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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가짜뉴스와의 전쟁, 그 허와 실

가짜뉴스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준비 중인 가운데 그 적절성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범정부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이를 연기한 바 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연기 사유로 밝혔다. 가짜 뉴스 대책의 내용과 관련해서 정부 부처 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존재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가짜뉴스의 해악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가짜뉴스의 무분별한 유포와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데 대해서도 상식을 가진 국민들은 공감하고 있다. 다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정부가 얼마만큼 개입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점이다.

현재 논의 중인 가짜뉴스 근절 대책은 정부가 앞장서는 내용의 것이다. 이에는 자율규제와 이용자 미디어 교육, 경찰의 집중 단속뿐 아니라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규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가 이같은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낙연 총리의 지시가 크게 영향을 주었다.

 

이 총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국무회의,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간부회의 등에서 가짜뉴스에 관한 우려를 표해왔다. 이 총리는 "개인의 사생활이나 민감한 정책현안은 물론,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한 턱없는 가짜뉴스까지 나돈다"고 지적하며, 검·경 공동대응체계 구축을 통한 신속 수사 및 엄중 처벌과 유통 매체 조치 등 강경 대책을 주문했다. "악의적 의도로 가짜뉴스를 만든 사람, 계획적·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은 의법처리해야 마땅하다"고 이 총리는 강조해왔다. 이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짜뉴스 창궐. 묵과할 수 없는 단계. 사회의 공적으로 규정하고 척결하겠다"는 얘기를 올리며 가짜뉴스 근절에 대한 총리로서의 강력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 총리가 이처럼 가짜뉴스의 폐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게 된 데는 호찌민 전 베트남 국가주석 방명록 글 왜곡사건의 피해를 입었던 일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가짜뉴스의 해악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총리가 표한 우려 자체는 다 맞는 말들이다. 특히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이후 극우성향의 보수인사들이 유튜브를 통해 현정부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과 함께 허위사실들을 유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수적인 노년층 시청자들이 그러한 유튜브 방송들을 접하며 가짜뉴스들을 유포시키는데 앞장서고 있음도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뉴스의 근절을 위해 정부가 표현의 시장에 지나치게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위험이 크다. 정부가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게 되고, 새로운 법을 통해 검찰과 경찰 주도의 규제가 이루어질 경우 자칫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 우려된다. 심각한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에 따라 수사하고 책임을 물으면 되는 일이다.

가짜뉴스들의 폐해가 눈에 띈다 하더라도 정부가 굳이 그것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촛불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성숙한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그같은 가짜뉴스들에 생각만큼 휘둘리지 않는다. 그런 것을 상대로 하여 범정부적 차원에서 전면 대응하는 것은 과잉대응, 과잉처벌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때로는 염려되고 화도 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짜뉴스의 퇴치는 민간의 영역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간이 주도하는 공론의 장에서 가짜뉴스들이 비판되고 고발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 걸맞는 방식일 것이다. 정부는 민간에서 그러한 자정 노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걸핏하면 유언비어에 모든 책임을 돌렸던 과거 정권들의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성숙한 대응의 모습이 필요하다. 조금 어렵더라도 그것이 정도이며 오래 이기는 길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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