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br></div>
<사진제공=연합뉴스>
▲ 김명수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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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법원에서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법원 재판 기밀자료를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지난 7일에 청구했지만, 1개 자료를 제외하고는 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검찰이 유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다가 사실상 전부 기각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런데 특히 이번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나흘이나 시간을 끌면서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 여부를 검토하다가 영장을 기각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유 변호사는 문제의 문건들을 모두 파기한 것으로 알려져 사법부가 증거인멸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유 변호사는 지난 6일 두 번째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이후 대법원 기밀 자료 중 출력물은 파쇄했고, 자료가 저장된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서 버리는 등 관련 문건 등을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유 변호사가 들고 나간 대법원 기밀자료가 최소 수백 건에서 최대 수만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가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며 대법원 주요 재판에 대부분 관여해온 만큼, 이 기간 동안 법원행정처와 대법원간 재판거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런데도 법원은 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며, 그것도 시간을 끌며 증거인멸의 시간을 주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미 재판거래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이 잇따라 기각하여 사법부 차원의 비호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증거인멸 방조와 수사방해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영장을 기각한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대법원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영장 전담판사가 아예 죄가 되지 않는다고 무죄 판단까지 해버리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한 것이다. 박 부장판사는 2014년 유 변호사가 선임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할 당시 재판연구관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사법부는 사법정의를 파괴한 내부의 범죄혐의자들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심을 자초하고 있다. 사법농단 행위를 한 내부자들을 동료라는 이유로 막아주고 있는 사법부가 무슨 낯으로 사법정의를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사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침묵만 계속하고 있다. 재판거래라는 사법농단 사태가 드러났는데도,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법원에서 방해하는 광경이 이어지는데도 사법부의 수장은 아무런 말이 없다. 이런 김 대법원장의 태도는 사법정의를 구현할 리더십을 상실한 대법원장 모습 그 자체다. 사법정의를 지켜야 할 사법부는 지금 사망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사법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은폐와 비호행위들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묻고 단죄해야 마땅하다. 범죄행위를 처벌하는데 있어 사법부라고 해서 예외가 될 이유는 아무 것도 없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범죄 비호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마땅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일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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