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잡이’ 전원책 거침없는 독자발언 혼란 부추겨, 김병준 리더십도 도마위에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원책 변호사의 어색하고 불편했던 아슬아슬한 ‘한집 살이’가 결국 파국으로 끝이 났다.

김용태 사무총장은 지난 9월 30일 비대위가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당협)의 ‘물갈이’를 주도하게 될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으로 전원책 변호사를 영입하기 위해 “십고초려”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후 지난달 11일 ‘김병준 비대위’로부터 전권을 부여 받은 전원책 변호사는 자신이 추천한 전주혜·이진곤·강성주씨 등 외부인사들과 함께 조강특위 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이후 비대위와는 결이 다른 거침없는 독자발언으로 당내 불만을 불러왔고, 결국 전당대회 개최 시기 문제를 놓고 비대위와 갈등을 겪은 끝에 ‘해촉’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조치로 조강특위 활동을 끝내게 됐다.

전 변호사가 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됐을 때부터 정치권 안팎에서는 각기 개성이 강한 ‘김병준-전원책’ 두 사람이 원만하게 호흡을 맞춰 인적쇄신 성과를 이룰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달 4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지도부와 충돌할 수 있다”면서 “전 변호사는 김병준 비대위원장 생각대로 움직일 사람도 아니고 ‘팀플레이’할 사람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적쇄신에 대해 오락가락 발언을 해 사실상 인적쇄신 작업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허세’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 전원책 좌충우돌하다 ‘인적쇄신’ 시작도 못하고 해촉
   “개혁 거부하는 정당에 무슨 미련 있겠나”

전 변호사는 지난달 4일 기자간담회에서 “공화주의를 말하는 사람은 공부를 좀 해야 한다”고 발언해 사실상 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후 언론인터뷰에서는 “대선주자급으로 논의되는 분들은 당의 중요한 자산이다. 김무성 의원도 그중 한 분이고, 그런 분들에게 함부로 칼을 들이대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극우세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극렬 지지 세력인 ‘태극기부대’까지 보수대통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인적쇄신’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졸속으로 이뤄졌으며 한국당 내에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사람도 없었다고 비판을 가하더니 여기에 더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끝장토론’까지 제안했다. 전 변호사의 주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동조했던 ‘복당파’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밖에 없었다. 

전 변호사는 친박 진영에게도 반발을 불러왔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달 31일 비대위·중진연석회의에서 조강특위를 중심으로 한 인적쇄신 추진에 대해 “누가 무슨 특권을 다 줬는가. 뭐하라고 칼질하라고 누가 허락을 했는가”라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변호사의 언행에 대해 초재선 의원들까지도 조찬 회동 등을 통해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네트워크 정당’을 지향하고 있는 김 비대위원장은 전 변호사가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태극기부대'도 보수대통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자 긴장감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원책 변호사에 대해 “평론가 내지 학자 변호사로 입장을 피력하는 게 있고, 조강특위 위원으로서 입장을 피력하는 부분이 있는데 구분이 잘 안돼 있으니까 혼란이 많은 것 같다”면서 “(일반 국민은) 그게 구별이 쉽지 않기 때문에 구별해서 이야기해야 한다”며 전 변호사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또 김 비대위원장은 인적쇄신 작업에 대해 “최종 결정권한은 나에게 있다”면서 전 변호사에게 끌려가지는 않겠다는 뜻도 표출했다.

그러면서도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3일 아프리카TV ‘시사발전소’에 출연해 “이견이 있지만 그러한 이견은 소화할 수 있다”며 “그런 갈등은 오래갈 수 없다. 구조상 임명권자가 저이기 때문”이라며 전 변호사와의 갈등 확산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전 변호사는 그러나 이후에도 비대위를 자극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전 변호사는 지난 6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비대위가 당협위원장 ‘하위 20% 컷오프’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자 “그건 그쪽 의견일 뿐”이라며 “조강특위에서 한국당 미래에 도움이 되는지 찾다보면 하위 30%가 될 수 있고, 40%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결국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 변호사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 문제를 놓고 충돌하면서 파국을 맞게 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활동을 내년 2월말에 끝내고 전당대회를 실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전 변호사는 전당대회를 내년 6~7월로 연기하자고 주장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이에 지난 8일 김 비대위원장은 김용태 사무총장을 통해 “조강특위 구성원들은 조강특위의 범위를 넘어서는 언행에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전 변호사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이후 김용태 사무총장이 전 변호사를 비롯한 4명의 조강특위 외부 위원들과 서울 서초동 전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심야까지 비공개 긴급회의를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김용태 사무총장은 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전원책 변호사께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비대위 결정 사항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면서 “이에 비대위는 전원 협의를 통해 해촉 결정을 하게 됐다”고 ‘전원책 해촉’ 소식을 알렸다.

이에 전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감히 청하진 못하나 본래부터 바라던 바)이다. 개혁을 거부하는 정당에 무슨 미련이 있겠나”라며 “내년 2월 말에 전당대회를 하려면 오는 12월 15일까지 현역 의원을 잘라야 하는데 그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변호사는 “나를 쫓아내기 위해 명분 싸움을 하는 것인데,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니까 해촉을 한 것”이라며 “비대위의 결정은 결국 김병준 위원장의 결정이다. 폭로할 내용을 폭로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모든 내막을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고 불편한 심경을 표출했다.

▲ 인적쇄신 ‘아웃소싱’ 줬던 김병준 리더십 위기, ‘인적쇄신 작업 차질 불가피’
   “혹시나 했는데 역시, 한계 드러내”

‘김병준 전원책’ 두 사람의 갈등을 단순한 입장차로 인한 갈등보다는 권력 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결국 ‘칼자루’를 쥐었다던 전 변호사가 인적쇄신 작업은 제대로 시작조차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조강특위 위원에서 해촉됐고, 그가 한국당에서 활동하는 기간 동안 당 내 혼란만 가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리더십 문제가 또다시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인적쇄신 작업에 대해 소극적 행보를 보이다가 전원책 변호사를 전격 영입하면서 인적쇄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인적쇄신 작업을 ‘외부 용역’에게 맡기면서 김 위원장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전 변호사 해촉과 관련한 입장문을 내고 “국민과 당원동지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며 “경위야 어찌되었건 비대위원장인 제 부덕의 소치”라고 이해를 구했다.

이어 “당의 기강과 질서가 흔들리고 당과 당 기구의 신뢰가 더 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전당대회 일정과 관련하여서도 더 이상의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전원책 해촉’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렇게 되면 당의 정상적 운영은 물론 여러 가지 쇄신 작업에도 심대한 타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당 혁신 작업에 동참해주셨던 전원책 변호사께도 미안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전원책 해촉’ 사건으로 자유한국당의 인적쇄신 작업은 크게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전원책 조강특위’가 인적쇄신에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지만 전 변호사 후임 인선 등과 맞물려 혼란을 수습하는 동안 인적쇄신 작업 추진은 한동안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인적쇄신에 대해서는 ‘아웃소싱’을 줬는데 처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개성이 강한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 위원이 되자마자 계속 좌충우돌했다”며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은 아직 될 집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김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후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울때만 해도 어느 정도 기대가 있었는데 결국 탁상공론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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