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유승민 전 대표가 없는 바른미래당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19일 마련됐다.

바른미래당 (가칭)원외비상대책모임, 정운천 의원, 오세정 의원의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안철수, 유승민 없는 바른미래당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이날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기조발제자인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와 권오을 전 바른정당 최고위원, 문병호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그리고 정두환 바른미래당 금천 지역위원장, 장진영 바른미래당 동작을 지역위원장, 김갑수 전 바른미래당 광진구청장 후보, 심동영 바른미래당 동두천연천 지역위원장 등 바른정당 출신과 국민의당 출신지역위원장들과 지난 지방선거 후보들이 함께 참석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장진영 위원장은 "그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따로 모이고, 따로 성명 내는 일들이 있었다. 외부에서 바른미래당이 둘로 찢어지는 게 아니냐 우려했었는데, 이번 토론회는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 두 그룹에서 공동으로 주관했다. 앞으로도 나눠지지 않고 모이고 화합하겠다는 취지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능구 "제3의 정당, 한국정치서 가능한가…선거구제 개편에 목숨 걸어야"

토론에 앞서 발제에 나선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유승민 대표가 사퇴 변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양 세력의 화학적 결합이 미흡해서가 아닌 정체성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보수·진보가 아닌 비전과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실용주의 컨셉의 바른미래당의 정강 정책은 아주 훌륭하다. 다시말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체성을 제대로 못 세워서 진 게 아니라는 것"이라며 "오히려 그런 인
식을 가지고 있어서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했을 때 사람들의 비판과 우려가 있었다. 국민의당은 반 정도 떨어져나갔고, 바른정당도 많은 분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9석 남은 상황으로 합당했다. 어쨌든 국민들은 약자를 응원하는 심리가 있다. 그때 바른미래당은 약자로써 뭔가를 보여줬어야 했다"면서 "한국당과의 차별화는 기본이고, 1차적으로 한국당과의 선긋기를 확실히 했어야 했다. 그런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93년 경실련이 영향력있는 시민단체 1위로 뽑혔던 이유를 들며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국민들에게 입장을 내놓는 등 이슈 대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바른미래당에서 그렇게 하지 못했던 점이 상당히 아쉽다"고 평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안·유 없는 바른미래당은 국고보조금 때문에 생존 가능하다고들 한다. 그러나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흔들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양대 기득권 정당을 극복하기 위한 제3의 정당, 대안 정당이 한국 정치에서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다시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다음 총선에서 다시 양당체제로 회귀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래서 바른미래당은 목숨 걸고 선거구제 개편을 이뤄야 한다. 선거구제 개편이 없으면 현 지지율에서 두 배로 오른다 해도 총선에서 얻어낼 의석 수는 거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지금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구제 개편 촉구했고, 김관영 원내대표는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바로 그게 바른미래당이 살 길"이라며 "선거구제 개편을 국민적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원칙적 문제로 돌아가 우리나라에서 제3의 정당이 필요하고 가능한가, 이 부분에 대해 지도부와 당원들이 고심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덧붙여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평화는 협치, 경제는 견제, 개혁은 경쟁기조로 정국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은 보수냐 중도냐 진보냐가 아니라 개혁이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변화와 개혁이다. 변화와 개혁을 온몸으로 진정성있게 추진한다는 것을 보여주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당명을 개혁당으로 바꾸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이라고 조언했다.

권오을 “통합 개혁정당으로…안-유는 대권후보 자산”
문병호 “외부 비대위원장 모셔야…안-유 상당히 무책임해”

이어진 토론에서는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보수·진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권오을 전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이번 지방선거의 패배 원인을 전략의 혼선과 당통합 작업의 부재로 꼽았다. 권 전 최고위원은 "바른미래당은 곧 안·유 전 대표의 당이다. 결국 바른미래당의 실패는 안·유 전 대표의 실패"라고 지적하면서 "안·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훌륭한 대권후보 자산이지만 더이상 이들의 리더십만 바라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정체성을 두고 바른정당계는 개혁보수라, 국민의당계는 실용정당이라 하는데, 통합개혁정당으로 가야 한다. 그럼 때에 따라 보수정책을 취할 수도, 진보정책을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병호 국민의당 전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 한국당보다 더 참패했는데 지금 왜 한국당보다 더 평온한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당도 비대위원장을 빨리 모셔서 그 분으로 하여금 당을 추스르게 하는게 낫다 본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하는 것은 사실 정상은 아니다. 원래 당에서 모셔오는 것인데 능력이 안 되니 뽑는 것"이라며 "이런 것에 대해 우리가 각성하고, 현재 당 지도부가 다시 한 번 이 문제에 대해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안·유 전 대표도 무책임하다 본다. 두 분의 당이라 불리고 있고, 합당도 두 분을 통해 이뤄졌다. 그러면 이번 지방선거가 어떤 게 잘못됐고, 어떤 길로 가야할지 얘기해야 하는데 두 분 다 아무 말씀을 안 하고 계시다. 그러고도 당의 지도자라 할 수 있나. 거기에 대해 상당히 무책임하다 말씀드리고 싶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당의 정체성에 대해 "우리가 추구할 건 개혁이다. 개혁을 중심으로 바른정당 출신과 국민의당 출신이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고 하나된 당을 만들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전당대회를 통해 그런 문제를 정확히 짚어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바른미래당은 안·유 전 대표를 다 품고 가야한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거라 본다"며 "안·유 전 대표가 미디어에 나타나선 안 된다는 태도를 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는 새로운 지도부는 그 관계도 잘 관리하는게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두환 위원장은 “양당의 통합을 주창한 사람으로서 선거결과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보수와 진보를, 이념과잉을 넘어선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른정당계와 국민의당계가 합쳐지면 호남과 영남의 결합이라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념은 잡탕이 되어 애매모호하거나 어정쩡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영남에서는 유승민을 배신자라 하고 호남에서는 안철수를 배신자라 규정했다. 다 실패한 것이다. 이제 바른미래당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선 허심탄회한 당내의 격렬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구제 개편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대로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구제의 필요성이 언급되어 있다. 지난 시기 부정적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오히려 다음 총선에서 현행 소선구제가 유지되면 TK외에는 모두 어려움이 예상되어 선거구제 개편에 매우 적극적으라고 본다. 정의당, 민주평화당은 말할 나위 없다. 다만 민주당의 스탠스가 애매하다. 대선공약, 당론으로는 민심그대로 선거구제 개편을 약속했으므로 명분에서는 동의할 수밖에 없지만 실제 현실적으로는 총선 압승을 통한 국가대개혁을 위해서는 주저할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 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선거구제개편은 문희상 국회의장도 선거구제 개편이 있는 개헌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듯이 국민적 이슈가 되는 순간에 어느 정치세력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많은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당이 노선 논쟁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뭘 하려는 정당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