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제철소, 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계속해서 대북사업 강조

1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동행하는 구광모 LG 회장(오른쪽부터), 최정우 포스코 회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최태원 SK 회장이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1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동행하는 구광모 LG 회장(오른쪽부터), 최정우 포스코 회장,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최태원 SK 회장이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포스코 창립자 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은 북한에 1급 제철소를 짓는 것이었다. 박 명예회장은 북한군을 선발해 포항·광양 공장에서 연수시키고 포스코의 신용으로 국제 자본을 마련하는 ‘청진 포항제철’이라는 시대를 앞서간 구체적인 프로그램까지 구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원대한 포부는 당시 북한의 비핵화 문제 때문에 진전되지 않았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비핵화 정세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포스코는 철강, 건설, 에너지 등 인프라 구축 계열사를 보유하고 자원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남북경협의 가장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최정우 포스코회장의 18일 남북정상회담 수행으로 취임 이후 그가 강조해온 대북사업이 구체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북경협, 자국보호무역주의 돌파구 될까

대미 수출 쿼터 적용으로 국내 철강업계는 2015~2017년 수출의 70%인 268만 톤만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미국에서 시작된 자국보호무역주의 열풍이 캐나다와 유럽연합(EU)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잠정 28개 품목 중 23개를 대상으로 2015~2017년 평균 수입물량의 100%까지는 무관세, 이후 물량에는 25%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을 잠정조치 했다. 한국 정부와 철강기업들은 지난 12일 세이프가드 청문회에 참석해 세이프가드의 부당성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적용 예외를 요청했다.

중국산 철강재의 생산과 가격 변동도 국내 철강 산업을 흔드는 큰 변수다. 중국 철강재 가격을 견인한 당산시의 하절기 감산이 연장됐다. 당산시는 9월에도 감산을 이어가 내년 3월 말까지 진행되는 동절기 감산까지 50% 가까이 생산을 감축할 예정이다. 한 금융업 관계자는 중국 최대 철강 생산 도시인 당산시의 연 조강생산량은 중국 전체 조강생산의 11% 가량인 9100만 톤 수준이며, 8개월 이상의 감산 조치로 3000만 톤가량의 공급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북한제철소 사업은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철강업계의 대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양대 노총이 노조의 출범 또는 재건에 나섰다. 이에 북한제철소는 저임금 숙련 노동인력을 투입해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수출하는 전초기지 역할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노후 설비를 이전하고 유휴 인력을 분산 배치해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정우 신임 포스코 회장이 지난 7월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최정우 신임 포스코 회장이 지난 7월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최정우 회장, 남북경협사업 의지 강하게 드러내

최 회장은 지난 7월 취임식에서 남북경협 의사를 내비췄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대북사업은 실수요자로서 정부의 정책과 국제 정세에 맞춰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갈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철강사업과 그룹사 사업에 활용되는 자원의 사용과 개발에 중점을 두며, 장기적으로는 인프라 구축, 철강산업 재건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취임 당일 기자회견에서 최 회장은 북한산 마그네사이트, 철광석, 천연흑연 등 원료개발 사업과 북한지역 인프라 구축을 위한 건설사업 진출, 북한 내 제철소 건설 등 철강업에 대한 투자도 밝혔다.

포스코는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정도로 남북경협 대비에 적극적이다. 지난 8월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의 각 계열사와 관계사가 모여 남북경협 관련 태스크포스를 이미 구성한 상태”라고 밝혔다. 포스코그룹의 TF는 포스코건설, 포스코켐텍, 포스코대우 등이 참여했으며, 최 회장의 뜻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자원 개발과 인프라 구축까지 연계해서 대북 사업을 복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최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맡았던 포스코켐텍은 지난 5월 남북경협 준비를 위한 북한 내 광물 자원 사전조사와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북한 자원 전문기관 등에 조사연구 용역을 맡길 정도로 공을 들였다. 포스코켐텍은 2007년 정부 주도하에 추진된 단천지역 자원개발 사업 참여 재개를 검토했으며, 북한산 마그네사이트 및 천연흑연은 현재 수입 중인 중국산 자원을 대체하는 차원을 넘어 더 큰 수익성을 안겨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포스코 사옥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잘보고 오겠다. 특히 우리 산업과 비교해 다른 점이 뭐가 있는지 잘 살펴보고 오겠다”며 방북 계획에 대해 말했다.

그동안 최정우 회장의 남북경협 발언은 항상 ‘남북관계개선’이 선행조건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낸다면 철강업을 비롯한 남북경협 활성화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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