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경찰 수사를 대비해 휴대폰을 수차례 교체하고,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삭제하는 등 직원을 동원한 조직적 증거 인멸 작업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스타파> 등이 보도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저지른 범죄 혐의의 내부고발자였던 A씨가13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면책될 순 없지만 이렇게라도 디지털 성범죄를 막으려 했다는 건 이해받고 싶다. 불법촬영 피해자들께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A씨는 수년 전 위디스크 관계사에 입사해 서버관리 등 행정업무를 담당하다 타 관계사를 두루 역임했고, 임원까지 승진했다. ‘양 회장과 공범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무이사로 재직한 점, 성범죄 영상을 막아보려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점 등으로 나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죄 했다. 

지난 7월2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웹하드 카르텔’ 보도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경찰은 인력 100여 명을 투입하고 계좌·사무실 압수수색 등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A씨에 따르면, “회사 내부에서 휴대폰을 수차례 교체하고,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삭제하는 등의 증거 인멸이 있었다"며 "양 회장의 허위 진술 강요 등 수사 방해 행위가 자행돼, 내부 고발 없이는 수사를 통해서도 진실이 밝혀지기 어렵겠다고 우려했다"며 이번 폭로의 배경을 설명했다.

A씨는 ‘불법 웹하드 카르텔’의 공범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의식한 듯 양 회장과 자신이 갈등관계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내 직원 불법 도청이 확인됐을 때 감시 기록, 감시 프로그램 등 폐기를 요구했고 직원을 해고할 때 항의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갈등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양진호 회장이 임직원들을 회유한 정황도 언급했다. "구속되는 직원에겐 3억원, 집행유예 받을 시엔 1억원, 벌금을 맞으면 두 배 금액으로 보상." A씨는 양 회장이 이같이 말하며 임직원의 허위진술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은 양 회장 소유회사들이 불법촬영물 생산·유통 뿐만 아니라 삭제업체까지 지배하며 수익을 독점하고 유착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양 회장은 필터링 업체 ‘뮤레카’와 삭제업체 ‘나를찾아줘’ 등을 같이 지배했다. 이중 뮤레카는 웹하드 업체들과 기술협약을 맺은 회사다.

A씨는 뮤레카가 “양진호 회장이 실제로 소유한 게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뮤레카가 기술을 불법적으로 악용하거나 부정하게 이용했다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 뮤레카와 위디스크에서도 일해서 필터링 구조를 잘 아는데, 조사한 바로는 불법적으로 활용한 사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수사기관에 양 회장의 횡령·탈세 및 직원 불법 도·감청 혐의를 적극 수사해달라 주문하며, 양 회장이 도청프로그램 ‘아이지기’를 통해 직원 통화내역과 내용, 앱 로그기록, 주소록, 문자내용을 도청하고 저장한 기록을 공개했다.

또 양진호 회장이 차명 주식을 이용해 ‘몬스터 주식회사’와 ‘뮤레카’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3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추가 조사를 하면 더 많은 금액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진호 사건'의 공익신고자 A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에서 열린 뉴스타파-셜록-프레시안 공동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제보 내용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