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른정당 ‘햇볕정책‧호남’ 문제에서 반개혁적, 적폐세력과 다르지 않아”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 이은재 기자></div>
▲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 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 국민의당은 현재 바른정당과의 통합‧연대 문제를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중도보수로의 외연확장을 꾀하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연대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는 탈당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폴리뉴스’가 16일 만난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6선, 광주서구을)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도부가 추진한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정국진단’인터뷰에서 “만일 국민의당이 지금의 바른정당과 통합한다면 그 당, (함께) 할 수 없다. 그건 옳지 않다. 그 길은 국민의당이 사는 길도 아니다”며 “명분 뿐만 아니라 실리도 없다. 죽는 길이다”고 밝혔다.

천 전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이 되면 제가 가만 있어도 그 당의 당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 사태는 용납할 수 없다. (바른정당과 통합한다면) 정말 갈라서든지 그런 방법밖에 없겠지”라고 강경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렇게까지는 안 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천 전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바른정당이 ‘햇볕정책’과 ‘호남’ 문제에 있어서 반개혁적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천 전 대표는 또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에 대해서도 “지금 정책연대를 하겠다는 것은 정책연대를 하다가 선거연대로 발전시키고 이후 통합을 생각하는 것이므로 그런 식의 정책연대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천 전 대표는 “5.18특별법의 경우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를 하든 안하든 우리만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다”며 “정작 얼마전 (원내 지도부가) 바른정당과 정책연대 합의를 발표하고 함께 6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는데 5.18특별법은 보류해놨다. 그런 방식으로 정책 연대를 해서 어떻게 살겠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천 전 대표는 “저는 우리 국민의당이 살 길은 개혁적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과 개혁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많은 개혁적 국민들이 열망하는 개혁의 길을 열심히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천정배 전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바른정당과 통합하면 갈라서는 방법밖에, 그렇게까진 안 될 것”

-바른정당과의 통합‧연대 문제에 대해 당 분위기가 어떤가. 언론에서는 친안(친안철수)파와 호남 의원들 사이의 갈등이 심한 것으로 보도되는데.
만일 국민의당이 지금의 바른정당과 통합한다면 그 당, (함께) 할 수 없다. 그건 옳지 않다. 그 길은 국민의당이 사는 길도 아니다. 나라를 위해 옳은 길이라면 고난의 길이라도 가 볼 수 있겠지만... 바른정당과 통합하거나 그런 방식의 방향으로 간다면, 통합이 되면 제가 가만 있어도 그 당의 당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 사태는 용납할 수 없다. (바른정당과 통합한다면) 정말 갈라서든지 그런 방법밖에 없겠지. 그렇게까지는 안 될 것이라고 본다.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도 아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안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는 우리 당이 보수 진보를 가리지 말고 보수 진보를 아울러서, 넘어서서 개혁적인 노선을 강력히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가 보수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저 자신도 보수적인 측면이 많이 있다. 보수 개혁이 한국 사회의 굉장히 중요한 어젠다라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개혁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사회경제적인 여러 비전이나 정책은 훌륭하게 느껴진다. 보수 개혁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충분한 개혁적 자세를 갖고 있어서 저도 높이 평가한다.
한국 사회의 정치현장에서 ‘개혁이냐, 수구 내지 반개혁이냐, 기득권이냐 아니냐’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두 개다. 하나는 제가 적폐라고 말한 적도 있는데 냉전적 안보관이다. 달리 말하면 햇볕정책을 부인하고 폄훼하고 북한에 퍼줘서 그것이 핵과 미사일로 왔다는 등 하면서 비아냥 거리고, 햇볕정책을 주장하거나 동조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친북 종북이다, 빨갱이다, 점잖게 말하면 좌파라고 색깔 공격하는 것이 가장 나쁜 반개혁이라고 본다. 또 하나 지역 문제다. 저 자신도 호남 출신이고 호남의 국회의원인데, 늘 호남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의 지역 평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호남이 경제적인 측면 등 여러 가지가 낙후돼 있는데 호남도 다른 지역과 동등하고 차별 없이 평등하게 갈 수 있는 그런 지역 평등의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제가 호남 정치인으로서 호남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심지어 진보진영까지 포함해서 호남 이야기만 하면 호남 자체를 무슨 기득권이라든지 퇴행이라든지 그런 것으로 몰아붙이는 경향이 크다. 그 점에 대해서 굉장히 분노한다. 탈 호남하자고 하든가 호남당이라고 모욕적 용어를 쓴다. 우리나라에서 영남당이라고 모욕하는 사람이 없다. 충청도당이란 말이 모욕적인 뜻으로 쓰인 적이 별로 없다. 이 두 가지 문제는 바른정당이 건너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두 이슈에 대해 반개혁적 입장을 갖고 있다. 얼마전에 통합 논란이 벌어졌을 때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 대표가 되기 이전에 한 말 가운데 하나는 ‘햇볕정책을 버려라’, 두 번째는 ‘호남에 눈치 보지 말아라’였다. 그 말에 대한 실제적 함의는 호남당은 못하겠다, 탈호남해라, 당에서 헤게모니를 호남 밖에 있는 사람들이 잡아야 된다, 호남은 종속적으로 오는 것까지는 OK지만 호남과 우리가 동등한 것은 반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탈호남이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든 진보든 개혁성을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두 이슈에 관해서 바른정당이 실망스럽게도 반개혁적 입장을 갖고 있다. 이 문제는 호도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저는 어떤 측면에서는 정치적으로 이해한다. 유승민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햇볕정책을 동조하고서는 자기들의 그라운드인 대구 등에서 설 땅이 없어질 것이다. 저는 나라를 위해서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 햇볕정책은 절대로 옳고 고수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런데 햇볕정책을 부인하고 바른정당과 합쳐서는 아마 제 지역구인 광주에서는 제가 정치를 더 이상 못할 것이다. 정치인들의 문제기도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단순한 지역문제가 아니라 심각하게 영남과 호남 간에 평화냐 냉전이냐를 둘러싼 문제에 있어서 정치적 기반인 민심의 간극이 크다고 한탄하고 있다. 우리 당에서 지금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저는 정책연대도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 이은재 기자></div>
▲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사진 이은재 기자>

“국민의당 살 길은 문재인 정부‧민주당과 개혁 경쟁”

-바른정당과의 통합 뿐만 아니라 정책연대도 안된다는 얘기인가.
정책연대는 누구와도 할 수는 있는데 생각해보자. 5.18특별법의 경우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를 하든 안하든 우리만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수당이고 심지어 지난번 자유한국당도 호의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5.18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바른정당과 정책연대를 안해도 아무 지장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얼마전 바른정당과 정책연대 합의를 발표하고 함께 6대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는데 5.18특별법은 보류해놨다. 그런 방식으로 정책 연대를 해서 어떻게 살겠나. 저는 우리 국민의당이 살 길은 개혁적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문재인 정부, 더불어민주당과 개혁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라고 치면 더불어민주당을 이겨야 우리가 이기는 것이다. 지금 대구 등을 제외하고는 한국의 어디를 가도 더불어민주당을 이기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는 것 아닌가. 개별 현안에 대한 정책연대는 OK다. 바른정당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과도 OK다. 우리가 5.18특별법을 통과시키려면 자유한국당과 같이 연대하면 하는 것이지 왜 못하나. 선거법을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로 고치려고 하는 것이 저의 큰 목표인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찬성해주면 같이 하는 것이지. 그런 의미의 정책연대는 누구와든 OK다. 그런데 지금 정책연대를 하겠다는 것은 정책연대를 하다가 선거연대로 발전시키고 이후 통합을 생각하는 것이므로 그런 식의 정책연대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도 무너지고 지금 있는 11명의 의원도 제가 보기에는 몇 명 남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바른정당 중에는 세월호 유족들에 대해서 엄청난 모욕을 한 의원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서 명확히 사과도 하고 여러 가지들이 전제돼야 (국민의당에 개별 입당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바른정당은 제가 보기에는 적폐세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와 손잡기 어렵다. 우리와 손잡으면 우리 기반을 다 빼앗기고 더불어민주당에게 다 내주게 된다. 지지율도 없는 아주 작은 세력과 손잡는 것 가지고는 아무 이익이 없다고 생각한다. 명분 뿐만 아니라 실리도 없다. 죽는 길이다.
정치를 해보면 이기려고 하지 않고 덜 지려고 한다. 정당 지지율이 우리가 5%고 바른정당이 5%면 합해서 10%가 된다고 생각하나. 우리가 10%를 보고 정치를 하나. 더불어민주당을 이기지 못하는 서울시장 후보 안된다. 광주시장 후보도 안된다. 더불어민주당을 이기려면 지금 지지율 5%로는 안되고 10%로 올린다고 되는 것인가. 40, 50%가 되는 가능성을 보면서 계속적으로 가야 한다. 지금 많은 개혁적 국민들이 열망하는 개혁의 길을 열심히 가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