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증여·마약·성접대…‘불매운동’ 벌일까 ‘전전긍긍’

(왼쪽부터) 담철곤 오리온 회장, 허희수 전 SPC삼립 부사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사진=각 사 제공>
▲ (왼쪽부터) 담철곤 오리온 회장, 허희수 전 SPC삼립 부사장,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사진=각 사 제공>

[폴리뉴스 이해선 기자] 최근 몇 년간 기업 관련 기사의 단골소재로 등장해온 ‘오너리스크’가 이번엔 식음료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식음료업계는 소비자가 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접하는 업종으로 오너리스크로 인한 불매운동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치명적일 수 있어 해당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음료업계 일부 기업들이 오너일가의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구설수에 오르며 대중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 6일 국내 최대 제빵기업인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차남 허희수 부사장이 액상 대마를 국내로 들여와 흡연한 혐의로 구속됐다.

2016년 미국 유명 버거 체인점인 ‘쉐이크쉑’을 성공적으로 국내에 론칭하며 부사장으로 승진, 차기 그룹 승계자로 거론되기도 했던 허 부사장은 이번 일로 경영 일선에서 영구 배제됐다.

SPC그룹은 해당 사건이 알려진 직후 입장문을 통해 허 부사장의 모든 직위를 박탈하고 경영일선에서 영구 배제한다고 밝혔으나 그동안 쌓아온 친근한 이미지 손상을 막지는 못했다.

주류업체 하이트진로는 지난 6월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조사에 돌입한 ‘고 장자연 사건’에 박문덕 회장이 연루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버지인 고 박경복 하이트진로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그룹을 물려받은 박문덕 회장은 과거 신인배우였던 고 장자연과 골프 여행에 동행하고 계좌에 수표를 입금한 정황이 드러나며 ‘장자연 리스트’ 핵심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최근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PD수첩’을 통해 방송된 이후 소비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하이트진로 불매운동 참여 글을 올리는 등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초코파이’로 친근한 제과기업인 오리온 역시 오너리스크를 피해가지 못했다.
 
과거 비자금 조성과 횡령 등의 범죄 전력을 지닌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이번에는 편법으로 막대한 상속·증여세를 피해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 

오리온은 담 회장의 편법증여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의혹의 핵심은 오리온 중국 제과 계열사에 포장제 등을 납품하는 담 회장 소유의 ‘랑방애보’를 아들 서원 씨가 페이퍼컴퍼니인 ‘스텔라웨이’를 통해 개인 지출 없이 소유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오리온 측은 “스텔라웨이는 담서원 군이 개인소유 오리온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2013년 설립한 개인 회사”라며 “양도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 양도 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전액 납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 매도 과정에서 발생한 차액은 그룹의 공익 재단에 전부 기부하거나 기부하기로 되어 있어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담 회장의 장녀 경선 씨가 창업주인 이양구 선대회장의 차명부동산(신사동 부동산)을 편법으로 증여받았다는 의혹 역시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리온은 “신사동 부동산은 담철곤 회장의 장모인 이관희 여사가 장차 차녀 이화경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구입해 둔 것으로 이양구 선대회장이나 담철곤 회장과는 관계가 없는 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여론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사실 관계를 떠나 총수일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기업이미지 손상이 불가피함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 굵직한 기업들이 오너리스크에 휩싸이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사실 총수일가의 개인적인 문제를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런 사안은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식음료업종의 경우 오너리스크가 불러올 수 있는 파장은 가장 직접적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 오너리스크로 논란이 됐던 기업 중 실제 경영상의 위기에 빠진 기업은 B2C 기업이 유일하다”며 “사실 B2B 기업의 경우 대중의 질타를 받고 회사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 해서 경영상의 위기를 맞지는 않지만 B2C 기업의 경우 기업 이미지는 곧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식음료업종은 구매 사이클이 짧고 대체 가능한 타 브랜드 제품의 품질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불매운동이 확산될 경우 피해는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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