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조배숙 의원실>
▲ <자료=조배숙 의원실>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지난 6년간 산업기술 해외유출 및 시도 적발건수가 152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 및 시도 적발건수는 작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산업기술유출 현황 및 적발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산업기술 해외유출 및 시도 적발건수는 152건으로, 전기전자 57건, 기계 31건, 조선·자동차 22건 등 주력산업에만 110건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및 시도 적발 건수는 23건이었으며, 특히 올해 8월까지 4건이 적발되어 작년 3건보다 많았다.

지난달 7일 대구지법은 LG디스플레이가 퇴사한 직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지난 5월 말 경기도 의정부지법이 LG디스플레이 퇴직자 B씨에게 전직 금지 명령을 내린지 불과 4개월 만이다.

플라스틱 올레드(POLED) 전문기술자인 A씨와 B씨는 각각 지난 5월과 4월에 퇴직할 때 경쟁업체에 취업하지 않고, 재직 후 영업비밀을 다른 곳에서 사용하지 않겠다는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를 회사 측에 제출했다. 그러나 개인사업을 이유로 퇴사한 A씨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비전옥스’에,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간다던 B씨는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에 입사하려던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달 19일 '산업기술 유출 대응 전략'을 주제로 '제3차 IP전략포럼'이 개최됐다.<사진=한국공학한림원 제공>
▲ 지난달 19일 '산업기술 유출 대응 전략'을 주제로 '제3차 IP전략포럼'이 개최됐다.<사진=한국공학한림원 제공>

대기업 “현행법은 기술 유출 방지에 근본적으로 도움 되지 않아”

업계에서는 우리 업체들의 핵심 기술과 인력을 빼가기 위한 후발국가들의 노골적인 시도에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한국공학한림원 주관으로 개최된 ‘제3회 IP 전략포럼’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국내 대표 제조업 CEO들이 중국으로 기술 유출이 심각하다며, 특허 침해 시 배상과 중국기업으로의 기술 유출에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대외담당 부회장,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사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경영진이 참석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직접 진행을 맡았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자동차 등 모든 산업분야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며 ”다양한 형태로 일어날 수 있는 기술유출을 막아야 하고 지식재산권(IP)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기업들은 미국의 사례를 들며 정부가 핵심 기술 보호에 힘써줄 것과 기업 영업비밀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관부처와 국정원의 합동회의…실효성에 의문 제기

국가정보원은 지난 1월 25일부터 엿새간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등 산업보안과 관련된 유관부처와 합동으로 ‘국가핵심기술보호 강화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정부 각 부처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범정부 차원의 관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산업기술로써, 정부는 반도체·조선·철강·정보통신 등 12개 분야의 64개 기술을 핵심기술로 지정했다.

하지만 조배숙 의원은 “올해 8월까지 작년 3건보다 많은 4건이 적발됐다”며 “정부가 올 초부터 장시간에 걸친 합동회의를 개최하는 등 관련 대책을 대대적으로 내세웠지만 올해만 해도 국가핵심기술 유출이 전년을 넘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산업기술보호법 악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현장에서 근무하는 연구원 일각에서는 ‘산업기술보호법‘을 기업이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연구원이 단지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곧장 경쟁에 뒤처지기 때문에 산업기술보호법을 악용해 소송하고 2~3년 시간을 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핵심 기술 유출 혐의와 7000여만 원을 회사 카드로 결제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 모 전무는 1심에서 기술 유출 혐의 무죄 판정을 받았다. 이 전무는 회사 일을 집에서 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출력해 가지고 있었을 뿐 타 회사로 자료를 유출한, 특히 중국 기업과 접촉한 정황은 없었다.

익명의 한 연구원은 “법정 공방으로 2~3년 시간이 지나면 유·무죄 관계없이 기업이 사실상 이긴 거다. 연구원이 나가서 입을 손실을 메꾸는 데 충분한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라며 “이직하면 기술 빼돌리기를 명목으로 추궁해서 괴롭힐 수도 있어 내부 단속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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