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관세 부과 시 2조8900억 원 피해 예상
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관세 부과 면제 요청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 서명식'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이에 앞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오른쪽)는 한미 FTA 개정협정문에 서명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 서명식'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있다. 이에 앞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오른쪽)는 한미 FTA 개정협정문에 서명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한국과 미국 정부의 FTA 개정협정 공식 서명으로 무역 분쟁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는 미국의 관세폭탄에 고민이 크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정으로 한국이 미국에 자동차 부문 양보를 한 만큼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한미FTA 개정협정 서명식을 가졌다.

이날 서명식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FTA 협정은 한미동맹을 경제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는 의미가 있다”며 “개정 협상이 신속하게 마무리되어 한미FTA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양국 기업들이 보다 안정적인 여건에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번 개정협정으로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를 개정하고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점을 들어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이번에 개정협정한 한미FTA의 내용은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번 협정으로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25% 부과 기간은 20년을 추가 연장해 2041년까지 유지된다. 또한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한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미국 자동차 수입량을 제작사별 연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확대된다.

미국은 한국뿐만이 아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한 타 국가에서 수입되는 픽업트럭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재 미국시장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들은 북미 지역에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오는 2020년을 목표로 출시할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미국에서 현지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쿼터 확대도 국내 자동차 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자동차 3사의 한국 대상 수출량은 포드 8107대, 지엠 6762대, 크라이슬러 4843대로 총 1만9712대에 그쳤다.

자동차 부문을 미국에 양보했지만, 실질적으로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평가 받는 이번 개정협정은 미국의 관세폭탄 불씨를 잠재울 포석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여지가 남았다.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사진=연합뉴스 제공>
▲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사진=연합뉴스 제공>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체 차 수출의 33%에 이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 판매량 127만대 중 58만대를 한국에서 생산했고, 한국지엠과 르노삼성도 각각 13만대씩을 미국에 수출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가격이 9.9~12.0% 정도 오를 것이며, 그로 인해 국내 자동차 업계가 2조8900억 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그나마 미국 생산을 늘리거나 멕시코 공장에서 일부 커버할 수 있지만 한국GM이나 르노삼성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며 “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관세 25% 부과 시 통념과 달리 완성차업체보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위기감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역확장법 232조로 인한 관세 부과를 면제해달라고 부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일본·독일·멕시코 등 네 개 나라는 대미 무역 흑자폭이 급격히 늘었지만 한국은 올해 상반기 흑자폭이 25%나 줄었다는 점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절반 이상이 미국 현지에서 생산돼 미국 노동자 고용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관세 부과 면제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배석자에게 “문재인 대통령 말씀을 고려해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 참여를 포기하고 관세 면제 요청을 위해 미국에 다녀왔다. 정 부회장은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 조니 아이잭스 조지아주 상원의원 등을 만났다.

또한 지난 7월 여야 5당 원내대표는 미 상무장관을 만나 예외 적용을 요구했으며, 8월에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게 관세 부과 배제를 요청하는 등 민관정이 협동해서 자동차 관세 면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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