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않는 개헌은 적절치 못하고 의미 없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일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이은재 기자>
▲ 김용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일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이은재 기자>

[폴리뉴스 신건 기자] 자유한국당은 최근 전국 순회 신년하례회를 시작으로 사실상 6월 지방선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다수 여론조사에서 한국당의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를 보이고 있어 지방선거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한국당 혁신위원회의 수장인 김용태 혁신위원장(3선, 서울 양천구을, 국회 정무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본관 정무위원장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정국진단’ 인터뷰에서 지방선거와 관련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가 자리를 잡으면 지방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추진하는 정책들이 현실에서 실제화된다면 정부 여당에 훨씬 좋은 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로 팍팍해지거나, 미래가 더욱 더 불투명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상황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이례적으로 계속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면서도 “야당 본연의 기능인 비판과 견제 뿐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을 전달하는 메신저의 신뢰성을 높인다면,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정치 균형이 어느 정도 완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추진했던 예산과 법률, 정책들의 결과물들이 곧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이전보다 좋아진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앞으로 더욱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면 6월 지방선거의 새로운 투표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개헌과 관련해서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그 어떤 개헌도 안된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권력분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헌정체제를 짜는 개헌이 없다면 다른 형태의 개헌 논의는 매우 적절하지 못하고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은 1948년 헌법 제정을 통해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대한민국의 국체로 선언하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다“며 ”시대적 변화가 있더라도 이것이 훼손되는 그 어떤 형태의 개헌도 저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개헌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의 헌법개정 권고안을 거론하며 “(자문위원회의 안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우려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원칙의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통령이 힘이 있는 동안에는 제왕적인 대통령으로 군림해서 민주주의의 근간들이 완전히 훼손되는 일이 비일비재 했던 것이 1987년 이후에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이 현실을 도외시한 채 개헌을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정부여당과의 관계설정에 대해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집권 세력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면 비판하고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내부 정비에 몰두한 나머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억지 비판한다고 따가운 목소리에 대해서도 겸허히 인정한다”며 “내부정비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들을 국민들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준거 틀을 만들어 내고, 시대적 도전에 제대로 응전할 수 있는 대안과 국가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일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이은재 기자>
▲ 김용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10일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이은재 기자>

다음은 김용태 혁신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올해는 6월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선거는 흔히 구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보수 세력이 분당됐다가 복당도 하고 또 바른정당, 국민의당 간의 통합 움직임도 있다. 그 사이에서 몇 분은 또 다시 탈당을 하고, 복당을 하고 있다. 국민들이 볼 때는 상당히 혼란한데 당사자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대한민국 건국 이래 탄핵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그 와중에 집권여당이 분당되는 상황까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표 차이로 정권마저 빼앗긴 상황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내부정비에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 야당의 여러 가지 내부 진통과 일부 이탈, 재결합과 같은 이런 움직임들은 정치의 물리법칙으로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본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체제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각 당이 현재 집권세력이 추진하고 있는 정책내용, 국정방향을 놓고서 제대로 된 비판과 견제, 대안을 내어 놓는가이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에게 선택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유의할 것은 이런 비판과 견제 그리고 대안뿐만 아니라 좋은 인재들을 우리 당에 영입하고, 육성해서 선거에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 대통령 지지도가 워낙 높다보니 야당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는 어떻게 보고 있나.

현재로써는 쉽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이례적으로 계속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다만 현재 여론조사에서 소위 샘플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이것은 조사기관을 폄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 대응하는 그 대응점 자체가 너무 부재하거나, 현저하게 힘이 없기 때문에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지금 한국당이 해야 할 일은 야당 본연의 기능인 비판과 견제뿐만 아니라 우리가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메신저의 신뢰성을 높이는 일에 매진한다면 정치균형이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현재의 상황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출범한지 1년이 다가온다. 지금까지는 컨벤션 이펙트뿐만 아니라 적폐청산과 같은 과거 정부에서 염증을 느꼈던 것들이 국민들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추진했던 예산과 법률, 정책들의 결과물들이 이제 곧 나오기 시작하면, 국민들이 선거에 대해 또 다른 준거점을 찾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들의 삶에 이전보다 좋아진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어려워 질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그것이 이번 지방선거의 새로운 투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에 임하는 정당으로서 선거 자체를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일단 최선을 다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해 나가겠다.


-문재인 정부의 중간 평가가 주효하게 자리잡는다면 지방선거는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그런 가정들이 현실에서 실제화 된다면 문재인 정부나 집권여당 입장에서는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현실에서는 더 팍팍해지거나 미래가 더 불투명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지금과 같은 정부 여당의 높은 지지율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홍준표 대표가 대구 북구을의 당협위원장을 신청했다. 일부에서는 이것을 보신주의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홍 대표 본인은 “다음 총선에 출마 생각은 없다. 정치적 고향에서 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봐야 하나. 

당내 정치적 문제, 혁신위원회의 과제 문제에 대해서는 혁신위원회가 구성되고 활동을 하면 말하겠다. 아직 혁신위원 전체 인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출범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정치 사안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혁신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비판과 견제, 대안 제시의 기능과 함께 한국당의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해서 국민에게 말씀드릴 것이다.


-개헌 문제와 관련해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은 4년 중임제인데, 고집하지는 않겠다’, ‘개헌은 지방선거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권력구조가 합의가 안 된다면 기본권과 지방분권 문제만 우선 개헌하는 단계별 개헌’도 시사했다. 국회에서 개헌안을 도출해내지 못하면 정부가 개헌안 발의를 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보고 있나.

개헌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분명한 기준을 말씀드린다. 하나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그 어떤 개헌도 안 된다. 대한민국은 1948년 헌법 제정을 통해서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대한민국의 국체로 선언하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다. 여러 가지 시대적 변화가 있더라도 이것이 훼손되는 그 어떤 형태의 개헌도 한국당은 반대한다. 얼마 전 공개돼서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넘어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던 개헌특위의 자문위원회의 안들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우려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자명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분명한 원칙의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이 개헌문제가 왜 계속 제기가 되었느냐이다. 우리가 지금 기본권 문제나 여러 가지 문제들 때문에 개헌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것이 아니다. 현재의 권력구조가 필연적으로 생산해 내는 정치의 단절, 정치의 단절이라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대통령은 일정기간 지나면 식물인간이 되고, 국정은 마비가 되고 대통령이 힘이 있는 동안에는 그야말로 제왕적인 대통령으로 군림해서 민주주의의 근간들이 훼손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이 1987년 이후의 대한민국 현실이었다. 이 현실을 도외시한 채 개헌을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권력구조를 빼고 개헌을 하자는 발언은 개헌 논의의 출발을 도외시한 발상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수술을 근간으로 한 개헌 논의와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 한 나머지 개헌은 유의미한 개헌이 아니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국체의 보존과 함께 대한민국 헌정사에 늘 불행을 안겨줬던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권력분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헌정체제를 짜는 개헌이 없다면, 다른 개헌논의는 매우 적절하지 못하고 의미가 없다.
개헌 논의를 국회에서도 하고 있지만, 정부도 개헌안을 제안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제안하는 개헌은 국민으로부터 입법의 권한을 부여받은 입법부를 무시하는 초법적인 발상이다. 정부가 개헌안에 대해서 입법부와 협의하고 논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개헌안의 준비와 내용을 채워서 국민 앞에 내놓는 책무는 결국 입법부가 갖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것을 건너뛰는 그 어떠한 개헌 논의방식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또 중차대한 문제를 편의성 도모 차원에서 지방선거와 묶어서 실시하는 방식으로는 개헌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체의 재확인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대수술이 전제가 충족되는 조건하에서 충분한 개헌 논의가 이뤄진 다음, 개헌안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보수주의로서 시대적 과제를 국가개혁의 과제로 해쳐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나중에 정권 탈환하고 나서 할 일이 아니라, 지금부터 시대적 과제를 국가개혁의 과제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아닌가.

그것이 야당의 역할이다. 집권세력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면 당연히 비판하고,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당은 지금까지 내부 정비에 몰두한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하겠다. 그리고 국민들께서 억지 비판한다고 하는 따가운 목소리에 대해서도 겸허히 인정하겠다. 가까스로 내부정비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들을 국민들이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준거 틀을 만들어 내고, 시대적 도전에 제대로 응전할 수 있는 대안, 국가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하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선한 의도가 결코 서민들과 많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좋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취약계층에 대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갖고 올 폐해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비판하되, 최저임금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실질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그러려면 협치가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출발을 못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이것은 분명히 해야 한다. 협치는 야당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여당이 해야 할 일이다. 집권세력이 국정운영의 총책임자이다. 한국당은 정당으로서의 책임을 도외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정치의 기본적인 원리는 집권세력이 책임을 지고, 야당은 이에 대한 비판과 견제를 하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 원리를 기본으로 깔고 문재인 정부에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갖고 오지 않는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들에 대해 전문가와 공무원 조직, 언론집단 등의 정확한 검증을 받도록 해야 한다”라고 숱하게 이야기했다. 자유민주주의와 대의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와 삼권분립 제도 이외에도 공무원 조직, 전문가 집단, 언론의 소위 비판과 견제, 검증 작업이 있어야 한다. 한국당의 주장이 무조건 맞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런 제도적 기구들의 검증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과 탈원전 정책, 비정규직의 전면적인 정규직 전환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 않은가. 이런 정책들을 현실에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집권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들의 공약의 금과옥조이기 때문에 손 하나 댈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은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한국당은 언제라도 야당 본연의 기능으로써 정부가 하는 정책에 대해 비판과 견제를 하고, 그것이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지면 정상적인 국회 기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반대할 생각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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