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친문계 의원들의 ‘부엉이 모임’이 계파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됨에 따라 모임은 해산됐지만 ‘눈가림식 일시적 정치해산’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계 의원들의 ‘부엉이 모임’은 당내 반발을 일으켰다. 그간 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는 친문과 비문의 경쟁구도를 우려해 온 바 있다.

친문계 의원들의 ‘부엉이 모임에’ 비문으로 분류되는 이종걸 의원은 지난 4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우물가에서 물을 퍼야지 숭늉을 찾으면 안 된다”며 “우물가에 온 우리에게 국민이 지시하고 지지해주는, 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 그것부터 하고 난 다음에 집에 가서 숭늉도 끓여 먹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창원 의원도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국회의원, 판검사, 고위직 공무원 모든 사적 모임 해체를 촉구한다. 훌륭한 분들, 공식 활동만 제대로 해주셔도 억울해서 사람 죽는 일 줄어들 것이다. 좋은 취지들이겠으나 필연적으로 인사나 청탁 등과 연계 우려 있으며 불필요한 조직 내 갈등의 빌미가 된다”며 부엉이 모임 논란을 연상시키는 글을 게재했다. 여기에 손혜원 의원도 표 의원이 ‘부엉이 모임’과 관련해 올린 기사를 공유하며 뜻을 함께 했다.

정청래 전 의원 역시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취지로 했다고 하는데, 결국 문 대통령한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지난 4일 당 대표 출마의사를 밝힌 박범계 의원은 ‘부엉이 모임’에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스스로 부엉이 모임 회원임을 밝히면서도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라는 의견을 표출했다.

그는 출마 선언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국민의 눈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정적으로 비춰진다면 당초 취지와 맞지 않는다”라며 “그래서 저는 참여하지 않았고 부엉이 모임이 전당대회까지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엉이 모임 해산...“목적 있는 모임 아니었다”
‘부엉이 모임’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모임의 회원들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의원의 ‘활동 중단’ 요구 이후 ‘부엉이 모임’의 간사 역할을 한 황희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해산 소식과 동시에 취지에 대한 해명을 내놓았다.

황 의원은 “결론적으로는, 뭔가 의도되고 목적이 있는 모임이 아닌 관계로, 이렇게까지 오해를 무릅쓰고 모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해산 소식을 전했다. 

그는 또 “(부엉이 모임은)대체로 지난 대선 경선시절부터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의 모임”이라며 “시간이 더 지나 문재인 정부가 어려운 시기가 오고, 모두가 등 돌리는 순간에도 정권을 창출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다시 나서서 힘이 되어주자는 것이 모임의 취지였다”고 전했다.

전재수 의원 역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오해와 억측이 있다면 이 모임은 해산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해서 해산 결정을 했다”며 “일단은 밥 먹는 모임이기 때문에 해산도 쉽다. 이제 밥 그만 먹자, 이러면 끝나는 모임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해산을 결정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앞으로 남은 우리 당의 중요한 이벤트가 전당대회 아닌가? 그래서 전당대회에 대해 참석한 사람들이 다들 자기 의견들을 한마디씩 했던 것이 기사화되면서 그동안 아무런 관심이 없다가 전당대회 하는 시기하고 맞물리다 보니까 여러 가지 불필요한 오해들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문 후보를 교통정리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박범계 의원이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지 않나? 박범계 의원도 부엉이 모임의 회원인데 이렇게 조정하고 조율 작업을 했으면 당대표 출마 선언을 했겠나?”라며 “이런 걸 조정한다든지 또는 문고리 3인방에까지 비유를 했던데 너무 팩트를 왜곡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친박-비박’과 같은 계파모임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친박, 비박 그 모임은 권력을 추구했던 집단이고 패권을 추구했던 집단”이라며 “부엉이 모임은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권력과 패권 추구집단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해산, ‘정치적 눈가림’에 불과”
부엉이 모임이 박범계, 황희, 전재수 의원의 입을 통해 해산 소식이 전해졌지만 ‘눈가림식 일시적 해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평화당은 현 상황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해산했다고 하지만 누가 믿겠는가. 일시적으로 모임을 중단하는 눈가림식 정치적 해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5일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부엉이’ 모임은 계파 정치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대변인은 “민주당 친문 의원들이 진정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원하는 평화, 민생, 개혁을 살려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계파의 늪에 빠져 개혁과제에는 속수무책이라면 누가 그 진정성을 믿겠는가. 민주당은 계파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말고 개혁입법연대 광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