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종전선언·평화협정 최대 걸림돌은 중국”

[폴리뉴스 박예원 기자]지난 4월 27일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데 이어 6월 12일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 흐름으로 오는 7월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폴리뉴스>는 조민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장과 만나 6.12 북미정상회담 향후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조 원장은 21일 <폴리뉴스> 김능구 발행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 배에 탔다. 둘은 앞으로 ‘윈-윈’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며 "비핵화 로드맵은 기본적으로 CVID에 부응하는 CIVG 간의 이행 프로세스로 설정할 수 있다. 즉 로드맵은 북한의 CVID 이행에 따라 ’똑같은 방식으로‘ 미국의 CVIG 제공이 이루어지는 ‘빅딜’ 구도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향후 추진될 프로세스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전모를 밝힐 것을 요구 △핵 관련 시설 가동 중단 및 미국 주도의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개시 요구할 것이며, 북한은 △경제제재 완화 요구 △체제보장에 대한 구체적 약속과 초기 이행 조치 요구 등을 추론했다.

 

또한 "향후 있어질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문제에서는 사실 중국이 최대의 걸림돌"이라면서 "북한은 특히 북미 간 대화에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을 배제하고 싶어 한다. 종전선언 문제도 3자 간 협상 틀을 바란다. 물론 우리와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종전선언이든 평화협정 체결이든,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 양국의 ‘주권적 사안’이라는 원칙을 전제로, 중국의 참여를 우려하기보다는 오히려 한반도 평화체제의 책임국가로서의 역할 분담의 요청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조 원장은 "한국은 경제전략 차원에서 세계경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와 함께 동아시아 지역의 공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끌어 가는 '준(準)세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이 평화 이니셔티브를 구사해야만 주변 강대국들을 견인하면서 ‘21세기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형성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친미연중(親美聯中)’ 구도 위에서 일본과 함께 하는 한편, 러시아를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 이러한 ‘21세기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의 전망 위에서 한반도의 통일코리아의 추구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조민 박사(정치학박사)는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으로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이며, 선문대학교 초빙교수로 강단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이하는 조민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장의 인터뷰 전문.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했고, 한미는 오는 8월 UFG 훈련 중단을 결정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선행 조치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곧 페기하겠다’고 약속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를 빨리 이행하라는 메시지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선언은 오히려 북한 측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서해위성발사장’으로 알려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가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화성-15형 ICBM이 바로 여기서 개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의 폐기가 급선무로 요청되는 까닭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한 데에는 마침 그의 전문 비즈니스 분야가 부동산 투자 분야였기에 쉽게 결단할 수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미국을 움직이는 실체는 군산복합체라는 말이 있다. 부시 정부 시기의 딕 체니 부통령이나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모두 전쟁광이었는데, 이들이 추진한 중동지역 전쟁을 비롯한 대외정책이 대개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반영했다는 폭로가 많다. 오바마 대통령조차 대외전략과 국방예산 분야에서 군산복합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의 주류 정치권과 무관한 트럼프 대통령이었기에 상당히 독단적인 선언이지만 군산복합체의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결단이 가능했지 않았나 싶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그들의 주장이 반영되었다고 반기는 입장이다. 두루 아다시피 중국이 줄곧 ‘쌍(잠정)중단(雙中斷)․쌍궤병행(雙軌竝行)’을 주장해왔다. 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미국의 연합군사훈련 중단의 교환을 말하고, 후자는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협상의 병행 추진을 주장하는 논리인데, 미국은 이를 반대해왔다. 지금 아주 초기 단계이지만 비핵화 추진구도를 보면, 미국의 ‘완전 비핵화’ 원칙 위에서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주장이 반영되는 모습이다. 말하자면 원칙과 현실적 실천 사이에 큰 갭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 속에서 종전선언이 기대되기도 했고, 앞으로 평화협정 문제도 큰 과제인데.

종전선언, 그리고 평화협정 문제에서는 사실 중국이 최대의 걸림돌이다. 우리 정부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리는 전에 3자 종전선언 문제에 큰 기대를 걸었다. 북미 간 협의가 잘되면 당장 싱가포르로 날아갈 준비를 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우리의 기대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는 중국의 강력한 태클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당사자이며, 결코 ‘차이나 패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특히, 북미 간 대화에서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을 배제하고 싶어 한다. 종전선언 문제도 3자 간 협상 틀을 바란다. 물론 우리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은 남북미의 이러한 의도를 견제하고, 중국이 빠진 3자 간 종전선언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북한에 적극 표명했다고 본다. 싱가포르의 3자 간 종전선언 문제는 북한이 중국의 반대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했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기대는 무산되고 말았다. 21세기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수립을 위해 중국과 함께 가야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쉽지 않은 과제라고도 하겠다.

평화협정도 마찬가지이다.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은 낙관할 수 없다. 남북관계, 북미관계, 한미관계의 새 판을 짜는데 중국의 대미 견제와 개입 전략으로 험난한 과정이 예고된다. 북한은 중국의 자장(磁場)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길 바라지만 김정은의 바빠진 방중 발걸음을 보듯 당장은 힘든 일이다. 중국은 북한을 결코 놓으려 하지 않는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은 중국의 당사자 위상을 확인하고 있는데,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고 했다. 당시 ‘별도 포럼’의 직접 관련 당사국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남북한, 미국, 그리고 중국 4개국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는데, 이런 사례에서 보듯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중국의 배제는 비현실적이지 않겠나. 그런데 평화협정의 키-플레이어는 미국과 북한 아닌가. 여기에 중국이 당사국으로 참여하더라도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나, 가장 핵심적 사안으로 떠오를 수 있는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합의 도출에 큰 난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종전선언이든 평화협정 체결이든,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 양국의 ‘주권적 사안’이라는 원칙을 전제로, 중국의 참여를 우려하기보다는 오히려 한반도 평화체제의 책임국가로서의 역할 분담의 요청이 바람직하다. 

▲전반적인 시각에서 북한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CVID와 CVIG 빅딜이 이루어질 것인가,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과 ICBM 등의 미국 반출이 가능한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한 배에 탔다. 둘은 앞으로 ‘윈-윈’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의 승리, 타방의 패배 이런 구도는 모두가 패배하는 구도이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국내 정치적 승리를 위해 적극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돌아서기에는 너무 멀리 나갔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선행 조치를 취해왔다. 핵․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억류 미국인들 석방 등을 단행했다. 이는 대미 신뢰 조치의 일환이다. 이에 미국은 북한의 대화협상 제의 수용, 고위급 당국자인 폼페이오 장관 방북 등으로 상호신뢰의 초기 단계를 구축하면서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까지 왔다. 그리고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ICBM 폐기, 여기에다 미군 유해 200구 송환도 오늘내일 문제로 되었다. 이제 ‘유종의 미'를 거둬야할 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후 서울에서 다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했다. 베이징을 방문하여 중국이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는 경제제재를 완화․해제할 수 없다는 데에 동의했다고 하면서, 신속한 비핵화 절차를 강조했다. 또한 그는 방북하여 핵 폐기 후속협상을 하고 비핵화 대가로 지금의 정전협정 체제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정부는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적절한 안전보장 제공 시기와 제재 완화 시점에 대해 논의하길 바란다. 

비핵화 로드맵은 기본적으로 'CVID'에 부응하는 'CVIG' 간의 이행 프로세스로 설정할 수 있다. 즉, 로드맵은 북한의 CVID 이행에 따라 ’똑같은 방식으로‘ 미국의 CVIG 제공이 이루어지는 ‘빅딜’ 구도로 드러난다. 이러한 구도는 'CVID와 CVIG의 맞교환을 전제로 한 일괄타결’ 방식이다. 이를 북미 양국의 입장과 전략을 토대로 대략 두 단계로 접근할 수 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폼페이오가 서울에서 “2년 반 안에 중대한 비핵화 달성 기대”를 밝혔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가 끝나기 전에 중대한 비핵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1년 1월까지 북한 비핵화 완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렇게 보면 비핵화 로드맵의 시간표로는 우선 오는 11월 중간선거 단계와 2020년 11월의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페인 시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지금까지의 비록 낮은 단계이지만 비핵화 진행 수준을 토대로 향후 추진될 프로세스를 큰 틀에서 추론해보자. 

첫 단계로 조만간 북한의 ICBM 발사장 해체 약속의 이행이 기대된다. 그리고 미국은 북미 고위급 협의를 열어 북한에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의 전모를 밝힐 것을 요구할 것이다. 이를 통해  폐기 대상을 명확히 하는 리스트가 작성된다. 그와 함께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등 핵 관련 시설의 가동 중단과 함께 미국 주도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개시를 요구한다. 관련 시설 사찰을 지속하면서, 3~6개월에는 신고 작업 및 시설 불능화에 나서 이후 약 1년에 걸쳐 검증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에 부응하여 북한 측의 요구도 당연히 제기된다. 북한은 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한편, 체제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과 초기 이행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여기서 종전선언의 경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와 체제보장을 위한 초기 조치로 11월 중간선거 전후에 이루어질 수 있다.

둘째 단계는 시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 2년 내 중대한 비핵화 조치가 달성된다. ① 미사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 (초기단계에서 이행된 대형 ICBM 엔진시험장 폐기에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장(함경남도 신포 조선소 인근 소재) △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 2형’의 지상 시험용 발사대(구성시 이하리 소재) 폐기 그리고 △미사일 연구단지(평양 산음동 소재) 폐기를 단행한다. ② 완전 핵폐기 단계이다. △핵 관련 시설 완전 폐쇄 △핵물질 및 핵탄두 미국 반출 △핵․미사일 분야 과학기술인력의 통제․관리 방식 합의 등이 이행된다. 이에 부응하여 미국 측의 CVIG도 추진된다. 이는 △경제제재 해제 △경제․금융국가 지원 △미․북 수교 및 평화협정 체결 등을 이행한다. 관계정상화 이전 평양-워싱턴 간 연락사무소 개설도 가능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영구적 비핵화와 안전보장’ 합의를 조약으로 의회에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 핵 합의에는 상원 비준이 없었다. 1994년의 ‘제네바 기본합의’와 ‘9․19 공동성명'은 의회 동의 없는 행정부 차원의 합의였다. 그는 “북․미 비핵화 합의를 조약 형태로 하는 것이 미국을 위해 중요하고, 우리의 헌정 민주주의를 위해 중요하며 아울러 북한 국민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조약‘ 형태는 의회 비준이 필요하다. 이는 비핵화 평화협정을 조약 수준으로 체결하여 상원의 비준을 얻겠다는 입장으로 대북 체제보장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순조로운 이행을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CVID와 CVIG의 빅딜 과정에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낙관적 전망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북한과 미국은 이 길을 가야만 한다. 목표 지점에 도달하려는 미국과 북한 양국의 상호 신뢰와 이행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마치고 일주일 만에 6월 19일 또 다시 방중 길에 올랐다. 왜 이렇게 중국으로의 발걸음이 잦은지 궁금한데. 

세 번째 방중이다. 김정은의 ‘양다리 외교, 줄타기 외교전략’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6․12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중국과 공유하면서, 유엔에서의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주장과 시급한 경제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 북한 경제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든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2017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대북제재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함북 라선 시에 승리화학연합기업소가 있는데, 전용부두와 전용철도까지 부설된 이 연합기업소는 정유 및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북한 최대의 공업단지이지만 벌써 몇 달째 공장 굴뚝의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 라선 항은 이미 대형 크레인이 중지되었다. 규모 있는 공장은 모두 멈추었다고 한다. 특히, 대중무역으로 부를 축적해 온 고위층과 특권층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으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정말 큰 일 날지도 모른다. 

이번 방중으로 시진핑 국가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상당한 액수의 달러를 지원했다는 얘기가 나돈다. 김 위원장이 한 몫 크게 챙겼다. 김 위원장은 미․중 갈등 국면을 교묘히 파고들어 양 손에 전략적․경제적 이득을 얻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북한의 ‘실리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매우 위험한 줄타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대중 압박전략을 구사했고, 중국의 제재 동참으로 효과를 얻었다. 시 주석은 북한 카드를 적절히 활용한다. 북․중 정상회담으로 북․미 틈새를 벌려놓고 북한에 대한 ‘빅 브라더’ 위상을 과시하는 한편, 미․중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 트럼프의 대중 압박전략을 김빠지게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중은 미국의 불신을 부추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만난 후 달라지는 김정은의 태도에 불쾌해 하며, 북․중 간 대미 공동전선 형성을 경계한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비상하고 특별한 북 위협 계속”을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에 따라 22일(미국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대북 경제 제재를 1년 더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 김정은의 의도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신뢰할 수 있고 보다 신중한 태도가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는 경제다’며 북방경제로 꽉 막힌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고 있고 기업들은 북방경제 TF 팀을 만들면서 한껏 고무되어 있다. 북방경제에 대한 전망, 그리고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등을 어떻게 봐야할 지.

북방경제, ‘한반도 신경제지도’ 사실 모두 오래된 구상이다. 서랍 속에 30여 년 동안 잠겨 두었던 서류를 다시 꺼내 흔드는 모습이다. 흔히 한반도 경제 도약의 ‘블루오션’을 북방경제에서 찾는다. 그와 더불어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남북한 하나의 시장협력을 지향함으로써 경제 활로를 개척하고 경제통일 기반을 구축한다는 비전이다. ‘환동해․환서해․접경지역 경제벨트’의 3대 벨트 구축을 통해 신 성장동력 확보 및 북방경제 연계 추진의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남북 교통 인프라 구축, 첨단산업 확대 등의 실천계획을 마련해 놓았다. 물론 이런 구상과 계획은 그동안 분단의 벽이 허물어지지 않아 본격적인 추진이 불가능했다.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통합된 보다 ‘큰 시장’과 함께 북방으로 한껏 뻗어나간다는 경제발전 전략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이런 구상으로 북한 지도를 우리 맘대로 그려놓았다. 과연 북한이 받아들일까. 이제쯤은 남북협력을 위해서는 먼저 북한 당국의 경제개발 구상과 계획을 요청하고 들어봐야 한다. 여기서 두 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하나는 4차 산업혁명에 조응하는 미래지향적 발전 전략의 모색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마 북한은 과학기술로 ‘단박 도약’하는 방식을 바랄 것이다. 북한 과학기술 분야의 장단점과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대북 투자는 정부 주도보다는 기업 주도로 시장논리에 따라 기업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 하에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 지원에 의탁하는 개성공단 방식은 한계가 크다. 다른 하나는 ‘남북협력과 핵문제 관리역량’의 투 트랙을 신중하게 조율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싶다. 특히, 비핵화 문제에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나라 안팎으로 깊고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한반도의 평화야말로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 구축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다고 본다. 분단구조의 해소로 북한의 변화와 남북관계의 새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과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면.

지난 ‘6․13 지자체 선거’로 국내 차원의 냉전시대는 막을 내렸다.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고 외면한 정치세력은 응징되고 말았다. 켜켜 묵은 이념 갈등은 시대착오적 현상이었다. 사실 역사적 사회주의 체제는 지난 20세기 말 유럽에서 일찍 사라졌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에서는 사회주의 유령이 21세기까지 배회하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의 형해화(形骸化)된 몰골로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 핵개발 전략으로 잔존해 온 북한은 존립의 한계상황에 봉착했다. 북한이 변화한다면 이제 아시아 지역에서 사회주의의 마지막 유령마저 사라지게 된다. 두 측면을 짚어보면서 얘기를 마무리하자.

먼저 북한 문제이다. 이제 김정은의 북한은 당․국가 체제의 회복으로 시장사회주의를 통한 정상국가의 길을 모색하게 된다. 그런데 과연 체제 변화로 이어질 개혁개방을 추구할까. 수령체제의 극복 없이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스스로 능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두려움을 떨치고 과감히 변화의 길로 나올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북한이 문명사회의 규범과 가치를 존중하고, 민족사에 동참할 수 있는 동반자로 만들어야 한다. 북한은 ‘실패국가'이다. 북한은 ‘나쁜 체제’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바로 그런 북한과 손을 잡아야 한다. 이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지금의 ‘문명사적 변화’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 돤다. 질적으로 매우 심대하고 구조적인 변화 과정에 놓였다. 문명사적 변화는 인간의 통제 수준을 뛰는 넘는 IT, BT, AI 분야의 과학기술의 혁신적 발전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지역이 경제, 정치, 군사, 문화 등 많은 부문에서 21세기 세계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한반도의 분단은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의 부산물이자, 20세기 냉전시대의 찌꺼기이다. 한반도의 분단은 동아시아의 분단을 낳았다. 한반도의 분단 해소는 동아시아의 분단 해소를 낳는다. 한반도 문제가 그만큼 세계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2018년 들어와 한반도의 분단구조, 동아시아의 분단구조에 금이 갔다. 이제 우리에게는 엄청난 혼돈 속에서 새로운 기회의 창이 활짝 열렸다.
 
이에 세계에 대한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인식과 역할 모색이 요구된다. 더 이상 우리는 강대국이 주도하는 세계사의 객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피동적 존재로 머물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 한국은 경제전략 차원에서 세계경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와 함께 동아시아 지역의 공고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이끌어 가는 '준(準)세계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지경학․지문화적 장점을 살려야 한다. 한국은 변방의 작은 나라가 아니다. 약소국, 피해자 코스프레는 걸맞지 않다. 세계 중심에 우뚝 서야 한다. 한국이 평화 이니셔티브를 구사해야만 주변 강대국들을 견인하면서 ‘21세기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형성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미연중(親美聯中)’ 구도 위에서 일본과 함께 하는 한편, 러시아를 적극 끌어들여야 한다. 이러한 ‘21세기 동아시아 평화공동체’의 전망 위에서 한반도의 통일코리아의 추구가 가능하다. 이게 우리 앞에 제기된 소명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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