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정의 즉각 반발 “민생개혁 협조하라”

국회 원구성 과정에서 민주·평화·정의 등 범진보진영의 157석 개혁입법연대가 동력을 얻어가자 위기감을 느낀 자유한국당이 오히려 그간 반대 목소리를 높여 온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국회 안으로 끌어들이며 야권과의 연대를 그리는 모습이다. 

▲민주·평화·정의 ‘개혁입법연대’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제안한 ‘개혁입법연대’는 현재 130석을 확보한 민주당과 민주평화당·정의당의 공동 제4 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에 20석,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에 뜻을 담고 있는 비례대표 의원 3명, 민중당 1명과 무소속 의원 3석을 더하면 총 157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국회 원구성에서 모든 상임위원장을 확보해 개혁입법의 동력을 이뤄내자는 것이다.

천 의원의 구상에 따르면 개혁입법연대는 국회 내 개혁세력과 개혁반대세력 숫자가 ‘157 대 143’이고 그 차이가 14석이므로, 국회의장을 제외하더라도 일반상임위(전체 18개 중 겸임상임위는 5개) 13개를 포함한 모든 상임위에 1석 이상 과반수로 원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만약 개혁입법연대에 30석의 바른미래당이 가세할 경우 총 187석으로 한국당을 제외한 채 입법이 가능해지게 된다. 

▲한국당 發, 개헌 연대
이에 지난 29일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아직까지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개헌 논의와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마무리 지어가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 개헌안’을 무산 시킨 바 있음에도 개헌 논의를 재차 꺼내들었다.

그는 “문재인 개헌안이 지방선거 앞둔 패키지 안이 아니었다면, 민주당은 이제라도 개헌 논의에 적극 임해야 한다”며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종식하고 분권화된 권력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권한대행이 재점화 시킨 개헌 논의는 국회 원구성 과정에서 ‘개혁입법연대’로 인한 ‘보수 진영 패싱’의 우려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주당·평화당·정의당 등의 범개혁진영 157석에 바미당까지 가세할 경우 재적의원 5분의 3(180석)을 넘기면서 ‘한국당 패싱’이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김 권한대행이 제시한 ‘선거구제 개편’논의는 2020년 총선을 향한 정략적 발언으로 읽힌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한국당이 총선에서 경쟁력이 없으며,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정당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의 소선구제 하에선 1등 만이 승자가 됨에 따라 2020년 총선에서 한국당이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때문에 한국당의 생존을 위해선 선거구제 개편이 절실한 것이다. 민주당이 제시한 바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와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수가 결정된다. 즉 한국당이 일명 텃밭지역 승리만을 가져가도 상당수의 의석을 보장받게 되는 형식이다.

▲야권,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 공감
김성태 권한대행은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지방선거도 끝나고 국민개헌을 추진할 시점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선 곤란하다”며 “혹시라도 개헌을 하지 않으려는 속내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과의 개헌 연대 가능성에 대해 “특정 정당의 정파적 이익을 떠나 정치체제를 손질해 대한민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관점에서 야권공조를 통한 개헌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6월 국회가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바른미래당은 개혁입법과 민생국회를 누차 주장했으나, 끝내 열리지 못했다. 그런 만큼 7월 국회를 조속히 열어야 한다”면서도 “하반기 국회에는 수많은 민생·개혁 입법을 추진하는 일도 시급하지만, 무엇보다 개헌과 선거제도개편에 속도를 내서 올해 내에 반드시 완성시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즉 바른미래당은 ‘개혁입법연대’의 동참보다는 ‘개헌·선거제도 개편’에 힘을 실은 것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또 “여당인 민주당은 개헌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 개편에도 여전히 무관심하다”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은, 만악(萬惡)의 근원인 제왕적 대통령제 청산과 선거에서 국민의 대표성, 비례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20대 국회의 존재 이유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국당에 대해선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은 당내 문제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 이벤트가 될 수 없다”며 “적극적 의지와 진정성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평화당도 개헌 추진 논의에는 동참하며 ‘야권연대’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30일 이용주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올해는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라며 “여야는 하루라도 빨리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선거 전에 개헌을 안했더라도 필요성이 폐기된 것은 아니다”라며 “여야가 협의를 해서 올해 안에 개헌을 할 수 있도록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의 경우 그간 ‘선거구제 개편’을 중심으로 개헌을 요구해 온 만큼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즉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편을 고리로 꺼내든 개헌 추진에 야권이 뭉칠 가능성 역시 높은 만큼 야권의 주도권 확보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평화·정의...“정략적 개헌, 정쟁 유발”
한국당 주도 하에 점화된 개헌 논의에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2일 강병원 원내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산적한 민생입법 만큼 쌓여가는 국민들의 근심을 외면한 채, 이제는 정략적 개헌으로 정쟁을 유발하려는 한국당에게 ‘국민 앞의 반성(反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당은 또다시 ‘민생국회’를 말하면서도, ‘여당의 정치권력 독점’을 견제한다며 ‘민생 패싱’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강 대변인은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선 “(야당이) ‘내로남불’을 말하기엔 너무 안 맞는 일이다”라며 “얼마나 기회 많았고, 대통령이 국회에서 합의안을 만들면 (대통령 개헌안을)철회하겠다 라고도 말하지 않았냐”라고 말했다.

같은 날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보수야당의 ‘개혁입법연대’ 반발에 대해 “두 보수 정당이 강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니 개혁입법연대가 국회 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개혁입법연대는 몇몇 당이 모여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개혁입법 요구를 완성하기 위해 힘을 모은다는 의미가 크다”라며 “여기에는 여야가 없이 오직 국민만이 있다. 만약 양 보수 정당이 국민이 원하는 개혁입법연대에 소외될 것이 걱정된다면 뒤에 숨어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해 국회 모든 정당이 함께하는 국회 전체가 개혁입법연대 역할을 하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날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번 개혁입법연대를 ‘입법독재’라며 상투적 비판만 할 게 아니라, 혁신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며 “민생개혁 효과가 분명한 법안에 전향적으로 협력할 때, ‘발목잡기 세력’이라는 국민의 평가도 변하고 두 당이 직면한 위기극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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