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와 월간<폴리피플>은 지난 10월 27일 촛불혁명 1주년, 국정감사, 정계개편, 향후정국전망 등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본지 이명식 논설주간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에는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그리고 본지 김능구 대표가 참석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1년 전 전국을 밝혔던 촛불혁명을 되돌아보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국정감사 상황도 짚어보았다. 아울러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을 둘러싼 공론화 위원회 결과에 대해서도 짚어보았다. 보수통합, 중도통합 등을 둘러싼 각 정당의 움직임도 살펴보았고 앞으로 개혁입법과 예산안 처리 등 정기국회도 전망했다. 11월 초로 예정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이 북핵위기 돌파의 전기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짚어보았다.     

사회 이명식 : 11월호 폴리피플은 100호가 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월간지가 100호가 지속되기 쉽지 않은데 지속적으로 좌담회에 참여해 주신 패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겠다. 지금 국회에서 국감이 진행되고 있는데 오늘부터 방문진 이사 선임문제로 다시 파행으로 접어드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여의도 정가에서는 정계개편 문제와 관련한 정당의 내부적인 갈등이 상당히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11월 초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이 예정되어 있어서 한반도 주변정세와 관련한 여러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막바지로 접어든 국감인데 각 당의 성적표가 어떤지, 또 주요 쟁점이 됐던 문제들이 어느 단계에 들어와 있는지, 그 부분부터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유창선 :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첫 번째 국정감사인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감보다는 대체로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감 분위기로 진행된 것 같다. 여당에서 적폐청산의 주도권을 쥐고 국감에 임했는데, 정권이 교체되고 첫 번째 국감에서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고,  자유한국당이 수세에 직면한 국감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비해 특별히 주목할 만한 사안들이 나온 것은 크게 없는 것 같다. 여당에서 MB, 박근혜 정부 시절의 적폐와 관련된 내용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동안 어느 정도 언론을 통해서 나왔던 문제고 국민 눈높이에서는 이제는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지금 국감 막바지 들어와서 MBC 문제 때문에 국감 보이콧을 한 것은 역으로 얘기하면 국감도 거의 끝나가는 상황에서 얻을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어서 하면 할수록 더 마이너스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김만흠 : 1년 전, 바로 이 무렵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을 던졌는데, 정국이 개헌 소용돌이에 들어가지 않느냐 해서 그 파장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는데 그날 저녁에 JTBC에서 테블릿PC 관련해서 보도가 됐고 그 다음날인 25일 당시에 박근혜 대통령이 첫 번째 사과를 했다. 그 직전 좌담회에서 지금 이야기 나누는 국감과 관련된 내용들이 있었던 시기였다. 당시에도 미르, K스포츠 두 재단 관련 보도가 있어서 그때는 화두가 국정농단이라는 용어보다는 비선실세라는 용어가 많이 등장했었다. 당시 야당에서 비선실세와 관련된 사람들을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해서 며칠 파행되다 다시 개최되었던 생각이 난다. 이번에는 반대로 국감이 보름간 진행되다가 지금 방문진 이사 임명 관련해서 자유한국당에서 보이콧을 결정하겠다고 한다. 애초에 국감이 진행될 때 양쪽에서 서로 공세가 가능할 수 있었다. 새로 집권세력이 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기존 국정농단 잔재청산과 큰 범위의 적폐청산을 이번에 국감의 1차적인 목표로 삼겠다고 이야기했고,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야당은 신적폐를 지적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새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보다 방어하는데 급급했던 상황이 되어버리니까 국감 전체 과정에서 야당이 오히려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는 느낌이 든다. 초기에 야당은 신적폐를 드러내고 새 정부 5개월의 문제를 지적하겠다고 했는데 그 부분에서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황장수 : 국감이 10월 12일부터 31일까진데 무엇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국감을 5일 남겨둔 시점에서 방문진 이사 선임 문제로 보이콧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당이 적폐청산을 내세우면서 정당은 정당대로 단체는 단체대로 초토화시키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라면 초반에 대중적인 이슈를 내걸고 싸우다가 초반에 국감을 보이콧하면서 안보 등을 이슈로 문 정권의 방향 수정을 요구한다든지 범 대중적인 이슈로 싸움을 전개해야 하는데 막판에 변두리 이슈를 갖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야당의 전략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국감에 이정현 의원이 단식하면서 최순실 미르, K스포츠 재단, 우병우 방탄국감을 하다가 망신을 당했는데 야당이 되어서도 나아지는 모습이 하나도 없다고 본다. 

김능구 : 문재인 정부 출범 5개월 만에 국정감사가 시작됐는데 그러다 보니까 야당에서는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 혹은 신적폐 이렇게 전선을 설정했다.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국감에서 폭로하겠다는 것이겠지만 지난 정부와 관련된 자료를 여당에서 더 많이 갖고 있으니까 오히려 국감스타가 여당에서 나오고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원만하게 가봤자 별로 득이 될 것이 없어서 막판에 방문진 이사 선임문제를 걸고 보이콧에 들어간 것 같다. 여당이 꼭 지금 이렇게 했어야 됐나, 조금은 시간을 가지고 해도 되는 것 아니었나 생각이 드는데 어쨌든 야당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 되었다 생각한다.  

유창선 : 자유한국당은 방향도 문제지만 능력의 한계,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적폐청산 대 신적폐 청산을 프레임으로 내걸었지만 자유한국당이 국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보수정당 입장에서 현 정부의 약한 부분들을 국감에서 치고 나갈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정작 보수정당 입장에서 짚어야 될 부분은 제대로 짚지 못하고 생뚱맞게 MBC 방문진 이사 선임 문제가 결정되기 직전에 갑자기 국감을 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거기다가 마치 MBC가 자유한국당 방송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지금 국감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예전의 보수정당에 비해서 뭔가 갈팡질팡하고 정국의 대응하는 능력 자체가 현저하게 떨어진 것으로 비쳐진다. 

김만흠 : 자유한국당이 공격하지 못했던 배경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긴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쫓겨날 당시 여당이었는데 지금 목소리를 내긴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신적폐를 주장해야 하는데 그냥 자기들이 공격받는 것에 대한 맞불, 맞대응, 그게 아니라고 하는 잡아떼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 MBC 방문진 이사 관련해서 여당이 6석을 가져간다는 것은 신적폐 아니냐고 얘기해야지, 보궐은 우리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았다. 

사회 이명식 : 국감 자체는 야당이 공격의 포인트나 방향을 잘 잡아가지 못하고, 여야 간 긴장, 갈등, 정서적 대립만 심화된 것 같다. 앞으로 남은 정기국회에서 법안, 예산 등 처리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상당히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려스럽다. 

황장수 : 자유한국당이 정책의 변화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자신들과도 대화를 해서 정책에 반영하기를 바란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정부 여당이 말로는 소통이나 협치를 한다고 하면서 문 대통령 측근들이 하고 싶은 것을 발표해놓고 밀어붙이는데서 야당이 그 부분에 대해서 제동을 거는 실질적인 행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여소야대인데도 불구하고 특히 보수야당의 역할이나 존재감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고 본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국감을 하는 것이 뭐가 중요하고 또 예산을 통과시키거나 법률을 통과시키는 것이 뭐가 중요한가, 예산 통과도 그런 식으로 될 것이 뻔하다. 지금 야당이 가장 집중하는 것이 안보 문제라 하면 안보문제에 대한 정부의 방향을 수정하거나 토론하자고 하고, 문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드맵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어느 시점에서 야당이 투쟁성을 회복하고 한번쯤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통해서 야당성이 회복되는 것인데 한국당 내부를 보면 지금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박근혜 출당이나 친박 출당 부분에서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조차도 결정할 수 있는 권위가 없어진 것 같다. 또 보수야당 안에서도 바른정당은 또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어서 보수야권은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사회 이명식 : 아까 김만흠 박사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촛불정국이 1년을 맞았는데 촛불혁명 자체가 갖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짚어보기로 하자. 촛불정국 1년을 맞아 촛불 자체도 분화되는 현상이 있고 촛불을 거치면서 보수 세력은 보수 세력대로 내부적인 갈등과 변화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유창선 : 촛불집회가 결국 따로따로 집행되는 상황이 되었는데 이것이 일회성의 문제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아래서 이미 집권 초부터 어느 정도 예고가 됐었고 앞으로도 우려되는 사안이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나 시민들과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적인 지지층이 엇박자를 내고 다른 길을 가는데 모두 선택의 자유가 있다. 어느 한곳에서 집회를 같이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 지지자들끼리 따로 집회를 할 자유가 있고 지금은 축제를 해야 될 때라고 생각할 권리도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났던 것은 대통령의 열성적 지지층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안 좋은 얘기를 할 소지가 있는 분위기에 대해서 아주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퇴진운동이나 그곳에 함께 했던 시민들이 지난 촛불 때 애쓰셨는데 대통령 지지층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매도 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도의적인 문제가 따르는 것 같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일이 재연될 우려가 커지는 것 같다. 그때 진보성향의 시민들이나 단체에서 노무현 정부가 좌측 깜빡이 키고 우향우하는 노선에 대해서 비판들을 많이 했고 그 대목에서 대통령 지지층과 갈등이 빚어지곤 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때보다도 갈등이 더 격렬해질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 지지층이 그런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파장이 커지곤 하는데 어느 것이 문재인 정부에 도움이 되는 길인지 잘 생각해서 헤아리기 바란다. 

황장수 : 박근혜 정권이 무너진 이유가 비판을 거부하고 길을 막았기 때문이다. 촛불에 가치를 부여해서 그걸 혁명이라고 부르려면 그 이후의 정권도 혁명이 가져다준 가치나 입장을 존중하는 쪽으로 국정운영을 해야 하는데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식이다. 지금 언론의 토론프로에서도 예민한 내용은 토론하지 않는다. 언론들도 혹시 비판이 나올까 싶은 부분은 피하는데 이것이 과연 촛불혁명으로 이룩한 민주주의가 맞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촛불혁명이라는 것이 운동을 직업적으로 해온 사람들이 판을 열었고 다수의 국민들이 거기에 동참해서 촛불혁명이 됐다.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특정한 사람의 지지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국민도 있고, 대중적으로 ‘이것은 아니다’고 해서 참여했는데 그런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간 자리에 주도했던 사람들만 남았다. 촛불혁명이라는 말을 써서 거기에 가치를 부여하려면 정말로 그때 벌어졌던 상황들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순수하게 참여했던 국민들이 주문한 내용이 무엇이었겠냐,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라는 것이고, 지금 이 정권이 그쪽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김만흠 :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 내외가 동조했던 당시 분위기에서 공통적인 과제는 무엇이었느냐, 자의적인 독재 권력은 국민이 직접 쫓아낸다는 공동의 합의였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새 정부도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받아드려야 되는데 그걸 염두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현재 권력을 주도하는 세력이 두 군데 있다. 제가 지적했던 방향으로 권력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위험성을 느끼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이제 잡았으니까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쪽도 있다. 대체로 힘은 우리가 잡았으니까 우리의 것이라는 것으로 기우는 것 아닌가 생각하고 그 점에서 MBC 문제도 우리가 잡았으니까 6명은 우리 편으로 가야한다는 관점이면 좀 곤란해질 것이다. 그렇게 하면 유리할 수 있겠지만 비판력이 실종되면 정권이 지난다음 평가가 좋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한다는 것도 황당한 얘기라 본다. 최근 새 정부 들어와서 문제가 국회 쪽에 있었는지, 어디에 있었는지는 따져봐야 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협조하지 않는 세력에 대해서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 자의적인 권력은 결국 국민에 의해 물러나게 되어있다는 촛불의 정신을 집권세력도 염두에 두도록 하는 언론의 역할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능구 : 촛불이 연 1700만이 참여한 명예혁명이라고 얘기하는데 지난 대선과 현재의 정국은 촛불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지만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촛불에 나타난 모든 요구를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촛불에서 나타난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여러 가지 문제제기와 변화의 요구는 과다한 주문일 수 있다. 실제로 그 부분을 지혜롭게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집권세력이 한계가 있을 수도 있어서 촛불을 함께 들었던 세력 내에서 분화되고, 갈등이 나타나는 것은 필연적이라 본다. 그런데 그 갈등을 어떻게 전체적인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게끔 하느냐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책임져야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방향으로 가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당장 감당할 수 없는 수준도 있을 것이다. 지금 소통을 최고의 국정운영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데 그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허심탄회한 솔직함이다. 예를 들면 대선 기간에 인사에서 5대 결격사유를 정했는데 그 이후 인사 청문회에서 여러 부분 위배되는 사안이 나타났으면 그 부분들을 솔직히 인정하고 과도한 설정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현실적으로 수정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되고 갈등되는 부분에서 솔직하게 인정하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여소야대에서 협치가 국회뿐만 아니라 국정운영에도 기본원칙이라면 제1야당과의 관계설정, 예를 들면 지금 자유한국당에 탄핵에 반대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찬성한 사람도 있고 정국의 큰 흐름을 받아들인 사람도 있다. 정치적으로 봤을 때 홍준표 대표와 대통령이 1대1 회담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정운영에 있어서 협치를 통해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부족하다. 현 정권이 기본 방향은 잘 잡고 있지만 이 두 가지 부분 때문에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만흠 : 촛불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얘기하셨는데 저는 반대로 모두는 하지 못하더라도 핵심적인 것은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서로 보자면 적폐청산 때문에 촛불이 등장했던 것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때문에 등장했던 것인데, 그 배경에는 여러 가지 적폐들이 계속 누적되어 왔던 것이 드러났다. 그런 권력이 유지 될 수 있었던 것이 우리사회의 적폐가 누적되어 있었기 때문이고, 그래서 그런 농단도 가능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적폐청산을 미룰 수 없다는 관점도 이해는 가지만 적어도 핵심적인 것은 관철시키는 것이 촛불이 태동시킨 정권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사회 이명식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하고 1대1 영수회담을 해서라도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이것이 과연 가능할지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 다음은 지난 대선공약이었던 원전 건설 중단 문제를 가지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처음으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서 신고리 원전 건설은 재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앞으로의 방향은 탈원전 쪽으로 간다고 했는데 절충적이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해석도 다르고 여전히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이 과정을 어떻게 보시고 또 앞으로 방향은 어떠해야 한다고보시는지, 그리고 숙의 민주주의 가능성 등도 같이 짚어보도록 하겠다. 

유창선 : 이 문제가 결말을 내려가는 과정 속에서 대단히 이상한 모습을 보였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논란이 됐던 것은 공론화위원회 또는 시민참여단이 대단히 중대한 정책을 결정했다. 그런데 그런 결정권한을 갖는 것이 근거가 있는가, 어떤 위임이 있었는가, 그런 결정을 내릴 주체들이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는가, 사실 더 짚어봐야 할 문제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상태인 것 같다. 물론 사회적 갈등 사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데 의미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이런 방식을 숙의 민주주의 모델로 도입해도 무방한 것인지 대단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각 정치세력의 모습들이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결과적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라는 공약을 파기한 것이다. 이것을 공론화위원회에서 했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순서였다고 생각하는데 청와대에서 오히려 반기는 모습으로 비췄다.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는 원전이 위험하고 우려가 그만큼 컸었는데 그렇다면 이번에 결정이 뒤집어진 것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표정이 있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없고 환영하는 분위기만 감도니까 공약이 진정성이 있었는가, 어떻게 보면 일단 공약파기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니까 이것을 즐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애당초 원전 건설을 진행하자는 입장을 보였던 보수정당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민의당 같은 경우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걸었었는데 정부의 결정에 대한 비난은 엄청나게 쏟아내면서 탈원전을 내걸었던 자신들의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으니까 당신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황장수 : 저는 UAE 원전의 문제도 지적했고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폭로도 했었다. 원전 주요 국가 중에서 사고 안 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원전을 대체할 합리적인 방법이 있다면 서서히 장시간에 걸쳐서 대체해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탈원전 정책을 발표했는데 원전에 대한 심사숙고한 상태에서 발표했는지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원전으로 가는 것이 옳은가, 옳지 않는가에 대해서 5년 동안 많은 토론을 걸쳐서 앞으로 장기적으로 가는 방향에 대한 지침으로 삼는다는 목표를 정하고 가야하는데 지금 신고리 5,6호기를 건설 중단 여부는 앞으로 계획 중인 원전을 더 짓느냐, 마느냐는 것에 비하면 아주 미세한 부분이다. 그래서 미세한 부분은 공론화하고 정말로 더 본질적인 계획 중인 원전 6기를 짓느냐, 지금 수명 연장한 원전을 문 닫느냐 하는 부분은 공론화하지 않고 결정한다. 저는 원전에 대해서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런 식으로 신재생에너지 용량을 실제 쓸 수 있는 부분보다 과대포장하고, 원전 대체 비용에 대한 정확한 설계 없이 이렇게 서두르는 방식, 4년 동안 토론해서 5년차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하면 이해하겠지만, 이런 식은 아니다. 결국 이런 식으로 대못 박고 말뚝 박아놓으면 다음 정권에서 원전은 다시 살아날 것이고 핑계를 제공할 뿐이다, 

김능구 : 사드 배치를 박근혜 정부에서 김관진 안보 실장이 정권 바뀌면 무산될 것 같으니까 그 전에 서둘러 기습적으로 했다. 국가정책을 서둘러서 어떠한 불안과 위기감 속에서  하려고 한다는 것은 곧 바로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숙의 민주주의라는 것은  촛불로 나타난 국민의 힘에 의해서 가능했다고 보여 진다. 언론들도 그 과정 속에서 신고리 공사를 재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라 원전이 가진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국민들을 이해시키도록 노력해야 하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도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이 상호간 변증법적인 과정을 통해서, 국가정책 차원에서 차이와 갈등이 있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서 서로 간 인정하고 승복하는 그런 문화가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당장 하려고 하지 말고 그것을 스텝바이스텝으로 천천히 가야한다. 앞으로 노동 문제 등에서도 사회적 대타협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2만불 시대에서 3만불 시대로 넘어갈 수 없다면 그런 사회적 대타협도 상당히 장기적인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만흠 : 원전 관련해서 세분의 생각과 비슷하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에서 신고리 5,6호기 관련된 갈등의 해결 방법으로서 공론화 방식을 빌렸던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탈원전만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세부적 사안 중 신고리 5,6호기 문제가 등장했다면 모르겠지만, 신고리 5,6호기 자체를 공약으로 제기 했으면 왜 공약으로 제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공론화에 붙였는지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부족한 상태에서 계속 탈원전을 얘기하는 건 아쉬움이 있다. 숙의 민주주의 관련해서는 국민의 직접 참여로서 하는 숙의 민주주의는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숙의 민주주의가 바로 협치이다. 정치권 내부에서 숙의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서로 심도 있게 토론하고 거기서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인데 그렇다면 왜 우리가 국회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느냐의 자문을 던져야 한다.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론화위원회를 가동시키는 숙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정치권 내부에서의 협치가 바로 우리가 해야 할 대표적인 숙의 민주주의일 텐데 여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금 일부 학자들까지 동원해서 직접 민주주의와 대의제를 혼동하고 있는 것 같다. 직접 참여해야 직접 민주주의가 구축되는 과정이겠지만 모든 직접 참여가 곧 민주주의는 아니라는 것이다. 직접 참여했을 때 어떤 사람들이 참여했고, 의사결정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결론을 냈느냐에 따라서 직접 참여가 직접 민주주의가 될 수 있고, 소수가 직접 민주주의의 이름을 빌린 방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간혹 몇 사람이 나서는 것을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직접 민주주의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잘 알려진 학자 중 직접 참여하는 것이 직접 민주주의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직접 민주주의까지 가려면 어떤 내용들이 얼마나 국민의 대표성을 가지고 어떻게 결정됐는지 고려했을 때 직접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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