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정의당 강하게 반발, 자칫 잘못하면 거센 역풍 불듯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3차 집회에서 참가자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3차 집회에서 참가자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지난 주말 이른바 ‘최순실 파문’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100만 촛불 집회’가 열리면서 정치권은 국민들의 성난 분노를 실감했다.

‘100만 촛불 집회’ 이후 정치권 안팎의 관심은 청와대에 쏠렸다. 박 대통령이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 민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조만간 박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갑작스럽게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4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 추진 소식을 알렸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이른 아침에 제1당 대표로서 이 난국 해쳐나가기 위한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청와대에 긴급 회담을 요청했다”며 “대통령을 만나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전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지도부 가운데서도 일부만 알고 있었을 정도로 급작스러운 일이었다. 추 대표는 전날 중진의원들과의 회동에서 영수회담 제안 의견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추 대표는 우상호 원내대표 등 일부 지도부와 협의를 거쳐 영수회담 제안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박 대통령 만나 무슨 얘기 하려고...’

추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100만 촛불 민심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께 전하겠다. 그 동안 당내 많은 의원님들 뿐만 아니라 어제 가진 긴급 중진연석회의에서도 회담의 필요성을 말씀해 주셔서 추진했다”며 “절대로 민심보다 권력이 앞설 수는 없다. 오직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밝혔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추미애 당대표는 오늘 아침 현 비상시국에서 정확한 민심을 전달하고 정국의 해법을 찾기 위해 청와대측에 박 대통령과의 긴급 양자회담을 요청했다”며 “추미애 대표는 양자 영수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이 외면하고 있는 국민의 엄중한 민의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찔끔찔끔 수습책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국민의 촛불민심에 마지막 결단과 결자해지의 답을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와 박 대통령이 만나더라도 양측의 간극이 워낙 커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은 추 대표와의 회담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 민주당이 정국수습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난 8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임명해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했던 입장을 재확인하며 국회가 조속히 총리를 추천할 수 있도록 민주당이 도와달라고 부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야당에서 요구하는 ‘하야’나 ‘2선 후퇴’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추 대표는 회담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이나 하야에 버금가는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등 거취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정국 수습방안에 대해서는 모두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뒤 ‘대통령 거취도 논의하느냐’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윤 대변인은 ‘하야나 탄핵, 거국내각 관련해서도 논의가 이뤄지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얘기하진 않겠지만 그동안 당내에서나 집회 현장에서 나온 얘기들에 대해 모두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가 박 대통령을 만나 민심을 전하고 정국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겠다는 이유로 단독 영수회담 카드를 전격 발표했지만 이번 회담으로 정국이 더 꼬일 가능성도 있다.

우선 무엇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추 대표가 야당과의 공조를 깨고 아무런 협의 없이 ‘단독 플레이’를 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두 야당은 추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야권 균열을 노리고 있고, 또 시간벌기를 통해 국면전환 기회를 끊임없이 엿보고 있는 청와대의 술수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당 “추미애, 진의 어디서 출발했나... 촛불민심 국민 염원 알고 있나”
정의당 “매우 유감, 지금은 국민이 대통령께 최후통첩 하고 답 기다리는 상황”
박원순 “참 답답하다. 참 한심하다. 참 부끄럽다. 뜬금없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성난 100만 촛불시민들의 요구를 잘 알고 있을 추미애 대표가 그런 제안을 한 것과 또 그것을 덜컥 받은 청와대도 똑같다”면서 “우리 국민의당의 입장은 그 촛불의 민심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서 국민이 바라는대로 야권 공조를 튼튼히 해서 그 일을 추진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이렇게 판단을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추미애 대표의 진의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과연 촛불민심과 국민 염원을 알고 있는지 의아하고, 청와대가 이를 덜컥 받은 것은 아직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호도해서 대통령 임기를 연장해보려고 하는 술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추미애 대표의 제안을 받은 것은 야권분열을 염두에 둔 수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기다리고 있는데 갖다가 밥을 넣어 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주 초 야3당 대표가 만나 수습안을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다른 야당에 한 마디 설명도 없이 단독회담을 추진한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지금은 국민이 대통령께 최후통첩을 하고 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이런 때에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은 어떤 쓸모가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에 혼란만 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대표는 “민주당은 오락가락 행보로 큰 실망을 안겼다”며 “하야를 하야라고 부르지도 못하며 정국혼란을 부추겼다. 지금 민주당의 수습책이 국민들의 뜻에 부합하는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국민들은 민주당에 수습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 국민들에게 야권균열 우려만 키우는 단독회담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당 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선주자인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참 답답하다. 참 한심하다. 참 부끄럽다. 뜬금없다”며 “회담은 대화와 협상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미 국민이 탄핵한 박근혜 대통령과 무슨 대화를 하고 무슨 협상을 한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 시장은 “지난 12일 국민의 명령은 명확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라는 것”이라며 “협상과 조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지금은 야권의 공조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야권이 하나로 뭉쳐 국민과 함께 하야투쟁에 나서야 한다”며 “백만 국민의 촛불민심에 찬물을 끼얹고 야권의 분열을 가져오는 영수회담 제안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추미애 단독 영수회담 제안, 왜...’

추 대표가 당 안팎의 이같은 비판을 예상했을 것인데도 단독 회담을 전격 제안한 이유는 뭘까. 박 대통령에 대한 공세 수위는 높여가되 대화를 병행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수권정당, 제1야당으로서 안정적 이미지를 부각시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영수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자연스럽게 더 강도 높은 하야 투쟁과 탄핵 수순으로 옮겨가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주장도 있다. 

일각에서는 제2야당인 국민의당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독자행보를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만일 야당 안팎의 강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추 대표가 박 대통령의 회동을 추진했다가 청와대에 역이용만 당하고 성과가 없을 경우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거센 여론의 역풍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폴리뉴스’ 기자와 만나 “추 대표가 주말 촛불 민심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지 않았겠느냐”며 “다른 야당들이 반발할 수도 있지만 추 대표도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당 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오늘 추미애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 관련 문재인 전 대표는 사전에 협의하거나 연락받은 바 없다”며 “향후 대응은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책임있게 논의하고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과 추 대표의 영수회담 의제에 대해 ‘김병준 철회, 책임총리 김종인으로,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약속, 대국민 담화 발표, 임기보장’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돌면서 분위기를 더욱 더 어수선하게 하고 있다.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내일 영수회담에 대해 ‘김병준 철회, 책임총리 김종인으로, 새누리당 탈당 약속, 대국민 담화 발표, 임기보장’이라는 문자메시지가 돌아다닌다”라며 “사실이 한 조각도 없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이날 박용진 최운열 의원과 함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국해 현지 물류업체 등을 방문하고 15일 중국 훈춘을 방문한 후 16일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공항까지 가서 갑작스럽게 취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갑작스럽게 다른 일이 생겨 공항까지 갔다가 돌아왔다”고 취소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과 추 대표의 영수회담을 거쳐 김 전 대표가 거국내각의 총리를 맡게 될 것이라는 일각의 소문에 대해 “나에게는 그럴 일이 없을 테니, 그런 상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다들 나를 무서워해서 그런 제안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또 ‘여권에서 국면전환용으로 김 전 대표에게 총리를 맡기리라는 추측도 있다’는 질문에는 “그런 데에 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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