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언론, ‘고용참사 프레임’으로 집중 공격...靑 정책기조 유지입장 확고

문재인 대통령은 7월 고용지표가 악화되자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 보좌진 등 경제팀에 직(職)을 걸라는 당부로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 문재인 대통령은 7월 고용지표가 악화되자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청와대 보좌진 등 경제팀에 직(職)을 걸라는 당부로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문제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일자리 정부’라고 자처했기에 고용상황 개선은커녕 악화된 지표가 몇 달째 이어되자 더욱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브랜드인 ‘소득주도 성장’의 근저마저 도마에 올랐다.

이러한 사태 전개는 지난 통계청 7월 고용동향 발표를 계기로 발화됐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년 동월 대비 5천명에 그쳐 지난 2010년 1월 마이너스 1만 명을 기록한 후 8년 6개월 만에 최악의 지표를 보인데 있다. 다른 경제변수와 환경에 대한 감안 없이 고용지표 수치로만 보면 그야말로 위기로 봐도 무방했다.  

야당과 보수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용참사 프레임’과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요구했다. 지난 5월 고용동향에서 고용증가폭이 7만2천명으로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을 때 ‘고용위기론’으로 정부를 공격한 것과 비슷하다. 6월 증가폭이 10만 명을 넘어서면서 숨 고르기를 했지만 7월 고용지표 발표로 이 같은 정치공세는 더욱 탄력을 받는 ‘스프링 효과’를 냈다.

‘고용참사’ 맹폭을 자초한 것은 청와대였다. 지난 5월 고용지표에서 적신호를 보냈음에도 이호승 일자리기획비서관은 6월15일 SNS 라이브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고용지표 악화 원인으로 ▲생산 가능인구 감소 ▲조선·자동차 산업 취업자 감소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 부진 등의 요인을 들며 “예상보다 조금 부진한 상황”이라며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봐 달라”고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사안이란 다소 낙관적 인식을 보였다.

지난 6월 말 임명된 정태호 일자리수석도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 발표 전인 지난 14일 경제지와 가진 합동인터뷰에서 취업자 수 증가폭 둔화에 대해 조선·자동차산업 부진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고용률 등은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며 낙관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면서 “내년 초 정도 돼야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며칠 후 발표된 7월 고용지표는 더디더라도 상황이 개선되기보다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현실을 드러냈다. 취업자수 증가는 불과 5천명으로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이로 인한 실업률 상승과 고용률 하락 현상도 빚어졌다. 생산가능인구 감소효과를 강조하면서 점차 개선될 것이란 청와대의 주장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

특히 문제는 정부와 청와대가 이러한 상황을 예단하지 못한 부분이다. 지난 5월 지표가 위험신호를 발했음에도 이후 이에 대한 분석과 진단을 제대로 행하지 않았다. 막연히 고용지표가 바닥을 치면 자연스럽게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 속에서 해법과 대응책 마련을 게을리 하다 7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처럼 보인다.

7월 고용지표 핵심 메시지, ‘제조업’과 ‘1인 자영업자’의 위기

7월 고용동향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제조업 일자리 수 12만7천명 감소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10만 2천명 및 무급가족종사자 5천명이 감소한 부분 즉 ‘1인 자영업자 수 감소’다. 또 내수 부진에 따른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이 각각 3만8천명 4만2천명, 저출산에 따른 교육서비스업 7만8천명 감소 등 서비스 일자리 감소도 두드러진다.

1인 자영업자 감소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오히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7만2천명이 증가했다. 실제 지표 흐름을 보면 조선·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이 힘을 잃어가고 ‘내수 경기 부진’으로 도소매·서비스업’과 ‘1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를 종합하면 최근 일자리 증가폭 감소의 배경에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자리잡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가능인구가 처음으로 1만 명 감소했고 2018년도에는 5만 명, 2019년에는 7만 명, 2020년부터는 20만 명 이상으로 감소폭이 급격히 늘어난다. 이를 감안하면 과거 패러다임으로 30만 명 내외의 신규 취업자 수 증가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제조업 일자리다. 지난 4월 6만8천명이 줄면서 감소세를 시작했고 5월에 7만9천명으로 증가했고 6월, 7월에는 두 달 연속으로 12만 명 규모로 감소했다. 자동차·조선산업 구조조정 여파가 관련 제조업으로 파급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IT산업, 석유화학 등 주력 제조업 부문은 산업특성상 고용유발효과가 낮아 이를 받아주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조선산업 구조조정 여파가 이 정도라면 앞으로도 전후방 효과에 따라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지 여부도 아직 모른다. 나아가 다른 주력 산업들마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경우 보다 심각한 고용문제를 야기할 것이란 경고까지 담겨있다. 제조업 일자리 수 감소 추이는 그래서 심각하다.

올 4월 이후 7월까지 발표된 고용동향 뿐 아니라 정부 및 기관들이 발표한 경제지표들이 보낸 함의는 국가의 산업경쟁력 강화가 ‘정책 중심’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과 규제개혁 행보를 강화하는 것은 이러한 메시지를 수용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도소매·서비스부문 취업자 수 감소와 ‘1인 자영업자의 위기’도 심각하다. 이는 ‘내수 부진’과 온라인쇼핑 등 시장구조 및 환경의 변화와 결부됐다. 이는 정부가 단기적으로 내수활성화를 위한 경기 관리에 나서야 하며 자영업과 서비스산업 구조조정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책적 대안을 내라는 신호에 가깝다.
 
야당과 언론, ‘고용참사 프레임’으로 ‘소득주도 성장정책’ 집중 공격

고용지표 악화에 야당과 보수언론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상징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강화하고 있다.
▲ 고용지표 악화에 야당과 보수언론은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상징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 고용지표가 보낸 이러한 핵심적인 메시지는 지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야당과 보수언론이 ‘고용참사 프레임’을 걸어 최저임금 인상과 52시간 노동제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공격에 화력을 집중한 탓이다.

국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금융·공공·교육 등 4대개혁에 대한 논쟁,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논쟁으로 가기보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이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했다. 고용부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공격하는 빌미로 이용했다.

여기에 ‘김동연-장하성’ 불화설을 증폭시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해온 장하성 실장 라인에 대한 공격에 일관했다. 이번 기회에 문재인 정부로 하여금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반드시 후퇴시키겠다는 정치적 결기마저 보인다.

야당은 김동연 부총리를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지만 궁극적으로는 문 대통령을 공격하는 용도로 이용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문 대통령이 경제팀 참모를 향해 고용상황 개선에 직(職)을 걸라고 말한 부분과 관련 “대통령도 그렇게 해 달라”며 “보좌관만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할 게 아니라 문 대통령도 특단의 각오로 임하라”고 한 것은 이러한 속내다.

이러한 상황을 반추하면 지난 7월 문 대통령의 규제완화 행보에 진보진영에서 제기한 ‘김동연-장하성’ 불화설과 김동연 부총리 경질을 요구한 장면과 겹친다. 정부의 은산분리 완화 등 규제개혁 행보를 우려한 진보진영이 김 부총리를 고깝게 바라보듯 보수진영은 장하성 실장을 눈에 가시처럼 여긴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진보진영의 문 대통령의 ‘혁신성장’ 행보에 비판은 정권이 재벌 등 경제기득권에 투항하는 것이 아니냔 우려 속에 김 부총리를 표적으로 삼았다면 보수진영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경제기득권 세력의 두려움과 우려가 담겨 있다. 그렇기에 그 표적을 장 실장과 함께 ‘소득주도 성장정책’에다 맞췄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행위는 경제기득권에 지나치게 영합한 측면이 강하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정책은 시행한지 반년이 조금 넘었고 52시간 노동시간제 시행은 불과 한 달 정도에 불과해 이에 대한 평가도 어렵다.

7월 고용동향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자영업자 취업자 수 감소는 1인 자영영자에서 대규모 발생해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경기요인에 따른 것으로 해석해야함에도 자영업자 피해정서를 부추기는 정치언어를 남발했다. 오히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의 증가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최저임금 효과 해석과는 정반대다.

그럼에도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표적을 맞춰 공세를 펼치는 데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좌초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 이로 인한 수혜자는 다름 아닌 개혁의 도마에 오른 재벌대기업이다. 

文대통령 ‘소득주도성장’ 고수, ‘김동연-장하성’ 투톱체제도 유지키로
 
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7월 고용동향이 악화된 상황과 관련해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영해왔지만 결과를 보면 충분치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간 정부의 대응책이 미흡했음을 먼저 인정했다.

그러면서 “정책에서 무엇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난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고용상황 악화에도 안이한 인식으로 대응한 정부와 청와대를 질책한 것이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효과는 천천히 드러날 것이고, 생산가능인구 감소만 강조하면서 점차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청와대 일자리 관련 비서진의 안일함을 질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공격에 대해 반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최저임금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면밀히 보면서 다음 스텝을 준비해나가야 한다”며 “모든 만악의 근원은 최저임금이라고 얘기하는 부분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 성장정책 폐기 주장에 “소득주도성장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올해 1월1일 시작해서 7개월 지났고 주 52시간 근무는 7월1일부터 시행해서 고작 한 달 기간 (시행했다)”며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나아가 “(70년 동안의 경제 패러다임) 낙수효과로서 새로운 경제 활력을 찾는 게 어려워지고 일자리도 새롭게 창출되지도 않는 오랜 터널들을 거치고 왔지 않나?”며 “그런 상황에서 경제정책에 대해 추진한 게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3가지 축”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김동연-장하성 불화설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을 끌고 가는 투톱으로서 목적지에 대한 관점은 같다”며 “다만 (정책을) 실행해나가는 과정에는 서로 의견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의견차가 건강한 토론을 통해 서로 보완될 수 있는 관계에 있다면 그것도 바람직하다”고 일축했다.

청와대는 고용지표 악화에 대해 ‘대응이 충분치 못했다’는 과오(過誤)는 인정하면서도 소득주도 성장정책 때문에 빚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표현했고 아울러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투톱체제도 당분간 유지시킨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야당과 보수언론에 밀려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후퇴시키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전체가 부정되는 상황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포용적 성장’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3축 중 소득주도성장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규정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이명박 정부와의 근본적인 차별지점도 여기에 있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후퇴하면 과거 보수정권 경제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