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실무 준비 검토’ 착수, 한국당 “살생부까지 나돌아, 마녀사냥”

지난 15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파행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지난 15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불참으로 파행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여야가 공공부문 채용비리 의혹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하면서 파행 엿새 만에 국회가 정상화됐지만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일부 현직 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 문제를 놓고 또다시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면서 국회의 법관 탄핵소추가 헌정사상 처음 성사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소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실무 준비를 검토하겠다면서 적극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홍영표 원내대표과 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함께 긴급회의를 열고 실무 준비 검토에 들어갔다.

민주당 내에서는 탄핵 대상 판사의 구체적인 숫자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대법원에서 스스로 징계하려고 했었던 13명 정도의 법관은 누가 봐도 분명한 것”이라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언급된 83명의 판사 중에서 좀 추리고 시민단체가 탄핵을 요청한 6명의 판사에 조금 보태 탄핵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국당 “마녀사냥” “문재인 정부, 사법부 장악 시도 당장 그만둬야”
   민주당 “법관 탄핵 최소화” “탄핵 대상 선정, 사유 증명 가능”

이에 자유한국당은 ‘살생부’까지 돌고 있다며 “마녀사냥”이라고 강하게 비판을 가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인 민주당이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서 대상자가 최소 13명이니, 누구누구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느니 하며 ‘살생부’까지 나도는 것을 보면 이게 우연히 일어나는 일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인권 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의 양심에 호소한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부당한 방법에 의한 사법부 장악 시도가 있다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 구체적인 피의 사실이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를 무력화시키는 행위다. 대단히 적절치 않다”면서 “판사가 정치행위를 하려면 정치계로 진출을 해야 한다. 인민재판, 마녀사냥 식으로 이렇게 사법부를 무력화시키는 행위는 적절치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국회에서 법관 탄핵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법관회의에서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사법부에서 문제해결한 뒤에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사법부를 정치화시키고, 향후 정치개입의 여지를 남기는 이러한 더 큰 악을 범하는 행위는 삼가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보수야당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자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법관 탄핵 '최소화' 입장을 밝히며 우려 불식시키기에 나섰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 언론이 말하듯 몇십명 이런 숫자는 아니고, 최소화해서 해야 한다”면서 “사법농단에 해당하는 구체적 법관이 누군지는 특정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언론에는 무제한으로 몇십명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절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게 될 것”이라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과연 어떤 사람이 탄핵의 대상이 돼야 할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실무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 어제 법사위원들의 논의”라고 설명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각에서는 탄핵 사유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고, 대상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반대 중”이라며 “그러나 임종헌이라는 사법농단의 핵심 ‘키맨’에 대한 공소가 이뤄졌고, 대법원이 자체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진상조사를 한 바 있기 때문에 그런 자료만 철저히 분석한다 해도 명확한 탄핵 대상 선정과 사유 증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헌정사상 첫 국회 법관 탄핵소추, 가능할까

이같이 법관 탄핵소추에 여야 원내교섭단체들의 입장이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어 실제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법관 탄핵소추는 헌법 제65조 2항에 따르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100명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한다.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소추안 발의는 민주당(129석) 의원들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의결에는 최소 150석이 요구되므로 가결을 장담할 수는 없다. 현재 자유한국당(112석)과 바른미래당(30석)은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의당(5석)의 경우는 적극 찬성하고 있고 민주평화당(14석)은 공식 논평은 찬성이지만 실제 표결로 이어질 경우 내부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일 가까스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다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개시하게 되는데 탄핵심판에서 ‘검사’ 역할을 하는 탄핵소추위원을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는다는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탄핵절차와 관련 “이번 정기 국회 내에서도 가능하다. 요건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법관 탄핵은 민주당하고 평화당 그 다음에 정의당, 개혁적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과반은 된다”며 “물론 그렇게만 해서 딱 하기보다는 다른 야당들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의결 조건은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의원인 부분을 다들 걱정하고 있다”며 “여상규 위원장은 기존에 사법 농단은 없었다는 기본입장이기 때문에 만약에 그분이 소추위원이 되신다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될 탄핵심판이 제대로 진행될 것이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