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여론-외교전문가 설득과 국제사회 지지 확보 위한 3박5일 일정

문재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종전선언를 가시권 내로 진입시키는데 힘을 쏟았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종전선언를 가시권 내로 진입시키는데 힘을 쏟았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3~27일 3박 5일 미국 방문 길의 목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와 연내 종전선언에 뒀다.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뿐 아니라 미국 여론, 그리고 미국 사회지도층을 설득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2차 북미정상회담은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는 미정이지만 가시권 내로 들어왔고 ‘종전선언’ 또한 북미 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연내 추진될 수 있는 낙관적 상황을 이끌어냈다. 평양정상회담에 이은 문 대통령의 방미외교가 미국으로 하여금 2차 북미정상회담과 종전선언 쪽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남은 것은 북미 간의 실무협상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0월 초에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비핵화 실천 조치와 함께 이에 상응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정상적으로 협의된다면 2차 북미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이 한 묶음으로 진행될 수 있는 여건까지 조성됐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인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실천 의지가 문 대통령이 전한 내용처럼 분명하다면 북미 사이에 가로놓인 장애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란 예상은 가능하다. 9월 18~20일 평양정상회담에 이은 23~27일 방미외교로 문 대통령은 북미 중재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 셈이다. 남은 것은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한미정상회담, 2차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궤도로 올린 전환점

문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양국의 긴밀한 협력에 합의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북미 간의 최대 교착지점인 ‘종전선언’ 문제와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서도 깊숙이 얘기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한미정상회담 결과브리핑에서 “종전선언, 그리고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장소, 시기 등에 대해 두 분 사이의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가 있다”고 한미정상이 이를 두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고 의견 접근을 이뤘음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께 전해달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도 있다. 평양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대통령님 만나 김정은 위원장과 논의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구축 방안, 그리고 미북 간의 대화와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전 세계 언론 앞에서 비핵화 의지를 직접 밝히고, 또 내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 앞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한 비핵화 합의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이제 북한의 핵 포기는 북한 내부에서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공식화됐다”고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여정에 들어섰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 희망에 “2차 미북 정상회담을 멀지 않은 미래에 가지게 될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 실무 작업을 준비 중에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 중에 있다”며 “비교적 근시일 내에 구체적인 장소 등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북한 문제에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진전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개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또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그러한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며 “문 대통령과 나는 한미 협력에 있어서, 또 여러 가지 논의에 있어서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도 했다.

1시간 25분 동안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평양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전한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이에 대해 양 정상이 진지하게 논의했음을 짐작케 한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약 3개월 동안 교착상태에 놓은 북미협상을 다시 본 궤도에 진입토록 함과 아울러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의 길도 열어젖힌 것이다.

美 여론과 전문가 움직이기 위한 폭스뉴스 인터뷰와 외교협회 연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내 대북 여론을 주도하는 외교전문가들이 모인 CFR(미국외교협회)·KS(코리아소사이어티)·AS(아시아소사이어티) 등이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내 대북 여론을 주도하는 외교전문가들이 모인 CFR(미국외교협회)·KS(코리아소사이어티)·AS(아시아소사이어티) 등이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 외교행보는 트럼프 대통령 설득과 함께 미국 여론과 대북여론을 이끄는 외교전문가들에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설명하고 이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점을 논리적 정합성에 맞춰 일목요연하게 설득하는데 온 힘을 다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다음 날인 25일 미 폭스뉴스(FOX News)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다. 설령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이 속일 경우,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다시 강화하면 그만”이라고 했고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서도 “(북한이 약속을 어기면)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종전선언은 하나의 정치적 선언을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평화협정이 되려면 다시 평화 협상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평화협정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는 정전체제가 그대로 유지가 되는 것”이라며 “유엔사의 지위라든지 주한미군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들을 ‘양보’라고 생각하는 미국 여론에 적극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미국이 이런 비핵화 협상을 함에 있어서 북한 측이 이렇게 있더라도 말하자면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다”는 말 속에 다 담아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솔직 담백한 인물이고, 또 비핵화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며 “김 위원장은 이제는 핵을 버리고, 그 대신에 경제 발전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을 더 잘살게 하겠다는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미국 내 반감을 누그러뜨리려는 노력도 했다.

김 위원장에 대한 미국 내 반감정서가 북한을 불신하는 핵심요인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말하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것과 같은 개념”이란 점도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 문 대통령은 CFR(미국외교협회)·KS(코리아소사이어티)·AS(아시아소사이어티) 등이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새로운 얘기 보따리를 풀었다. 참석자들은 미국 외교정책과 대북여론의 향배에 영향을 미치는 외교전문가들이란 점에서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많은 세계인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을 못 믿겠다’, ‘속임수다’, ‘시간 끌기다’라고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북한이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미국이 강력하게 보복할 텐데 그 보복을 북한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라는 말도 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합리적인 이성을 가지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논리적이면서 정서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폭스뉴스 인터뷰와 외교협회 연설은 미국 행정부가 아닌 미국 여론과 여론 주도층을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미국 여론이 중요하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움직였다.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선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자의 진정성을 가장 잘 설명해내야 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정확하게 얘기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행보에 미국 행정부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미국 외교전문가들의 호평도 들려온다. ‘메신저’로서 문 대통령의 진정성이 갖는 힘의 크기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26일 뉴욕에서 북한 이용호 외무상과 회동해 4차 방북 문제를 협의했고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10월초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멈췄던 북미 축이 다시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가 하나의 중요한 기점이지만 2차 회담 개최는 큰 흐름이 됐다. 문 대통령의 방미 외교의 가장 큰 성과다.

이제 남은 것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이다. 미국은 여기서 최대한의 가시적 성과를 얻기 위해 ‘대북제재 완화’는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려는 ‘협상카드’로 읽혀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앤총회장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가 비핵화에 나선 북한을 도와줘야 한다면서 한반도평화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앤총회장 연설을 통해 국제사회가 비핵화에 나선 북한을 도와줘야 한다면서 한반도평화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사진=연합뉴스]

유엔총회 연설,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의 비핵화에 화답해 줄 것을 호소

문재인 대통령은 방미 마지막 날인 26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4월 20일, 핵개발 노선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고, 경제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는 9월 9일에는 핵능력을 과시하는 대신 평화와 번영의 의지를 밝혔다. 북한은 오랜 고립에서 스스로 벗어나 다시 세계 앞에 섰다”며 “이제 국제사회가 북한의 새로운 선택과 노력에 화답할 차례”라며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15분 간 행한 기조연설에서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실천을 국제사회가 도와줘야 한다는데 맞췄다. 이에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임을 확인해 주어야 한다. 북한이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의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이 연설 대목에서 북한 측 참석자도 박수를 보낼 정도로 그들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전한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한반도는 65년 동안 정전 상황이다.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 평화체제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이라며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남·북·미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희망도 역설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한반도 평화를 적극 지지해주길 나서면서 동북아평화협력 체제 구축을 위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의 본격적 추진을 제안함과 인권, 성평등, 지구환경 등 유엔의 당면과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높이겠다고 했다. 한반도평화에 대한 국제지지를 호소하면서도 한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역할을 제고하겠다는 약속도 함께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끝으로 3박5일의 방미 외교행보를 마무리한 뒤 곧바로 귀국 길에 올랐다. 3박5일의 여정 동안 미국 행정부로 하여금 북미협상 재개에 나서도록 했다. 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미국에 불리할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 여론을 움직이려 했을 뿐 아니라 여론주도층을 겨냥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설득하려 했다.

남은 것은 폼페이오 장관 방북과 여기서의 협상 결과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