직을 전격 사퇴했다. 천대표 사퇴는 일단 열린우리당의 조기 당권경쟁을 촉발시키고, 한나라당 김덕룡 대표의 거취와 한나라당의 당권경쟁에 영향을 주며 또 내년2월로 연기된 3대입법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5년 연초정국이 벌써부터 뜨겁다.

2005년 1월 1일 새벽에 마친 2004 임시국회 후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4대입법 2004년 연내처리 실패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천 대표는 1일 새벽 2시에 가진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지난 8개월 동안 우리는 그 동안 민생개혁입법을 완수하고 국정을 튼튼히 뒷받침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고, 상당한 성과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가보안법 등 주요개혁법안에 대해서는 연내 처리를 해내지 못했다"며 "국민과 당원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이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앞으로 저는 평의원으로서 변함없이 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민생안정과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덧붙여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정기국회 성적표에 따라 거취여부를 결정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국보법 대체입법 합의'로 천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배기선 의원이 "오는 2월 임시국회까지는 원내대표직을 수행해야한다"고 사퇴를 만류했지만 "당헌상 제가 사퇴표명을 했기 때문에 이것으로 된 것"이라고 사퇴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우리당 당헌상 원내대표가 사퇴의사를 표명하는 것으로 사퇴절차가 완료되고, 후임 선출때까지는 정책위의장이 그 직무를 대행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홍재형 정책위의장이 원내대표직을 대행하게 된다. 또 당헌은 원내대표 후임을 1개월 이내에 경선을 통해 선출해야 한다고 되어있어 올 1월 중 원내대표 경선을 치루게 된다.

천 대표의 중도사퇴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조기 당권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 특히 사퇴의장을 접었었던 이부영의장도 사퇴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있다. 또 이 파장은 김덕룡 대표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쳐 한나라당의 내년 1월 임시전대를 가열시킬 전망이다.
천대표 사퇴는 연초부터 여야의 당권경쟁을 조기에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또한 4대입법 처리 실패를 이유로 사퇴함으로서 내년 2월로 넘겨진 3대입법 처리에도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2005년 새해벽두부터 정치권은 이래저래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개혁 원내사령탑' 천정배, 결국 '개혁'으로 좌초

민변출신의 3선인 천정배 대표는 지난 5월 11일 원내대표로 선출, 17대총선에서 탄생한 152석의 거대 과반 집권여당을 이끄는 원내사령탑으로 '힘'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그는 원내대표 경선 당시 상대후보였던 이해찬후보의 '온건보수노선'에 차별화해 '첫째도 개혁, 둘째도 개혁, 셋째도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개혁 원내사령탑'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이후 개혁지도부 천 대표는 17대국회는 '민주평화개혁 세력의 개혁국회'라고 규정짓고 반민주, 반개혁 악법인 국가보안법 폐지와 과거사법 제정, 언론관계법 개정, 사학법 개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의 연내처리'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수차례 다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강경 개혁입장에 반대하는 당내 온건파의 '속도조절론'과 색깔론까지 등장시킨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개혁선장' 천 대표가 결국 '개혁' 암초에 부딪쳐 좌초하고 만 것이다.

천 대표는 4대입법 처리에 정치생명을 걸었었다. 개인적으로 4대입법의 성공적 처리로 원내대표 역할을 무사히 마친 후 이를 디딤돌로 대권까지 노려볼 꿈도 꾸었었다. 그러나 그의 리더십은 바로 이 4대입법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그의 꿈도 물거품처럼 사라져가고 있다.
애초 그가 세웠던 '4대입법 연내 패키지 처리' 전략부터 잘못되었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연내처리 원칙이 수차례 흔들거리면서 강경파와 온건파 양측으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또 2004년 마지막인 30일, 31일의 연말 국회농성에서 보인 여야 원내대표회담 합의와 파기과정은 천 대표의 취약할 리더십의 결정판이었다. 당론과 완전히 배치되는 '국보법 대체입법'에 대한 구두합의와 파기의 1차사태에 이어, 2차로 '2+2'의 서면합의도 한나라당에서 파기시킴으로서 그의 리더십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쳐졌다. 결국 2+2도 관철시키지 못하고 한나라당 박대표가 반대한다는 이유로 여야가 합의된 '과거사법'마저 결국 막판에 후퇴하고 말았다.

게다가 그는 1차합의로 알려졌던 '국보법 대체입법 합의'를 결코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고, 이는 열린우리당의 중진인 이부영의장, 문희상, 유인태, 배기선 의원이 주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해 이들 중진과도 정면충돌사태를 빚었다.

이 때문에 이 의장은 '의장직 사퇴'를 하려했고, 당내에서는 천 대표와 미리 협의해 추진했던 대체입법임에도 천대표가 모든 책임을 중진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천 대표는 이렇듯 원내대표직 수행에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결국 '실패한 원내사령탑'으로 마감하게 되었다.

천신정 '탈레반 당권파' 추락으로 열린우리당 세력판도 대변화
- 내년 1월 원내대표 경선, 4월 당대표 경선
- 17대국회는 '박근혜 국회'

천 대표의 사퇴로 이제 열린우리당의 당권경쟁에는 더 뜨겁게 불이붙을 전망이다. 당장 1월 중 원내대표 경선을 치루고, 이어서 4월2일에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한편, 막판 국보법 합의과정에서 파문을 일으켜 의장직 사퇴의사를 거두었던 이부영 의장도 4대입법 처리 무산에 책임을 지고 사퇴를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강경파들은 임시국회 폐회 후 성명서를 내고 4대입법 연내처리 실패 책임을 물어 김원기 의장과 이부영의장, 천정배 원내대표의 동반사퇴를 강력 주장해 이 의장 사퇴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김원기 의장은 의회주의 붕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국보법 폐지 당론을 관철시키지 못한데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협상 막판의 국보법의 대체입법으로 후퇴, 과거사법 내년 연기 등의 일련의 사태에 대해 '17대국회는 박근혜 국회'라며 이를 만든 당지도부에게 엄중문책을 주장했다.

이들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과거사법 처리에 동의했다는 이유로 여야 합의안을 뒤엎었고, 김원기 국회의장은 한나라당의 떼쓰기 농성에 굴복했다"며 "17대 국회는 모든 결정권을 박근혜 대표가 갖고 있는 '박근혜 국회'"라면서 "의회주의 절차와 민주주의를 포기한 김 의장의 반의회주의적 결정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성토했다.

이러한 당내 강경파들의 성토 속에 당권파중 마지막 남았던 천대표의 사퇴는 이른바 열린우리당 창당 후 지금까지 당 주도권을 쥐었던 당권파 '천정신'의 위세가 완전히 추락했다는 것을 뜻한다. 정동영 전 의장은 노인폄하발언으로, 신기남 전 의장은 부친의 친일이력으로 중도사퇴했고, 천 대표는 '개혁입법 실패'로 중도하차하여 결국 '개혁정체성'을 내세웠던 '천신정' 당권파가 모두 '개혁' 때문에 추락하고 만 것이다.

'천신정'은 민주당 분당과정에서의 '탈레반 3인방'으로 불리며 초강경파 분당론자였다. 그 후 '강성 개혁론'을 내세우며 당을 이끌었고, 이 과정에서 실용주의노선을 표방했던 정동영 장관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게되기도 했다. 그러나 세력관계에 있어서 이들 천신정은 한 몸이었고, 이 때문에 김근태, 유시민 등 비주류 들은 당권탈환의 기회만 엿보고 있다.

특히 마지막 국보법 대체입법 합의를 주도하며 천 대표와 갈등이 폭발되었던 이부영, 문희상, 배기선, 유인태의원 등은 비주류로서 김근태 장관과 가까운 인물들이다. 이들은 주로 '재야파'로서 '통합'을 중시하며 합리적 온건적 개혁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내년 참여정부의 국정기조가 '경제올인과 통합'이라는 점에서 '개혁 실패'를 거울삼아 차기 당권은 '통합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민병두 기획위원장이 'e윈컴'과의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기도 하다.

원내대표 경선에는 현재 임채정, 장영달, 정세균, 배기선, 김한길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덕룡 거취에도 영향력, 한나라당 1월 임시전대도 뜨거운 당권경쟁 예고

한편, 천대표의 '용퇴'는 그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나라당 김덕룡 대표의 거취에도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박근혜대표와 국보법문제와 과거사법 문제에서 갈등이 표명화되었던 김 대표도 지난 30,31일 한때 사퇴를 고려했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김 대표가 열린우리당 이부영의장 등과 '국보법 대체입법'을 물밑 협상을 한 것과 관련 세밑 농성과정에서 김용갑 의원은 "김 대표 코드는 열린우리당 쪽하고 똑같다"며 "김대표가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대표는 김 대표가 '공공연한 친북 선전선동죄도 폐지하는 대체입법'방안에 대해 "결코 불가능하다며 공공연한... 부분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대표가 제안했던 '국가안전보장법'으로의 명칭변경에 대해서도 '간첩을 못잡는다며 결사반대'입장을 밝혔다.

결국 당론도 정해지지 않은 '국보법 대체입법'의 안을 놓고 여당과 물밑협상을 벌인 것은 '원내대표'로서 권한 '밖'의 일이라는 당내 불만이 짙게 깔려있다.

또 박대표는 최고 6년간의 조사기간이어서 자칫 대선후보 일정에 결정적 악재가 작용될 수도 있는 '과거사법 연내처리' 합의 후 김 대표와는 말도 건네지 않았다. 결국 이 때문에 한나라당은 '친박세력'과 '강경보수파'가 합세해 김대표가 합의해온 2+2의 서면합의안조차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김대표의 원내리더십도 땅바닥에 내동댕이 처진 것이다. 31일밤 잠시 김대표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해가 바뀌기 2시간 전에 보다못한 김원기 의장이 한나라당이 거부하는 '과거사법'을 내년(2005년)으로 연기하자고 제안하자 그제서야 한나라당은 본회의장에 참석, 새해예산안등을 새해 턱밑에서 처리했다.

또한 당대표가 원내전략에 참여하는 4자대표회담 자체도 사실상 '원내대표'의 결정권을 무시한 방안인데다, 특히 박대표 이 과정에서 김덕룡대표와 의논하는 것이 아니라 '밖'에 있는 유승민 전 여의도연구소장과 전화 논의를 하고 '깨알같은 수첩 발언'만 함으로서 이미 김 대표의 원내리더십을 깡그리 무시했다.

박대표 '눈밖에 난' 김 대표도 결국 천 대표의 전철을 밟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때문에 '천정배' 사퇴는 열린우리당뿐만아니라 한나라당의 당권경쟁도 연초부터 불붙게 할 전망이다.

심재철 한나라당 기획위원장은 빠르면 1월 중순 당명, 당헌개정의 '임시전당대회'를 할 것이라고 'e윈컴'과의 인터뷰에서 밝힌바 있어, 이러한 한나라당 정치일정상 원내대표 경선도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개혁파 천정배 용퇴, 3대입법 처리할 수있을까

내년 2월 임시국회로 이월된 국보법, 과거사법, 사학법이 처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4대입법 강행처리를 밀어부친 '개혁강경파' 천정배 대표의 좌초는 곧 개혁입법의 전면적 후퇴를 뜻한다. 또 국보법 전향적 개정 입장이었던 김 대표 지위의 추락도 한나라당에서는 강성기류가 더욱 강하게 등장할 조짐이다.

또한 경제올인과 통합을 내세운 내년 정부의 기조가 보수파와 손잡는 '우향우' 전략이라는 점에서 보수파와 대립각을 세울 개혁입법안을 강력히 밀어부쳐 처리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뿐만아니라 152석의 과반수 여당의 의석수가 선거법 위반자로 인해 무너져 일단 '힘이 달리고' 있고,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도 보수층의 기반을 잃어버리게될 3대 개혁입법 강행처리를 막고 있다.

또 각 당이 1월부터 당권경쟁에 조기 돌입하게 되면 올해처럼 온 역량을 '국회 전선'에 집중할 수 없게 되고, 신임 원내지도부가 어떤 성격이냐에 따라 개혁입법 향배는 좌우된다.

이러저러한 정치상황으로 내년 2월로 예정되어 있는 3대 개혁입법 처리는 사실상 '사문화'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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