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무리한 강행으로 곳곳에서 마찰

정부가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적극적인 취재지원을 보장하겠다면서도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추진에서부터 언론의 의견이나 입장을 전혀 수렴하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정부종합청사 별관 1층에 신설한 기사송고실 좌석을 배정하는 과정에서는 국정홍보처가 독단적인 밀실행정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각계각층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는 국정홍보처가 다급한 나머지 거듭해서 무리수를 두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기사송고실 좌석 배정 결과는 그동안 정부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도입의 장점이라고 주장해온 다양한 매체에 취재기회 확대와 정보공개 확대를 통한 언론의 다원화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사면초가 국정홍보처, 거듭되는 자충수

폴리뉴스가 최근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국정홍보처는 신설한 기사송고실의 175석 좌석을 135석의 지정좌석과 40석의 자유석으로 나눴지만, 이미 각 부처에서 상당수 좌석을 보유하고 있던 매체를 중심으로 배정했다.

이에 따라 요란스러운 이번 정부측 방안의 도입이 결국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국정홍보처는 그동안 정부측 방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기존의 각 부처별 기사송고실이 몇몇 매체에 의해 개인 사무실화 되는 낡은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제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 이후 바빠진 통일부 기사송고실 경우만을 보더라도 정부의 이러한 명분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정상회담 발표 이후 기사송고실이 많은 기자들의 출입으로 과포화된 상황에서 뒤늦게 출입신청을 허가받았거나 신설 매체의 경우에는 통일부 관계자의 브리핑이나 자료 등 기초적인 정보조차 제때 전달받지 못하면서 취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홍보처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도입한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전과 별 차이 없는 상황을 조성함으로써 스스로 내세운 명분조차 내팽개친 셈이 돼버렸다.

또한 국정홍보처는 좌석배정 과정에서 홈페이지나 공문을 통해 뚜렷한 기준이나 방침도 제시하지 않는 등 밀실행정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좌석배정을 담당한 국정홍보처 강호천 홍보지원팀장은 “언론사별로 취재수효를 내부적으로 판단해 좌석을 배치했다. 따로 공개할 만한 기준이나 매뉴얼은 없다”고 말해 좌석배정이 사실상 밀실행정 차원에서 진행됐음을 자인했다.

더욱이 강 팀장은 내부적 판단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어떻게 일일이 공개하겠느냐. 우리 기준대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고지하느냐 않느냐는 내부 행정상의 일이다”고 말해 독단적인 행정 처리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보여주기도 했다.

명확한 기준도 없이 좌석배정 독단적으로 진행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추진 실무를 맡고 있는 또 다른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좌석배정의 기준은 1주일에 3일 이상 출입여부다”고 설명했다가 정부청사에 그 정도 출입하는 기자가 얼마나 되느냐 질문하자 “담당자가 아니라 기준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국정홍보처 담당부처 내에서도 이번 좌석배정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국정홍보처는 기존의 낡은 폐단을 막기 위해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도입한다면서 핵심 사안이라 할 수 있는 좌석배정에 있어서는 독단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새로운 문제만 야기하고 만 셈이다.

국정홍보처가 이처럼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은 정부측 방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보니 곳곳에서 갈등과 마찰을 빚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정홍보처는 지난 12일과 16일 아프간 피랍사태와 남북정상회담으로 연일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단에게 기자실을 비워달라고 요구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이에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단은 20일 ‘새 브리핑룸 이전 방침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최소한 현 수준의 취재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정홍보처는 21일 ‘궁색한 외교부 기자들의 주장’이란 글을 통해 “기자들이 그동안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려면 그만큼 불편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언론이라고 언제까지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국정홍보처는 같은 글을 통해 “고정 좌석이 없었던 언론사 기자들 중 일부는 현재 새로 마련된 기사송고실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사진을 공개했지만 국정홍보처 산하 한국정책방송 KTV를 예로 드는 등 얄팍한 수를 쓰기도 했다.

또 국정홍보처는 새로운 기사송고실에 모든 지원시설이 갖춰져 있어 옮기기만 하면 곧바로 업무에 착수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폴리뉴스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23일까지도 조명 등 마무리 공사가 끝나지 않아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국정홍보처가 이처럼 거짓말까지 동원해가며 정부측 방안을 강행하는 가운데 밀실행정 논란이 더해지면서 각 부처에 출입하고 있는 현장 기자들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현장 기자들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거부 확산

이미 노동부, 건설교통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출입기자들이 정보 접근 제한 등 사실상 취재 제한의 요소가 있는 정부측 방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에 출입하는 31개사 기자들도 24일 성명을 내고 “정부기관의 출입을 제한하고, 허가 없이는 취재할 수 없도록 하는 이번 조치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이번 조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며 정부부처 출입과 공무원 대면취재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재정경제부에 출입하는 18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도 같은 날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에서 기자들을 내몰고 출입을 통제하려는 계획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들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주장하는 선진화 방안은 기자들을 취재현장에서 내몰고 취재원과의 접촉을 제한하려는 새로운 ‘언론통제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또 “만약 정부가 후진적인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궤변으로 고집하고 강행한다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며 그에 따른 결과와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다시 한번 밝혀 둔다”고 경고했다.

한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본관에 기사송고실을 둔 총리실, 통일부, 행정자치부 출입기자들도 잇달아 회의를 열고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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