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DJ‧盧 장점 결합된 외교력 보여줘…미국발 리스크가 변수”


[폴리뉴스 신건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된 ‘남북대화’라는 작은 물줄기가 점차 천(川)으로, 강으로,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남‧북‧미 3국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의 두 번째 전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어서 열릴 북미정상회담은 회담 자체가 세계사적인 일”이라며 “남‧북‧미 3국 정상 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B‧박근혜 정부 시절의 남-북-미 관계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대화 분위기는 엄청난 변화이다. 

김민석 민주연구원 원장은 “과거 미국과 전쟁을 했던 중국, 월남의 사례를 보았을 때,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전환된다면 ‘빅체인지(Big Change)'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 19일 민주연구원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발행인과의 대담인터뷰에서 “통일 직전의 단계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북미회담에서 딜이 이뤄진다면 양국의 관계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는 ‘공동의 경제 프로젝트’ 등이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양국의 관계가 진전된다면 패키지로 과감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평화의 모멘텀이 확실하게 선 것 같나’는 질문에는 “아직은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며 “남북 간 리스크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이나 중간선거 등에서 촉발되는 미국발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한반도 정세가 상당한 합의로 진전됐다가 후퇴한 경험도 있다”며 “미국은 민주국가의 특성상 양당이 존재하고, 중간선거 등에 따라 판도가 뒤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변수는 남아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이나 중국, 일본의 분위기를 본다면 어느 때보다 평화의 모멘텀을 세우는 변화가 이뤄진 것은 맞다”며 “미국도 중간 선거를 치르기까지 시간이 있고, 북한과 ‘문제를 풀어보자’는 방향으로 대북관계를 설정한 것은 분명해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기대할만한 상황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외교적 역량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DJ(김대중)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점을 결합시킨 수준의 외교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신중함과 전격성 모두를 가지고 있기에 단순히 운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우리모두코리안' 발기인 대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김민석 민주연구원장 페이스북>
▲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우리모두코리안' 발기인 대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김민석 민주연구원장 페이스북>

[다음은 김민석 민주연구원장과의 일문일답 ④]

▲평창 동계 올림픽으로 남북관계에 물꼬가 트였다. 남북정상회담, 문화교류가 추진되면서 평화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평화의 모멘텀이 확실하게 선 것인가?
=아직은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 지금은 남북 간 리스크보단 주변국, 특히 미국 발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보다. 북한이 김여정을 보냈을 때 그리고 우리 특사가 방북했을 때 얘기한 것을 보면, 북한이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한번 풀어보자’라는 수준의 이야기가 오간 것은 맞는 것 같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중간선거도 있고, 본인의 성향도 있고, 빅딜을 통해서 큰 변화를 가져오려는 움직임도 있는 것 같다. 중국이나 일본의 분위기를 봐도, 과거 어느 때보다 평화의 모멘텀을 세우는 변화가 이뤄진 것은 맞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가 상당한 합의로 진전됐다가, 후퇴한 경험도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는 민주국가의 특성상 양당이 존재하고, 중간선거 등에 따라 판도가 뒤바뀌기도 하는 경우가 있기에 변수는 남아있다고 본다 .

다만 아직까지는 미국도 중간 선거를 치르기까지 시간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인파이팅을 통해 협상의 장을 마련하든, 최대한의 압박전술을 구사하든 문제를 풀어보자는 방향으로 대북관계를 설정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느 때보다 우리가 기대할만한 상황이 된 것도 맞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한의 압박과 대화’로 대북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북한에 대한 제재가 유효했다고 보나.
=큰 틀에서는 기여했다고 본다. 또 베를린 선언 이후에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는 남북관계를 풀어냄으로써 전체 문제를 풀어내겠다”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진 것 역시 주효했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남북대화가 북한의 핵무력 완성 이후의 시나리오에 나와 있던 상황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런 면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펼치면서 어느 시기까지는 핵을 발전시킨 뒤 경제로 방향을 틀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고, 소위 ‘자위론’에 의해 핵의 폭발력을 확보해서 담보를 만든 뒤 상황을 풀기 위해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 북한이 핵개발을 한다 하더라도 공격적인 모양새가 되기에는 한계가 명료하다는 점, 경제 제재와 압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현 상황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옮겨왔다고 생각한다.

전체를 종합해서 보면 문 대통령은 전체적인 상황을 보면서 여건을 만들었고, 평창 동계 올림픽이라는 이벤트를 잡아 ‘평창 외교 구상’을 펼친 것이다. 전략이라는 것이 어떤 시기와 장을 선택하고 그쪽으로 몰아가는 것 아닌가. 그 부분에서는 문 대통령의 전략적 타이밍, 균형‧시기 감각, 판단 등이 굉장히 높이 평가받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차적으로는 ‘한반도 운전자론’이 성공한 것인데, 평가는 상당히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외국 협상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을 평가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이전까지는 문 대통령이 외교 부분에 있어서 ‘경험이나 역량이 있을까?’ 라고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문 대통령이 DJ(김대중)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점을 결합시킨 수준의 외교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중함과 전격성, 이것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단순히 ‘운’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
사드(THAAD)도 진보 진영에서 보기에는 불만스러운 방식으로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가, 반대편을 했다가 하면서, 평창으로 얼굴을 마주보는 데까지 상황을 끌고 온 것 아닌가. 거기에서 오버하지 않고 ‘우물가에 가서 숭늉을 찾을 일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런 균형 감각을 평가를 하지 않을 순 없다. 


▲이제 남북정상회담이 중요하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은 기본이고, 6.15공동선언에 나왔던 낮은 단계의 국가연합 등도 북에서 요구하는 평화체제이다. 그 부분은 어떻게 예상하나.
=현재의 핵심은 평화체제이다. 때문에 통일, 통일 직전의 단계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든다. 얼마 전 한 중앙지 대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트럼프도 이방카에게 ‘노벨평화상을 받아라’, ‘그런 것을 꿈꿔라’ 하는 정도의 사고전환을 못할 이유가 없다”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그런 이야기를 미국사람들에게 했더니 미국사람들은 갸우뚱 거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렇게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저는 미국 사람들을 만나면 ‘꿈을 크게 꿔라(Dream Big and More)'.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특성을 볼 때, 이번 북미회담에서 딜이 이뤄진다면 생각보다 큰 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남북‧북미의 평화체제에 ’+ɑ(플러스알파) ‘가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한반도 통일‘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더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측면보다는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보다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는 방향의 빅딜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공동의 경제 프로젝트’가 있을 수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시점에서 자세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런 것이 가능할 수 있다 본다. 분명한 것은 진전이 된다면 패키지로 과감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보수정당이나 보수언론에서는 평화체제를 받고, 주한미군 철수 등 미국을 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이미 DJ(김대중)―김정일 회담 때 짚었던 내용이고, 문 대통령이 보여주는 균형감각을 볼 때 미국을 놓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또 북미관계가 어느 정도 진전 되고나면 북한이 미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때문에 북한과의 평화체제를 받는 대신 미국과의 동맹을 끊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했지만, 중국과 랑데부(Rendezvous:만남)가 이뤄지지 않았나. 미국과 월남도 싸웠지만, 지금 베트남과의 관계가 어떠한가. 그런 사례들을 놓고 본다면 미국-북한과의 관계 전환이 어려운 것이지, 전환이 된다면 ‘빅체인지(Big Change)'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과거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는 보수 세력이 속된 말로 ‘재미를 봤다’라는 평가가 있다. 
=두 가지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남북관계는 선거의 유‧불리를 따져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선거와 관계없이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갈 수 밖에 없다. 둘째는 과거와 현재의 지형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종래에는 우리가 촛불이전 시대 또는 20세기 후반까지는 전반적인 틀에서 보수냉전이 안정이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예를 들어 박정희 대통령 시절까지는 “박정희는 미워도, 그래도 일단 박정희가 하자는 데로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위협을 막을 수 있다”라는 인식이 있었다. 지금은 한반도 지각이 변동하면서 이번 남‧북‧미 회담을 잘 타결하고 나면, 전체적인 지형자체가 ‘화해‧협력이 안정이다’라는 쪽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과거에는 금강산, 개성공단 등이 앞으로 잘 나가더라도, 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기를 잘 넘기고 나면 “화해협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안정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라는 지형도 형성되고, 국민의식도 그런 방향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과거와는 다른 지각이 형성되는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